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생애 2번째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베테랑 임동섭(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최근 들어 물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는 활약을 펼쳤다.
소노는 10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CC 이지스와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81-80 승리를 거뒀다.
앞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1, 2차전은 모두 KCC의 승리로 끝났다. 5일 열린 1차전은 KCC가 75-67로 승리를 거뒀다. 이어 2차전에서는 국내선수들의 3점포가 폭발하면서 96-78로 이겼다.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치른 3차전에서도 KCC가 88-87로 이겼다. 소노는 경기 후반 8점 차로 지던 경기를 이정현의 활약 속에 뒤집었으나, 종료 직전 숀 롱에게 허용한 자유투 2개가 모두 들어가면서 통한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역대 KBL 챔피언결정전에서 0승 3패 팀이 우승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시즌까지 5차례 해당 사례가 나왔는데, 지난해 서울 SK 나이츠(3승 4패)를 제외하면 모두 4전 전패로 시리즈가 끝났다.
소노는 3차전과 마찬가지로 이정현-김진유-케빈 켐바오-강지훈-네이던 나이트가 스타팅으로 나왔다. 2차전에서 선발로 나왔던 임동섭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1쿼터 종료 직전 코트에 투입된 임동섭은 2쿼터 초반 연속 블록으로 수비에서 기여했고, 리바운드에도 적극 참여해 세컨드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2쿼터에는 3점포 2방을 터트리면서 격차를 벌렸다.
3쿼터 KCC에 역전을 허용한 이후 소노는 4쿼터 초반 반격에 나섰는데, 이때도 임동섭의 역할이 컸다. 이정현의 3점으로 64-64 동점을 만든 후 임동섭이 외곽포와 미들 득점을 연달아 올리면서 5점의 리드를 만든 것이다. 쿼터 중반에도 다시 3점포를 추가했다.
이날 임동섭은 24분 19초를 뛰며 14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2블록을 기록했다. 3점슛 8차례 시도에서 4번이나 넣는 등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3차전의 영웅은 막판 3점슛과 자유투를 성공시킨 이정현이었지만, 임동섭도 그에 못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손창환 소노 감독도 "임동섭이 터져줬다. KCC와 1차전부터 그쪽 라인의 선수들이 터지면 쉽게 갈 수 있었다. 다행히 오늘 해줬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임동섭은 "1, 2차전 완패를 당하지 않았나. 그래도 3차전을 패배했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이 나아졌다"며 "오늘 KCC가 축포를 터트리는 분위기였는데, 오히려 우리 선수들이 마음을 비우고 3차전 나아진 경기력을 믿고 끝까지 밀어붙였던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경기 총평에 나섰다.
임동섭은 "지난 경기부터 내가 되든 안 되든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이)정현이나 (케빈) 켐바오가 공간이 생기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오늘 KCC 선수들이 유난히 다리가 무거워보이더라"고 한 그는 "그래서 그냥 받아먹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핸드오프도 가고 2대2도 했다. 정현이나 켐바오, (네이던) 나이트까지 수비가 몰려있었는데, 그래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시즌 중에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던 임동섭은 챔피언결정전 들어 맹활약을 하고 있다. 1차전에서 10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한 그는 3차전에서 3점슛 4방을 터트리며 18점을 올렸다. 여기에 4차전까지 이를 이어간 것이다. 상대는 이정현과 나이트, 켐바오의 '빅3'만 막을 수 없게 됐다.
임동섭은 "내가 상대 팀 감독이어도 당연히 빅3에 수비의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욕을 먹더라도 찬스가 나면 쏘고, 붙으면 파울을 얻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3차전까지 모두 패배하면서 소노는 탈락 위기에 놓였다. 손 감독은 "이번 시즌 치르면서 제일 심플하게 (미팅을) 했다"며 "올라갈 때 버스 타며 올라가는데, (선수들에게) '일하면서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원래 경기 전에 감독님이 칠판에 빼곡히 써놓으신다"고 한 임동섭은 "감독님도 지난 경기 타격이 컸던 것 같다. 정규리그까지 통틀어서 오늘이 제일 심플하게 적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오히려 심플하게 생각하면서 기본부터 지키면서 했다. 이전 경기들과 달리 우리의 에너지 레벨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승리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소노는 치열한 일정 속에서도 KCC를 에너지로 압도했다. 임동섭은 "우리 선수들은 컨디션이 더 좋았고, KCC 선수들은 다리가 무겁다고 느꼈다. 오늘은 연장을 가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또한 "감독님을 비롯해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늘 경기를 임했다. 비록 1승이지만, 아직 우리는 낭떠러지에 있지만, 잘 준비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직체육관을 찾은 '위너스'(소노 팬덤 이름)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임동섭은 "팬들의 힘이 컸다. 3차전 때는 우리도 사람인지라 기세가 많이 기울었다"며 "그래서 에너지가 잘 안 났었는데, 팬들의 응원소리를 듣고 각성상태가 됐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프로 15년 경력의 베테랑 임동섭이지만, 챔피언결정전 경험은 이번이 2번째다. 서울 삼성 썬더스 시절인 지난 2016~17시즌에 이어 2번째다. 공교롭게도 당시 삼성의 사령탑은 이상민 현 KCC 감독이었고, 손창환 감독은 상대이자 우승팀인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의 코치였다.
9년 전과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임동섭은 "그때도 간절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나이가 나이다 보니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이어 "후회 없이, 어디가 부러지거나 터지거나 찢어지거나 상관 없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1승을 하긴 했지만, 소노는 여전히 1패만 하면 탈락인 위기 상황이다. 임동섭은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고, KCC 선수들이 원래 실력이 좋지만 경기력이 워낙 좋다. 우리가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손 감독의 말을 언급한 임동섭은 "본인을 좀 힘들게 해달라고 하셨는데, 감독님께서 아마 더 고생하셔야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사진=KBL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