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끝판대장' 오승환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홈 최종전을 마무리한 뒤 그라운드에서 오승환의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진행했다.
이날 경기 전에는 팬사인회, 사진 전시 등 사전 행사가 열렸다. 오승환은 은퇴 기자회견, 은퇴 기념 시포 행사를 소화했다. 오승환 선수의 아들인 오서준 군이 시구를 맡았고, 오승환이 아들의 공을 받았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팀이 5-0으로 앞선 9회초 구원 등판해 대타로 나선 최형우를 상대로 삼진을 솎아냈다. 오승환은 최형우, 강민호와 차례로 포옹한 뒤 김재윤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경기는 삼성의 5-0 승리로 끝났고, 삼성은 이날 정규시즌 4위를 확정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본격적인 오승환의 은퇴식 행사가 치러졌다. 우선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이동현, 정근우, 채병용, 박재상, 김백만, 채태인, 김강민 등 한국 야구의 황금세대를 대표하는 1982년생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오승환의 은퇴를 축하했다.
이후 오승환의 브이로그 영상과 오프닝 하이라이트 영상이 차례로 전광판을 통해 송출됐고, 오승환이 자신의 등장곡인 '라젠카 세이브 어스'와 함께 외야 가운데 담장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승환의 입장 퍼포먼스가 진행된 이후에는 선물 및 감사패 전달, 은퇴 축하 영상 편지 상영, 오승환의 고별사 낭독, 고별 퍼포먼스, 가족 꽃다발 및 선물 전달, 유니폼 반납이 이어졌다.
오승환이 그라운드를 돈 뒤에는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오승환은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구단 역사상 네 번째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다. 이제 삼성에서는 그 누구도 21번을 사용할 수 없다.
밴드 국가스텐의 프론트맨 하현우가 은퇴 축하공연에서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선보였고, 이후 선수단 인사, 불꽃놀이, 팬 감사 영상, 다큐멘터리 예고편 영상 송출을 끝으로 은퇴식이 마무리됐다.
오승환은 직접 준비해온 고별사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늘 승리만 생각하며 걸어 나오던 이 길을 이렇게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걸으니 가슴이 벅차고 한편으론 먹먹하다"며 "내게는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야구, 가족, 삼성 그리고 팬 여러분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프로 무대에 처음 올라 수많은 관중 앞에서 공을 던지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제가 온 힘을 다해 던진 공으로 팀이 승리하고 팬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행복했고 큰 희열을 느꼈다"며 "더 잘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노력했고, 그 노력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나 또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해도, 주저 없이 야구를 택할 것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경기장에 오셔도 제 투구를 끝까지 보지 못하시고 도중에 나가시곤 했던 어머니, 늘 제 걱정이 먼저셨던 분"이라며 "누구보다 나를 믿어주셨고,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었다. 오늘 이 순간을 하늘에서도 함께 보고 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고 말했다.
또 오승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과 선수들을 위해 일하는 이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유니폼을 제일 늦게 벗는 트레이닝 코치님들께 진심으로 고맙다. 특히 오늘 이렇게 멋진 은퇴식을 준비해 주신 마케팅팀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얘기했다.
끝으로 오승환은 "이제 유니폼을 벗지만, 여러분의 함성과 박수는 내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 함성과 박수를 그들에게 더 많이 부탁드린다 "팬 여러분들과 앞으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한국 야구를 사랑하겠다. 여러분의 응원 속에서 살아온 시간, 제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오승환의 고별사 전문.
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해 주시기 위해 이렇게 많은 발걸음을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승리만 생각하며 걸어 나오던 이 길을 이렇게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걸으니 가슴이 벅차고 한편으론 먹먹합니다.
평소 인터뷰에서 짧게 감사의 인사만 드렸습니다만,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무대인 이 그라운드에서는 여러분을 마주 보고 오늘 제 진심을 직접 전하고자 합니다.
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야구, 가족, 삼성 그리고 팬 여러분들입니다.
저에게 야구는 말로 다할 수 없이 특별한 존재,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공을 던지는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매 순간 행복했습니다. 모든 조건을 타고난 편도, 모든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지만,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야구가 알려줬습니다.
