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9-0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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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일찍 왔는데 바로 잠들 것 같더라"…'조기 퇴근', 그러나 생활 리듬 지킨 LG 고우석 '등판 예감' 적중→1078일 만의 잠실 마운드서 SV 수확 [잠실 인터뷰]

기사입력 2026.09.05 03:59 / 기사수정 2026.09.05 03:59



(엑스포츠뉴스 잠실, 이우진 기자) LG 트윈스의 '돌아온 끝판왕' 고우석이 1078일 만에 밟은 잠실 마운드에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첫 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최고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앞세워 세이브까지 수확했다.

고우석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 경기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고우석에게는 여러모로 특별한 등판이었다. 미국 무대 도전을 마치고 LG로 돌아온 뒤 처음으로 잠실 마운드에 오른 경기였다.

고우석이 정규시즌 잠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건 지난 2023년 9월 22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무려 1078일 만이다. 세이브를 수확한 것 역시 2023년 9월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1081일 만이었다.

출발은 매끄럽지 않았다. 첫 타자인 르윈 디아즈를 상대로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면서 공 4개가 연달아 볼이 돼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자 LG 코칭스태프가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 고우석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고우석은 빠르게 제 모습을 되찾았다. 커터로 구종에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을 압박했고, 양우현과 류지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강민호를 2루수 뜬공으로 정리하며 더 이상의 위기 없이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고우석은 "계속 밸런스를 잘 잡으려고 했는데 첫 타자 때는 그게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잘 피해 간 것 같다"며 "구종 변화도 확실히 효과가 있었고 코치님이 올라와 주신 것도 효과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한 직후 빠른 대처가 주효했다.

고우석은 "구종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코치님이 올라오면서 바로 구종을 바꾸자고 하셨다"며 "앞 타자에게 4구 연속 볼을 던졌으니까 다음 타자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승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한가운데에 앉아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마운드에 올랐지만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었다.

고우석은 등판 당시 팬들의 함성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지면 큰일 날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1078일 만에 잠실 마운드에 오른 느낌에 대해서도 "점수 차가 좀 벌어지거나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런 것들이 잘 느껴졌을 텐데, 아무래도 경기에 계속 집중하다 보니까 그런 건 뒤로 미뤄두고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번 등판을 앞두고는 컨디션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전날 '조기 퇴근'에 성공한 고우석은 최대한 오래 경기를 지켜본 뒤 생활 리듬을 조절하고자 했다.

고우석은 "그때 사실 너무 졸렸다. 그 시간에 집에 돌아가면 바로 잠들 것 같았다"며 "(주변에서) 왜 집에 안 가느냐고 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경기를 지켜보면서 응원했다. 늦은 저녁에 리듬을 맞추기 위해 늦게 저녁을 먹고 잠들었고, 오늘 늦게까지 잤다. 그게 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고우석을 움직인 건 최근 동료들이 보여준 모습이었다.

고우석은 "이번 주 두산전 3연승을 했고, 어제(3일) 경기를 이기면 뭔가 흐름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걸 잡아냈다. 그래서 '오늘 무조건 잘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3연투를 하는 것, 고군분투하는 것을 지켜봤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어린 투수(박시원)가 잡아내주는 것도 봤다"면서 "그래서 '이거는 내일 내가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힘줘 말했다.

동료들이 고우석의 합류를 두고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건넨 것도 알고 있었다. 고우석은 "사실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런 얘기를 해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LG의 뒷문을 책임졌던 고우석은 그렇게 다시 잠실 마운드에서 팀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1078일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다시 선 자리에서, '끝판왕'은 자신의 손으로 LG의 승리를 지켜냈다.


사진=잠실, 이우진 기자 / 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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