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여자 탁구 간판 신유빈(대한항공·세계 12위)이 일본 에이스를 상대로 분전했으나 끝내 고개를 숙였다.
중국과 일본 선수들을 이겨내지 못하는 신유빈의 징크스가 아쉽게 한 번 더 재현됐다.
신유빈은 9일(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쥐바그 에네르기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프랑크푸르트 대회 여자 단식 4강에서 일본의 에이스 하리모토 미와와 격돌해 게임스코어 2-4로 패했다.
하리모토는 2008년생으로 올해 17살이다. 부모가 중국에서 선수 생활으로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 왔는데 오빠인 도모가즈와 동생인 미와를 일본에서 낳았다. 하리모토는 지난 2014년 국적을 일본으로 바꿨다. 이제 17살인데 세계랭킹이 7위에 달하는 등 천재성을 뽐내고 있다.
신유빈은 이번 패배로 하리모토와의 역대 전적에서 1승6패 열세를 기록하게 됐다.
올해 세 차례 붙어 모두 졌다. 신유빈은 지난 3월 WTT 스타컨텐더 첸나이 4강에서 붙어 0-3으로 졌고, 8월엔 WTT 챔피언스 요코하마 32강에서 만나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3달 만에 치른 리턴 매치에서 다시 패하며 올해 3전 전패를 찍었다.
신유빈은 하리모토를 만나 1게임을 내주고 2게임을 따내는 등 초반 접전을 이어갔다. 1게임에선 2-0으로 앞서다가 내리 8실점했으나 맹추격에 성공했다. 아쉽게 9-11로 졌지만 하리모토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2게임은 압승이었다. 시작하자마자 맹공을 펼치며 6-0까지 훌쩍 달아난 신유빈은 결국 하리모토를 두 점으로 틀어막고 11-2로 이겼다.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이번 대회 들어 드러난 신유빈의 좋은 컨디션이 준결승에서도 유지되는 모양새였다.
3게임이 아까웠다. 듀스에서 11-10으로 앞서갔으나 이후 3점을 내주면서 게임을 뒤집기로 내준 것이다.
4게임마저 4-11로 무너져 벼랑 끝에 몰린 신유빈은 5게임에서 다시 일어섰다. 밀리던 경기를 맹추격한 뒤 듀스 끝에 12-10으로 이겼다. 하리모토의 서브 때 리시브 범실이 나오는 게 아쉬웠지만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잘 싸웠다,
하지만 6게임에서 하리모토가 웃으면서 신유빈은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4차례나 듀스를 기록하는 혈투 끝에 13-15로 게임을 잃고 결승 티켓을 하리모토에게 넘겨줬다.
하리모토는 같은 일본 대표로, 지난해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동메달리스트인 하야타 히나(세계 13위)와 우승을 놓고 다툰다.
하리모토는 나이가 어리지만 힘을 앞세우면서 거친 탁구를 한다는 게 탁구계 평가다. 신유빈 입장에선 중국 선수들도 넘어야 하지만 자신보다 4살 어린 하리모토를 극복해야 앞으로 국제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신유빈은 2023년 8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WTT 스타컨텐더 대회 우승 이후 여자 단식 국제대회 우승 기록이 없다.
WTT는 투어대회를 5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최상급 시리즈가 WTT 그랜드 스매시, 그 다음이 WTT 챔피언스다. WTT 스타 컨텐더, WTT 컨텐더, WTT 피더가 각각 3~5번째 등급의 대회다.
신유빈은 지난 2023년 8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WTT 스타컨텐더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여자단식 마지막 트로피 획득이다.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적은 아직 없다.
쑨잉사(세계 1위)와 왕만위(세계 2위), 친신퉁(세계랭킹 3위), 왕이디(세계랭킹 4위), 콰이만(세계랭킹 5위), 천이(세계랭킹 8위) 등 중국 톱랭커들이 8일 개막한 중국 전국체전에 참가하느라 이번 대회 모두 불참하면서 신유빈은 일본 선수들과 붙어 승리하면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신유빈은 8강까지 순항했고 준결승, 결승에서 연달아 일본의 강자들과 격돌이 예정됐으나 준결승에서 결국 짐을 싸게 됐다.
신유빈은 하리모토를 이겼더라면 생애 첫 WTT 챔피언스 결승을 이룰 수 있었다.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세계랭킹도 한 자릿 수 진입이 가능했지만 직전 대회인 WTT 챔피언스 몽펠리에에 이어 챔피언스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을 성과로 챙기고 다음을 기약한다.
한편, 같은 날 열린 남자 단식 4강에서도 남자 대표팀 맏형 이상수가 독일의 중국계 선수 치우 당에게 게임스코어 1-4(4-11 9-11 11-7 6-11 9-11)로 져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