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다현, 심수봉
(엑스포츠뉴스 명희숙 기자) 가수 심수봉이 후배 트로트 가수 김다현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영 트로트'에 대한 담론 역시 뜨겁다.
심수봉은 지난 20일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 '제10회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앞 순서로 공연을 펼친 김다현을 겨냥한 거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심수봉은 자신의 음악 전주가 흘렀음에도 이를 끊고 "제 앞에 노래 부른 여자"라고 김다현을 지칭하며 "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심수봉은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아가씨인 것 같다"며 "노래를 듣고 있으면서 너무 힘이 들었다. 여러분 앞에서 이야기한다. 제 앞에 저 선수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비판했다.
특히 심수봉은 음악에 관한 자신만의 신조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노래라는 건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인생 경험도 해보고, 찾아온 분을 위로해주는 음악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1955년생인 심수봉이 2009년생으로 올해 17세인 까마득히 어린 후배 김다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며 큰 논란을 빚었다.
김다현의 아버지인 김봉곤 역시 지난 21일 엑스포츠뉴스에 "다현이가 영상을 보고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후 펑펑 통곡했다"며 김다현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심수봉은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김다현과 전화 통화를 하며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다현은 "심수봉 선생님과 직접 통화도 했고 선생님께서 직접 사과의 말씀도 해주시고 격려와 따뜻한 위로도 해주셨다"고 알렸다.
심수봉의 공개 비판이 17세 김다현을 향한 지나치게 가혹한 지적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심수봉의 발언을 계기로 최근 트로트 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영 트로트'에 대한 담론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현역가왕' 등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붐을 이루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트로트 스타가 탄생했다. 그 중심에는 미성년자 트로트 가수들도 한몫했다.
미성년 트로트 가수들은 앳된 외모와 반전을 이루는 탄탄한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성인가요가 주축을 이루던 트로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가사에 담긴 함의나 감성을 충분히 경험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미성년 가수들이 성인의 사랑과 이별 등을 노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뒤따랐다.
미성년 가수들이 성인 가수들의 무대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거나 농익은 성인가요 창법을 구사하는 것을 두고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럼에도 '영 트로트'의 확산으로 트로트 시장의 외연이 한층 넓어졌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김다현을 비롯해 정동원, 오유진, 전유진, 김태연 등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으며 인기와 실력을 두루 갖춘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들이 선보이는 트로트 역시 기존 성인가요의 틀을 넘어 댄스와 팝, 힙합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했고, 젊은 팬층을 유입시키는 데도 한몫했다.
때문에 '영 트로트'를 단순히 기존 트로트와 동떨어진 이질적인 흐름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어린 가수들이 성인의 감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느냐는 논의와, 이들이 트로트의 세대와 장르적 경계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는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이번 심수봉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22일 엑스포츠뉴스에 "심수봉 씨가 발언에 대해 충분히 사과했다. 또 본인 이야기에 소신도 분명히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로트 장르가 성인가요로 인식되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가사 내용이나 의미 전달, 표현 방식에 있어서 충분한 경험치가 필요하다"며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어린 친구들이 많이 등장하고 이런 과정에서 너무 어린 나이부터 소비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또한 분명히 있다"고 최근 트로트 시장의 흐름을 언급했다.
이어 정 평론가는 "심수봉 씨가 그런 불편함에 대한 우려가 되는 걸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다소 세게 이야기한 면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어린 친구들이 일찍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되는 것에 대해 잘못된 지점이 있다고 본다"고 '영 트로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성년 트로트 가수들이 어린 나이부터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이런 것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은 어린 친구들을 어른들이 소비하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퍼포먼스를 어린 미성년 가수들이 하는 게 괜찮은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음악을 깊게 생각하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상하게 소비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수봉이 후배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목해 상처를 준 방식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논란은 세대를 거듭하며 변화하고 있는 트로트가 무엇을 노래하고,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남겼다. '영 트로트'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금, 세대 간 음악관의 차이를 공개적인 비난이 아닌 건강한 논의로 풀어가는 것이 가요계에 남은 과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MBN-TV조선 방송화면
명희숙 기자 aud666@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