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현직 승무원 신분으로 대만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장전원이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선보였다.
28일(한국시간) 대만 매체 '대만민보'는 2026 여자야구 월드컵 타이난 조별리그가 27일 막을 내린 가운데 대만 대표팀이 2027년 열리는 결선 진출권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만은 영국과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에서 15-0으로 대승했다. 이 경기에서 대만 항공사 스타럭스 소속 승무원으로 근무하는 장전원이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깔끔한 호투를 선보이며 팀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2회에는 삼자범퇴 이닝까지 완성했다.
대만은 이날 하루에만 3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치렀다. 오전 필리핀을 8-2로 꺾었고 오후에는 일본에 2-11로 패했다. 하지만, 저녁 영국전에서 15-0 대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별리그 대만 최종 성적은 3승2패. 일본이 5전 전승으로 1위, 베네수엘라가 4승1패로 2위, 대만이 3위로 3개 팀 모두 2027년 미국 록퍼드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선 진출권을 따냈다.
장전원의 야구 인생은 정규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장전원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야구를 좋아해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처음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고교 2학년 때 공식 대회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 현재 CPBL 라쿠텐 몽키스 소속 천보하오와 맞대결을 펼쳤지만, 0.2이닝 만에 12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기가 오히려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외국어학과에 진학한 장전원은 여자야구팀에 들어가 본격적인 야구 훈련을 시작했다. 스스로 훈련비를 부담하며 트레이너를 고용해 실력을 키웠고, 홍콩와 오키나와 등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도 참가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8년 홍콩 국제 대회에서 투수상을 받았고, 같은 해 전국 여자야구 선수권대회에서는 타격상까지 거머쥐며 투타 겸비한 선수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야구 인생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장전원은 2024년 월드컵 결선 대만 대표팀 선발을 위해 대학원 휴학을 신청 뒤 1년간 혹독한 훈련에 매진했다. 선발 선수권 대회에서 타격상까지 받을 만큼 기량을 끌어올렸지만, 결국 대표팀 최종 선발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실의에 빠진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야구 장비를 모두 기부해 버리기까지 했다. 장전원은 그 시절을 회고하며 "가장 아쉬운 것은 가장 좋아했던 언니들과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의 꿈이 꺾인 그때 새로운 길이 열렸다. 대만에서 최근 럭셔리 항공사로 각광 받고 있는 스타럭스 항공의 승무원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장전원은 승무원이라는 두 번째 꿈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인 남편이 쉬지 않고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 6일 훈련하던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났고 국가대표의 꿈이 다시 불타올랐다.
승무원 생활 2년 만에 장전원은 이번 2026 여자야구 월드컵 대만 국가대표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한 달 가까운 단체 소집 훈련 기간이었다. 임신이나 중대 질병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스타럭스 항공은 이례적으로 유급 휴직을 허용했다.
장전원은 "회사가 이런 기회를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스타럭스 항공 측도 "국제 무대에서 완벽하게 등판하고 무사히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을 보며 전 직원이 자랑스럽고 고무됐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럭스 항공은 과거에도 대만 야구를 지원한 바 있다. 2024년 프리미어12 대만 대표팀이 우승한 이후 선수 28명과 코치진 10명 전원에게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을 제공했다.
승무원과 국가대표라는 두 가지 꿈을 동시에 이뤄가고 있는 장전원. 영국전 완벽한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 등판을 발판 삼아 내년 미국 월드컵 결선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사진=장전원 SNS 계정 사진 캡처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