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1 08:20

"로또의 저주?" 1등 당첨자 재테크 직접 확인해보니

기사입력 2012.08.24 15:52

강정훈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정훈 기자] #1. 광주에 살던 40대 가장 A씨는 2008년, 23억원짜리 로또 1등에 당첨돼 18억원을 수령했다.

A씨는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술집을 운영하다 술집이 망하자 주식과 다른 사업에도 손을 댔고, 이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당첨금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A씨는 친인척들에게 돈을 빌렸고, 수 천 만원의 빚을 떠안았다. 부인과 자주 다투는 가정 불화까지 겹치자 A씨는 지난 달 한 목욕탕 남탕 탈의실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2. B씨는 로또 1등 당첨 뒤 9개월 만에 당첨금 19억원(실수령액 13억원)의 대부분을 써버렸다. B씨는 최근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때린 혐의(상해)로 불구속 입건되기까지 했다.

#3. 2006년 경남에 살던 C씨(31)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4억여 원을 손에 쥐었지만 친형에게 사업자금을 제공하고 도박과 유흥비에 쏟아 부어 8개월 만에 당첨금을 탕진했다. C씨는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나 금은방을 털다 교도소 신세를 졌다.

이처럼 종종 언론에 등장하는 로또 1등 당첨자들의 불행은 일순간 우리를 ‘에이, 로또 1등 당첨 안되길 잘했네’라며 자위하게 만든다. 나아가, 이것은 마치 따먹지 못하는 포도를 보고 ‘저것은 분명 신 포도일거야’라고 합리화하는 여우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나눔로또의 발표에 따르면 1회부터 505회까지의 로또추첨 결과에서 총 2,857명의 로또1등 당첨자가 탄생했다. 이들은 최저 5억6천만원에서 최고 407억원을 당첨금으로 받아간 행운의 주인공들이다. 그렇다면 3,000명에 육박하는 1등 당첨자들 가운데 위 사례처럼 불행해진 사람이 특이한 사례이기 때문에 언론에 나오는 걸까?

실제로 한 대학 교수(김종선 한서대 행동경제학과 겸임교수)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은 그런 큰 돈을 관리해본 경험이 없어서 흥청망청 쓰다 결국 당첨금을 다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로또 1등 당첨자가 당당하게 등장해, 계획적으로 당첨금을 관리해 현재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글을 직접 써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477회 로또 1등 당첨자인 한호성(가명)씨는 자신에게 1등 당첨번호를 제공한 로또정보 커뮤니티사이트(lottorich.co.kr)게시판에 로또 1등 당첨자의 재테크 비법에 대해 글을 남겼다.

한 씨는 “19억 2천만원의 당첨금 중 세금을 제외하고 약 13억원 가량을 수령했는데, 로또 1등 당첨 이후 7개월 사이 적지 않은 지출이 있었다”라고 말하며 지출 항목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그의 글에 따르면, 한 씨는 개인적인 빚과 가족들의 빚을 합쳐서 정리하는데 총 1억3천3백만원, 그간 미뤄왔던 치과치료비로 총 9백만원(보철치료 4백, 임플란트 치료 5백), 주택구입비 5억 8천만원(등록세, 취득세 포함)을 사용했다.

또 그는 미래를 대비해 연금과 보험 등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퇴직 연금(65세부터 매월 450만원씩 지급) 명목으로 2억원, 자녀교육보험 1억원, 노후대책보험 (60세부터 각종 질병 보장 및 사망 시 2억원 지급)으로 총 3억4천5백만원을 사용했다.

그는 “로또 1등 당첨 후 7개월 동안 총 10억6천7백만원 정도를 지출한 셈”이라며, “현재 통장잔고가 251,738,269원 남아있는데, 일해서 버는 급여와 실제 1등 당첨자만 가능한 로또정보업체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매월 200만원 지급받는 걸 합치면 그것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477회 1등 당첨자의 당첨금 13억 수령 통장과 거래내역서>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재테크 비법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돈 좀 생겼다고 방만하게 엉뚱한 짓을 한다거나 그 외 별다른 천재지변이 생기지 않는 한, 인생설계 기반으로 착실하게 산다면 나름 안정감 있고 안락한 가장으로 남편으로 또 한 남자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7개월 전 하루하루 회오리가 요동치는 마음이었다면, 7개월이 지난 지금은 평온한 연못과도 같아 그 부분에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며 다른 1등 당첨자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같은 글을 작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씨의 용기 있는 글에 네티즌들은 “글을 읽으면서 참 현명한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오면 이 분처럼 설계해도 손색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옹**)”, “살아생전 이런 글을 직접 볼 수 있다니…당첨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ssa*******)”, “로또 되면 인생 망친다 하는 말들을 흔히 하는데,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겠죠? 저도 님처럼 살고 싶네요(연후**)” 등등의 반응을 보이며 진심 섞인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 로또리치 제공]
 

강정훈 기자 mousy0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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