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쇼트트랙 여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4개월 뒤 국제무대에서 은퇴하는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민정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에서 생애 102번째와 103번째 메달을 따내며 링크를 휩쓸었다.
특히 금메달을 따낸 여자 1000m 결승은 쇼트트랙의 진수를 유감 없이 선보인 한 판이었다.
최민정은 1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2026-2027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2차 대회 둘째 날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30초273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같은 날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선 맨 마지막 두 바퀴를 책임지는 한국 대표팀의 2번 주자를 맡아 이탈리아, 캐나다와 결승선 앞두고 날 들이밀기를 펼친 끝에 한국의 은메달(4분12초945)를 이끌었다.
이날 금메달과 은메달을 하나씩 추가한 최민정은 2014-2015시즌부터 참가한 월드투어(전신 월드컵 포함)에서 통산 메달 103개를 기록하게 됐다.
최민정은 앞서 지난 2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끝난 월드투어 1차 대회에서 금메달 하나와 은메달 두 개, 동메달 하나를 따낸 뒤 자신의 월드투어 메달이 100개를 넘어 101개가 됐다고 알렸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투어 메달을 103개까지 늘렸다.
최민정의 이날 여자 1000m 우승은 그의 쇼트트랙 기술과 예술이 모두 어우러진 명승부였다. 자신과 함께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김길리가 예선에서 넘어지며 탈락, 결승에 홀로 오른 최민정은 코트니 사로, 플로랑스 브뤼넬, 다나에 블레 등 홈링크 캐나다 선수 3명, 그리고 거친 스케이팅으로 명성이 높은 하너 데스멋(벨기에) 등 총 5명이 111.11m 링크를 9바퀴 돌았다.
최민정은 캐나다 선수 3명이 선두를 이끄는 가운데 뒤를 바짝 추격하며 때를 노렸다.
결국 최민정의 승부수가 적중했다. 두 바퀴 반을 남겨놓고 아웃코스를 질주하며 브뤼넬과 블레를 제치더니 결승선 반 바퀴 앞두고 마지막 코너를 돌 때 안 쪽을 파고 들어 캐나다 대표팀 에이스인 사로까지 따돌린 것이다.
최민정만 할 수 있는 놀라운 역전극이 금메달로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사로가 1분30초336으로 은메달, 데스멋이 1분30초393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열린 여자 계주 3000m에서도 최민정은 한국이 3위인 상태에서 마지막 두 바퀴를 질주, 순위를 한 칸 끌어올렸다.
한국은 결승에서 심석희~최민정~김민지~김건희 순으로 라인업을 짜 이탈리아, 캐나다, 네덜란드와 경쟁했다.
111.11m 링크를 27바퀴 도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최민정은 결승선 직전 코너를 돌아나온 뒤 인코스를 확보해 스케이트 날을 쭉 내밀고 뒤집기를 시도했다.
사진 판독 결과 이탈리아가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은 캐나다를 따돌리며 은메달 획득을 확정지었다. 최민정도 팀 동료들과 함께 은메달을 추가하고 월드투어 메달 수를 103개로 늘렸다.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을 넘어 한국 스포츠사에 한 획을 그은 '리빙 레전드'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최민정은 지난 세 차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를 따내 쇼트트랙 대선배인 전이경과 함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따낸 한국 선수가 됐다.
또한 올림픽 메달로 범위를 넓히면 총 7개를 기록하면서 하계대회까지 포함해 한국 선수 중 올림픽 메달을 가장 많이 획득한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전 세계 쇼트트랙 선수들 중에서도 금메달 수에선 한국과 러시아 국가대표로 각각 3개씩 총 6개를 따낸 빅토르 안에 이어 전이경, 왕멍(중국), 샤를 아믈랭(캐나다)과 함께 총 4개로 공동 2위다.
총 메달 수에선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14개), 안현수,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이상 8개)에 이어 단독 4위다. 최민정을 '쇼트트랙 GOAT(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다만 최민정은 지난 2월 열린 2026 올림픽과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다음 시즌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물러날 것임을 밝혀 한국은 물론 전세계 쇼트트랙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최민정의 현재 실력이면 2030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해 메달 추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2027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최근에도 이를 재차 확인했다.
ISU 공식 SNS에 따르면 최민정은 지난 1차 대회를 마치고 "이번 시즌이 내 마지막 시즌"이라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 최민정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