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양정웅 기자) KBO 리그에서 이론의 여지 없는 '왕조'라고 할 수 있는 팀은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1986~1989년 해태 타이거즈, 그리고 2011~2014년 삼성 라이온즈다.
특히 삼성은 유일무이한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이 한 차례도 없었던 삼성은 2000년대 3회(2002, 2005~2006년)에 이어 2010년대 초반을 휩쓸며 자신의 시대를 만들었다.
2010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후 류중일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된 삼성은 2011시즌 초반 중위권에서 출발했다. 6월 월간 승률 1위(0.682)가 됐지만, KIA 타이거즈 역시 같은 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은 전반기를 KIA에 2경기 뒤진 2위로 마쳤다.
당시 삼성은 외국인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빅리그 통산 55홈런을 기록했던 라이언 가코는 류 감독의 '나믿가믿'(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에도 불구하고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쳤고,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하던 카도쿠라 켄도 부진과 부상 등이 겹치며 부진했다.
결국 삼성은 7월 중순 이들을 모두 방출하고, 덕 매티스와 저스틴 저마노라는 두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차우찬과 윤성환, 장원삼 등 토종 선발진이 버텨줬지만,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결단은 성공적이었다. 매티스는 10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52, 저마노는 8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2.78의 성적을 거뒀다.
삼성 역시 후반기 33승 17패 2무(승률 0.660)의 성적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선두 경쟁팀들인 SK와 KIA가 후반기 힘을 잃으면서 삼성은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면서 2011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26년. 삼성은 다시 한 번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스프링캠프부터 팔꿈치 통증으로 1경기도 나오지 못했던 맷 매닝, 그리고 그의 대체자였던 잭 오러클린을 모두 방출하고, 메이저리그(MLB) 8시즌 동안 통산 132경기(선발 119경기)에서 32승을 거둔 크리스 페덱을 영입했다.
타이밍도 좋았다. 삼성은 2~3위권을 유지하다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통해 1위로 등극했다. 여기에 후반기 출발과 동시에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어깨 통증을 느끼면서 선발진에 큰 공백이 생겼다. 이때 페덱이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페덱은 데뷔전이었던 18일 대구 롯데전에서 6이닝 1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엄청난 투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 152km/h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을 잘 섞어 던지면서 세 번의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페덱은 KBO 리그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뒀는데, 이는 삼성 투수 중 15번째 기록이다. 이 중에는 2011년의 매티스와 저마노도 포함됐다.
페덱은 말 그대로 삼성이 '우승청부사' 역할을 기대하고 온 선수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의 물음에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특별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듣기로는 2014년이 마지막 우승이라고 하던데,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삼성을 택한 이유에 대해 페덱은 "오퍼 당시 삼성은 당시 2위를 달리며 우승 레이스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항상 우승을 원했기에 좋은 선수들과 함께라면 팬들에게 우승 반지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사인했다"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삼성 라이온즈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