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울린 日 레전드, 19년 전 아픔 재소환 …"한국전 홈런 허용 어깨 부상, 커리어 크게 바뀌어"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언론이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이승엽(현 요미우리 자이언츠 1군 타격코치) 앞에 무릎을 꿇었던 좌완 이시이 히로토시를 재조명했다.

일본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채널'은 10일 'WBC 대회 도중 낙마했던 선수들 5명'이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게재했다. 이시이는 유일하게 한국과 인연이 컸다.

'베이스볼 채널'은 "2006 WBC는 이시이의 커리어를 크게 바꿔놓았다"며 "당시 1라운드 한국전에서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왼쪽 어깨에 통증이 생겼다. 결국 2라운드 중반에 하차했다"고 보도했다.

2006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각국의 현역 빅리거들을 불러모아 만든 '야구 월드컵'의 초대 대회였다. 한국은 김인식 당시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비롯해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김선우, 봉중근 등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모두 소집했다.

2006 WBC 1라운드는 대륙별로 치러졌다. 한국은 대만, 중국, 일본과 A조에 편성돼 일본 도쿄돔에서 게임을 치렀다. 1차전에서 대만을 2-0, 2차전에서 중국을 10-1로 꺾고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일본과의 3차전은 사실상 자존심 싸움이었다. 한국은 김선우가 선발투수로 나섰지만 3⅓이닝 7피안타 1탈삼진 2실점으로 고전했다. 반면 일본 선발투수 와나타베 슌스케는 한국 타선을 4⅔이닝 3피안타 3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봉쇄하면서 한국이 끌려가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웃은 건 한국이었다. 1-2로 뒤진 8회초 1사 후 이종범이 이시이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쳐내면서 반격의 불씨를 당겼다. 이어 '국민타자' 이승엽이 일본과 이시이를 무너뜨리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작렬, 스코어를 3-2로 만들었다. 

한국은 이후 '일본 킬러' 구대성이 8회말, 박찬호가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챙겼다. 일본 최정예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야구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는 반대로 이시이에게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이시이는 2005시즌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61경기 73⅔이닝 4승3패 37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1.95를 기록한 특급 마무리였다. 2006 WBC에서도 일본 불펜 필승조에 배치됐지만, 이승엽에게 역전 홈런을 허용한 뒤 어깨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시이의 어깨 부상은 커리어 내내 발목을 잡았다. 2006시즌 11경기 등판에 그쳤고, 2007~2010년은 아예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2011시즌 1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베이스볼 채널'은 "이시이는 2002시즌부터 야쿠르트 불펜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약했고, 2005시즌 37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WBC 일본 대표로 선발됐다"며 "2006시즌부터 (WBC에서 당한) 부상으로 1군 마운드와 멀어졌다. 2011년을 끝으로 은퇴했고, 이 해 은퇴 경기가 5년 만에 1군 등판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 위키피아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