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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레미제라블, '조지 거쉰의 영광' 재현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3.03.16 17:0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무결점 스케이터'로 불리는 김연아(23)도 달성하기 힘든 과제가 있었다. 쇼트프로그램은 물론 프리스케이팅까지 동시에 완벽하게 클린해내는 것이다. 특히 '악마의 프로그램'으로 불린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클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최고 난이도의 기술 사이에 안무가 꽉 들어찼기 때문이다. 안무 없이 뛰는 점프가 없었고 손동작이나 스텝 없이 구사하는 기술이 없었다. 2009~2010 시즌 김연아의 롱프로그램이었던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전까지 단 한 번도 클린 되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무대인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자신의 임무를 달성했다. 쇼트프로그램 '제임스 본드 메들리'는 물론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까지 완벽하게 연기해낸 김연아는 228.56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김연아의 롱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은 여러모로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과 비슷하다. 건조함과 웅장함한 분위기의 음악이 동시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블 악셀 사용의 제한으로 인해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지만 스텝과 안무와 함께 이루어지는 기술을 완벽하게 연기해내면 '조지 거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

승부의 관건은 트리플 플립과 스핀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처럼 '레미제라블'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로 시작된다. 연습은 물론 쇼트프로그램 실전에서도 김연아는 이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기초점수 10.10점을 받을 수 있는 이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하면 좋은 흐름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이다. 15일(한국시간)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은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고 도약) 판정을 받았다.

얕은 인에지로 도약하는 트리플 플립은 그동안 김연아가 정석적으로 구사해왔던 점프다. 지난 2008년에 열린 그랑프리 3차대회 'Cup of China'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은 김연아는 이듬해에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어텐션(! : 잘못된 에지 사용 주의 요망)판정을 받았다.

이 때 이후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대신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트리플 플립은 스케이트 에지를 미세하게 안으로 향한 상태에서 도약하는 점프다. 그동안 정석적인 플립을 구사했던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의 판정으로 더욱 자극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을 수행한 뒤 이어지는 점프는 트리플 살코다. 이 전에 앞서 유나 케멜 스핀이 진행되고 직선 스텝 후에는 트리플 러츠가 이어진다.

프로그램 중반부까지 가장 큰 고비는 트리플 플립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롱에지 판정을 극복한다면 월드 챔피언 탈환을 위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 후반부에는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 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가 이어진다.

이 부분에 배정된 점프는 김연아가 무난히 뛰어온 쉬운 점프들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김연아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NRW트로피에서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점프에서 실수를 범했다. 당시 김연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실수가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그 때 실수가 나온 것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프로그램 후반부는 점프보다 스핀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리가 좋지 않은 김연아는 비엘만 자세를 생략한 채 레이백 스핀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에서는 레벨3을 노리고 유나 카멜스핀과 마지막 과제인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는 레벨4에 도전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은 안무와 스케이팅이다. 올해 초에 열린 '제67회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 클린에 성공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연기한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이후 3년 만에 나온 프리스케이팅 클린이었다.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큰 실수를 범한 것은 좋은 자극제가 됐다. 프로그램 초반 모든 점프를 가볍게 뛴 뒤 직선스텝까지 자신의 리듬을 유지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수행 과제가 12개인 프리스케이팅은 쇼트프로그램보다 클린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종합선수권 때처럼 프로그램 전체적인 밸런스의 감각을 끝까지 유지하면 클린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만약 김연아가 '레미제라블'을 완벽하게 연기하면 이 프로그램은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에 버금가는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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