프로 무대에 처음 올라 수많은 관중 앞에서 공을 던지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제가 온 힘을 다해 던진 공으로 팀이 승리하고 팬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행복했고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더 잘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노력했고, 그 노력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태어나 또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해도, 저는 주저 없이 야구를 택할 것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삼성. 삼성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팀이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늦게 프로에 입단했습니다. 입단 당시엔 부상도 있었고 그저 평범한, 내세울 만한 성적도 없었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가능성을 보여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삼성 구단이 선택해 줬고,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이라는 최고의 환경에서 뛰었기에 5번의 우승을 팬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故 이건희 회장님과 이재용 회장님, 유정근 사장님 그리고 구단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늘 함께 땀 흘리며 싸운 동료들, 그리고 늘 맞서 싸워준 상대 선수들에게도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있었기에 제 야구 인생이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동료들과 함께 삼성의 9번째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팀에 자부심을 갖고 후배들이 꼭 이뤄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 어린 시절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도 부모님과 형들은 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 주셨습니다.
아버지! 언제나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보여주신 그 사랑이 힘이 됐습니다. 지금의 돌부처 오승환을 있게 한 건 마운드 위에서는 감정을 숨기라고 알려주신 아버지 덕분입니다. 그리고 우리 형들, 제가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신해 줬고, 덕분에 든든하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수년간 사랑하는 아내와, 저의 아들 그리고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항상 제 곁을 지켜줬습니다. 오래 선수 생활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지난 몇 년 힘든 순간마다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게 공을 잡을 수 있게 저를 단단하게 잡아준 것은 와이프와 아들 덕분입니다.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아들에게 오늘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아빠가 야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끝까지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너와 이 자리에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와이프 김지혜. 옆에서 나를 지탱해 주고 어쩌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짐들을 함께 짊어져 주고 오승환의 아내로서 서준이의 엄마로서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당신이 있었기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고 앞으로 야구선수가 아닌 남편으로 서준이 아빠로서 더 많이 노력할게. 앞으로 우리 더 재밌고 행복하게 살자.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에 계셨으면 했던 분이 있습니다. 바로 하늘에 계신 어머니입니다. 경기장에 오셔도 제 투구를 끝까지 보지 못하시고 도중에 나가시곤 했던 어머니. 늘 제 걱정이 먼저셨던 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누구보다 저를 믿어주셨고,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은퇴투어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꽃을 받았는데, 생전 좋아하시던 꽃도 더 많이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습니다. 야구선수 아들을 둬서 누구보다 마음을 졸였을 어머니, 오늘따라 유난히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제 걱정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오늘 이 순간을 하늘에서도 함께 보고 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또 다른 특별한 존재인 팬 여러분. 오늘의 오승환이 있기까지 저의 존재와 영광은 모두 팬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부족한 제게 늘 용기와 희망을 주셨고, 제가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셨고, 때로는 야유도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떤 이는 박수칠 때 떠나라고 말하지만, 저는 끝까지 박수를 얻기 위해 노력한 제 길에 후회가 없습니다. 공 하나에 끝까지 제 모든 것을 다해 던지는 모습을 후배들과 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저 오승환, 후회 없이 던졌고 후회 없이 떠납니다.
한 가지 여러분께 부탁을 드리자면, 제가 가족만큼 사랑하는 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후배들에게 지금 주시는 과분한 사랑을 앞으로도 아낌없이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강민호, 구자욱, 김재윤, 원태인 선수부터 2군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까지 모두가 이 팀의 미래입니다. 또한, 저를 이끌어 주셨던 선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끝까지 야구할 수 있었던 건 선수들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헌신해 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유니폼을 제일 늦게 벗는 트레이닝 코치님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특히 오늘 이렇게 멋진 은퇴식을 준비해 주신 마케팅팀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유니폼을 벗지만, 여러분의 함성과 박수는 제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 함성과 박수를 그들에게 더 많이 부탁드립니다. 저는 마주 보고 계신 팬 여러분들과 앞으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여러분과 함께 한국 야구를 사랑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응원 속에서 살아온 시간, 제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모든 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