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일본 탁구에 기념비적인 날이 됐다. 중국에서 귀화한 하리모토 남매가 안방 요코하마를 완전히 지배하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상위 레벨 대회인 챔피언스에서 동반 우승했다.
여동생 미와가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오빠 도모카즈까지 결승에서 한국의 오준성을 제압하고 정상에 오르며 남매가 나란히 'WTT 챔피언스 요코하마' 우승컵을 연달아 들어 올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하리모토 도모카즈는 9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의 20세 신성 오준성을 게임스코어 4-1(7-11 11-7 11-4 11-8 11-7)로 꺾었다.
출발은 오준성이 좋았다. 오준성은 1게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몰아붙였다. 2-2 이후 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가져왔고 9-4까지 달아나며 하리모토를 압박했다.
하리모토가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오준성이 11-7로 첫 게임을 가져갔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하리모토가 2게임에서 강력한 포핸드와 안정적인 수비 후 반격을 앞세워 11-7로 승리했다.
이후 경기 흐름은 급격하게 하리모토 쪽으로 넘어갔다. 3게임에서 하리모토는 포핸드와 백핸드를 가리지 않고 빠른 타이밍에 공격을 퍼부었다.
2-2에서 점수 차를 벌리기 시작했고 오준성이 좀처럼 공격 리듬을 찾지 못하는 사이 11-4로 손쉽게 게임을 끝냈다.
4게임에선 오준성도 물러서지 않았다. 4-6으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득점을 올리며 7-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리모토가 7-7 동점을 만들자 오준성은 타임아웃까지 요청하며 흐름을 끊었고, 8-7까지 다시 앞섰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하리모토의 집중력이 더 강했다. 하리모토는 8-8 동점을 만든 뒤 3점을 연속으로 따내 게임스코어 3-1까지 벌렸다.
마지막 5게임에서도 오준성이 끝까지 추격했으나 하리모토를 넘지 못했다. 첫 게임을 내준 뒤 이후 네 게임을 내리 따낸 역전승이었다.
하리모토는 지난해에 이어 WTT 챔피언스 요코하마 남자 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아쉽지만 오준성도 잘했다. 국가대표로 이름 날린 오상은 감독의 아들인 오준성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탁구 남자 단식의 세대교체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알렸다.
세계랭킹 31위로 이번 대회 결승까지 올라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증명했고 마지막 관문에서 석패했다.
오준성의 선전과 함께 하리모토 남매의 우승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일본 탁구 입장에서는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보다 더 기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리모토 남매는 중국에서 일본으로 귀화한 특별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부모가 중국 쓰촨성 출신의 전직 탁구 선수로, 아버지는 중국 쓰촨성 대표 선수로 활동했고, 어머니 역시 중국 정상급 탁구 선수 출신이었다.
남매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2014년 아버지와 함께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 탁구 스타로 활약 중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하리모토 도모카즈는 중국에서 중국 선수들과 경기할 때마다 일방적인 야유를 들어야 했다. 지난해부터 중국과 일본의 정치적 갈등이 불거지면서부턴 하리모토남매가 더더욱 표적이 돼 중국 관중들은 둘에게 레이저 포인터를 쏘기도 했다.
도모가즈는 지지 않고 우승 소감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문구를 인용, 중국인들의 공격을 사실상 받아치고 새 조국 일본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하리모토 남매는 이날 체육관에서 둘을 지도한 아버지에게 금메달을 나란히 바쳤다. 뿌리는 중국이지만 이제는 명실상부 일본 탁구 에이스로 거듭난 하리모토 남매의 향후 활약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WTT / 아프로스포츠 / 텔레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