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전반에만 네 골을 몰아친 잉글랜드가 프랑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난타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3위를 차지했다.
잉글랜드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4위전에서 난타전 끝에 6-4 승리를 거뒀다.
이날 토마스 투헬 감독의 잉글랜드는 4-3-3 전형으로 경기에 나섰다. 딘 헨더슨 골키퍼가 대회 처음으로 골문을 지킨 가운데 제드 스펜스, 마크 게히, 에즈리 콘사, 자렐 콴사가 백4를 형성했고, 데클런 라이스, 에베레치 에제, 모건 로저스가 중원에 배치됐다. 공격 라인에는 마커스 래시포드, 아이반 토니, 부카요 사카가 포진했다.
고별전을 치르게 된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4-2-3-1을 꺼내들었다. 마이크 메냥 골키퍼를 비롯해 테오 에르난데스, 막상스 라크루아, 이브라히마 코나테, 말로 귀스토가 수비 라인을 형성했고, 3선에 아드리앵 라비오와 워렌 자이르-에메리, 2선에 데지레 두에, 라얀 셰르키, 마이클 올리세, 최전방에는 대회 득점왕에 도전하는 킬리안 음바페가 출전했다.
전반 초반부터 난타전이 펼쳐진 가운데 기선 제압에 성공한 쪽은 잉글랜드였다.
잉글랜드는 경기 시작 3분도 채 되기 전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프랑스 두에의 패스를 하프라인 부근에서 가로챈 라이스가 직접 드리블로 전진한 뒤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다.
12분에는 사카가 추가골까지 넣는 듯했다. 왼쪽으로 파고든 뒤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주심이 부심의 깃발을 확인한 뒤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면서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전반 18분 라이스의 인스윙 코너킥을 콘사가 문전에서 가장 높이 뛰어올라 헤더로 마무리하며 점수는 2-0으로 벌어졌다.
프랑스 역시 음바페, 셰르키 등이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열어젖히지 못했는데, 결국 이들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은 사카였다.
전반 37분 사카의 침투 패스를 받은 래시포드의 첫 슈팅은 메냥 골키퍼에게 막혔고, 이어진 사카의 재차 슈팅마저 수비에 걸렸다. 그러나 두 선수는 침착하게 공격을 이어갔고, 래시포드가 다시 내준 패스를 사카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전반 추가시간에도 사카의 발끝이 빛났다. 에제가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침투하는 사카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고, 사카는 한 차례 볼을 잡아놓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오른쪽 하단을 꿰뚫으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전반에만 4-0까지 달아난 잉글랜드는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듯 했다.
전반전 기록 역시 잉글랜드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줬다. 슈팅 수에서 10-5, 유효슈팅에서는 7-2로 프랑스를 크게 앞섰고, 기대득점값(xG) 역시 1.40-0.29로 압도하며 공수 양면에서 상대를 완전히 제압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전반전이었다. 프랑스가 A매치에서 전반에만 4골을 허용한 것은 1968년 4월 유고슬라비아와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예선 이후 무려 5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후반전 경기 흐름은 전반과 정반대였다.
프랑스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데샹 감독은 에르난데스, 코나테, 셰르키, 두에를 빼고 뤼카 디뉴, 다요 우파메카노, 우스만 뎀벨레, 브래들리 바르콜라를 동시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교체 카드는 곧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후반 3분 우파메카노가 교체 투입된 올리 왓킨스의 볼을 끊어낸 뒤 공격에 가담했고, 올리세를 거쳐 전달된 패스를 음바페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 넣으며 추격의 시작을 알렸다.
기세를 탄 프랑스는 6분 뒤 추가골까지 만들었다. 이번에는 음바페가 도우미로 나섰다. 음바페의 침투 패스를 받은 바르콜라가 콘사를 스피드로 따돌린 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니어포스트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4-2를 만들었다.
프랑스는 후반 21분 결국 한 골 차까지 따라붙었다. 올리세가 감각적인 힐 패스로 음바페에게 기회를 만들었고, 음바페는 공을 잡아놓은 뒤 왼발 슈팅으로 헨더슨을 뚫어냈다. 이번 대회 10호골이자 월드컵 통산 22호골을 기록한 음바페는 월드컵 역대 개인 최다 득점 신기록도 함께 작성했다.
흔들리기 시작한 잉글랜드도 변화를 선택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후반 34분 토니와 에제를 불러들이고 엘리엇 앤더슨과 주드 벨링엄을 동시에 투입하며 중원과 공격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흐름을 바꾸려는 잉글랜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공격을 이어간 프랑스는 절호의 동점 기회까지 잡았다. 후반 36분 올리세와 뎀벨레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원투패스로 잉글랜드 수비를 무너뜨렸지만, 문전에서 올리세가 시도한 결정적인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며 동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기를 넘긴 잉글랜드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40분 프랑스의 귀스토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스펜스를 넘어뜨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키커로 나선 사카는 후반 42분 침착하게 골문 오른쪽 하단으로 차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잉글랜드는 5-3으로 다시 격차를 벌리며 사실상 승부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경기는 종료 직전까지 뜨겁게 전개됐다. 프랑스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6분 우파메카노가 라이스의 패스를 가로챈 뒤 직접 전진해 뎀벨레에게 연결했고, 뎀벨레는 찰로바를 제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다시 한 골 차 승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잉글랜드도 곧바로 응수했다. 후반 추가시간 8분 벨링엄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프랑스 수비수 세 명을 연달아 제친 뒤 침착한 마무리로 쐐기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완전히 끝냈다. 벨링엄은 이번 대회 7호골을 기록하며 잉글랜드 선수의 월드컵 단일 대회 최다 득점 기록도 새롭게 작성했다.
결국 프랑스 데샹 감독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는 대회 최고의 명승부 가운데 하나로 남을 만한 화려한 난타전으로 막을 내렸다. 프랑스는 후반에만 네 골을 몰아치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며 끝까지 잉글랜드를 압박했지만, 전반 4실점의 부담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사카의 해트트릭과 벨링엄의 쐐기골을 앞세워 6-4 승리를 완성하며 이번 대회를 3위로 마무리했다. 이는 잉글랜드가 1966년 우승 이후 거둔 월드컵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무려 10골이 터진 난타전과 끊임없이 뒤바뀐 경기 흐름 속에 두 팀은 결승전 못지않은 명승부를 펼치며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 중 하나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