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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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챔피언' 첼시가 말한다…기록이 다가 아니다

기사입력 2012.05.20 11:13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이쯤 되면 기록의 함정이다.

첼시-FC바르셀로나 준결승 1차전 점유율 28%-72%, 슈팅수 4-19, 코너킥 1-8
첼시-FC바르셀로나 준결승 2차전 점유율 28%-72%, 슈팅수 7-17, 코너킥 1-10
첼시-바이에른 뮌헨 결승전 점유율 36%-64%, 슈팅수 9-35, 코너킥 1-20

제아무리 축구가 기록의 스포츠는 아니라 할지라도 모든 상황을 수치 데이터로 나열한 기록은 그 나름의 가치를 갖는다. 단순하게는 경기의 내용과 특성을 예상할 수 있고 깊게 들어가면 수치화된 기록은 상대의 전략을 파악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앞서 나열한 3경기, 첼시는 그 어떤 기록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1/12시즌 유럽의 챔피언만이 들 수 있는 빅이어 트로피를 하늘 높게 치켜든 팀은 모든 기록에서 뒤졌던, 기록만 보면 대패가 뻔해 보이는 첼시였다.

첼시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1/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뮌헨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첼시는 토마스 뮬러에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디디에 드록바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고 4-3으로 승부차기를 잡아내며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와 두 차례 모두 첼시의 전술은 같았다. 상대와 맞불을 펼치는 것을 피하고 전원이 자기 진영으로 내려와 일단 잠그고 보는 것이었다. 상대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뒤 적은 찬스를 골로 만들면서 첼시는 현재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점유율 축구에 의구심을 품게 했다.

한쪽에서는 질식수비라 칭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안티풋볼이라 비난받으며 양 극단의 경계를 오갔던 첼시의 축구는 뮌헨과 결승전에서도 똑같이 발휘됐다. 경기 내내 홈팀이나 다름없는 뮌헨의 공세가 불을 뿜었고 첼시는 막는 데 급급했다.

전반이고 후반이고, 연장전까지 가리지 않고 첼시의 무게중심은 언제나 아래였다. UEFA에서 측정한 선수들의 움직임 분포를 봐도 뮌헨은 하프라인 부근이 색이 짙었지만 첼시는 하프라인 아래가 진했다. 그만큼 밑에서 움직였다는 것이고 첼시는 지키는 축구를 했다.

수비진의 정교한 움직임과 미드필더의 많은 활동량, 계속된 수비에도 잃지 않는 집중력에 훌륭한 골키퍼 페트르 체흐의 존재까지 첼시는 높은 수준의 수비축구를 선보였다. 여기에 첼시는 수비만 하는 것을 넘어 이기는 축구를 했다. 기회는 적지만 상대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드록바의 존재를 적극 활용했고 기록의 열세를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축구는 골을 더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스포츠고 이기는 쪽이 끝까지 살아남은 강팀이 된다. 수비축구였든 안티풋볼이었든 중요치 않다. 역사가 기억하는 것은 첼시의 우승이고 첼시는 경기 내용과 기록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것이 바로 축구인 셈이다.

[사진 =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첼시 (C) 첼시 홈페이지 캡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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