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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터 백구대제전] 역대 최고의 한일전 명승부,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기사입력 2012.05.29 10:02 / 기사수정 2012.07.20 03:13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올림픽 예선을 마친 국가대표 여자 배구 대표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은 세삼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 준다. 특히, 대표팀이 2004 그리스 올림픽 이후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음을 감안해 본다면 이번 본선무대 진출 확정은 대단한 성과이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월드스타'로 거듭난 김연경을 필두로 황연주, 한송이, 김사니 등이 제 몫을 다 해 주는 일뿐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구기종목 메달을 획득했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야기는 뒤로하더라도, 유럽/남미의 강호들을 상대로 주눅이 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렇듯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나름의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1984년 LA, 1996년 애틀랜타, 2004년 그리스 올림픽때에는 꾸준히 상위권에 들며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러한 대표팀도 유독 아시안게임에서는 번번이 일본의 벽에 막히기 일쑤였다. 아니, 이는 여자 대표팀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 1950~60년대 일본 배구계는 아시아에서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아시아 배구계의 판도가 중국-한국으로 옮겨졌던 1980-90년대 이전까지 일본이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금메달을 석권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유독 일본을 만나면 힘을 냈다. 이번 올림픽 예선 역시 여자 대표팀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일본과의 경기를 잡으면서부터였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사건'이 일어났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장소가 일본이었다. 개최국 일본의 잦은 텃새로 말이 많았던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이 바로 그것이었다.

장윤희-김남순-정선혜-이도희 등 '국보급 멤버' 가득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은 여러모로 대표팀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종합순위 2위를 차지하기 위한 개최국 일본의 텃새가 생각 외로 심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황영조는 골인 직후 태극기를 들고 기쁨을 표하다가 대회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여자배구 역시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예선부터 차곡차곡 승수를 쌓은 대표팀은 4강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강적인 중국을 만났다. 중국은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을 차지할 만큼 당시 최강의 전력을 구축한 터였다. 그러나 대표팀은 장윤희를 필두로 정선혜, 박수정 등이 힘을 내며 풀세트 접전 끝에 중국을 3-2로 물리쳤다. 이제 남은 것은 홈팀 일본과의 결승전이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대표팀은 상대팀 외에 일본 관중과도 싸워야 했다. 그만큼 홈팀 일본의 응원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반면 대표팀은 재일교포들을 필두로 한 '소수정예 응원단'의 목소리에 힘을 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표팀은 1, 2세트 선전에도 불구하고 두 세트 모두 13-15로 내어주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이대로라면 대표팀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는 대표팀의 투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대표팀의 간판 장윤희와 김남순, 그리고 박수정이 번갈아가며 공격을 성공시켰다. 또한 홍지연마저 공-수에서 펄펄 날며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결국 대표팀은 3세트에서 일본에 단 3점만 내주는 '짠물 배구'를 펼친 데 이어 4세트마저 15-10으로 승리하며 승부를 마지막 세트까지 가져갔다. 일본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 연이어 두 세트를 내 준 후유증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표팀은 '렐리 포인트'로 진행된 마지막 5세트를 15-11로 가져가며 대한민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당시 대표팀 멤버로 활약했던 이들은 그대로 '백구의 대제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며 '여자배구의 르네상스'시대를 열기도 했다. 장윤희, 김남순, 정선혜, 홍지연, 박수정을 비롯하여 세터 이도희까지 갖춘 이 당시의 '국보급 멤버'들은 대한민국 여자배구사의 한 획을 그은 이들이 분명하다.

[사진=장윤희 전 대표팀 공격수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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