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여자 피겨 유망주 신지아(세화여고)가 시니어 무대 데뷔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다만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연달아 점프 실수를 범해 올림픽 티켓 다툼을 앞두고 연기 완성도 높여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이게 됐다.
신지아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우드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챌린저 시리즈 CS 크랜베리컵 인터내셔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4.57점, 예술점수(PCS) 57.28점, 감점 4점을 더해 합계 117.85점을 받았다.
신지아는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 점수 62.12점을 합쳐 총점 179.97점을 기록하고 이사보 레비토(207.61점·미국), 소피아 사모델키나(203.15점·카자흐스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신지아는 이번 대회가 자신의 시니어 데뷔전이었다.
2008년 3월생인 신지아는 당초 ISU 규정대로라면 2023-2024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ISU는 3년 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어린 여자 선수들이 도핑테스트에 적발되는 등 문제가 생기자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을 높였다.
신지아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그는 4년 연속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나서 모두 은메달을 수확하는 이례적인 일을 겪었다.
다행히 신지아는 2008년 6월30일까지 태어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2025-2026시즌부터 시니어 무대 출전 연령에 해당된다. 내년 2월 벌어지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도 나설 수 있다.
신지아의 라이벌인 일본 피겨 유망주 시마다 마오가 2008년 10월생이어서 내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것과 비교된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은 땄지만 점프 실수가 3차례나 나와 신지아 입장에선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시니어 데뷔 시즌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으로 고른 아람 하차투리안의 발레 모음곡 '스파르타쿠스'를 고른 신지아는 첫 점프 과제 더블 악셀(기본점수 3.30)을 무난하게 뛰어 수행점수(GOE) 0.99점 가산점을 얻었으나 이어진 트리플 루프(기본점수 4.90)에서 엉덩방아를 찧어 GOE 2.45점이 깎였다.
트리플 살코(기본점수 4.30)와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기본점수 8.30) 점프를 안정적으로 착지하며 GOE를 각각 0.77점, 0.64점을 얻은 신지아는 플라잉 카멜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모두 레벨 4로 처리하며 기세를 살렸다.
하지만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 첫 점프 과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기본점수 11.11)에서 후행 점프 착지가 흔들리며 다시 넘어졌다.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러츠(기본점수 6.49) 단독 점프에서도 엉덩방아를 찧은 것은 물론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모자라는 경우) 판정까지 받아 GOE가 2.95점이나 깎였다.
코레오시퀀스에 이어 스텝 시퀀스(레벨 3),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으로 연기를 마무리한 신지아는 실망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신지아는 총 3번을 넘어지면서 감점을 4점이나 받았다.
신지아는 주니어 시절인 지난 2024년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8.95점을 얻은 게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점이다.
당시보다 20점 이상 부족한 점수로 시니어 무대 첫 프리스케이팅을 마치게 됐다.
신지아는 한 달 이상 숨을 고른 뒤 다음달 25일부터 27일까지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시니어 무대 두 번째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이어 10월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ISU 그랑프리 시리즈 '컵 오브 차이나' 출전을 통해 생애 첫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도전장을 내민다.
신지아는 크랜베리컵을 모두 마친 뒤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이번 대회가 시니어 첫 데뷔 무대라 설레면서도 긴장됐던 무대였다"며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실수가 나와 속상했지만, 앞으로 보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다음 대회인 네벨혼 트로피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향후 각오를 전했다.
신지아는 2021-2022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4차례 출전해 모두 은메달을 따낸 한국 여자 피겨의 기대주다.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은메달 2번을 따내고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선 금메달 3번이나 목에 거는 등 '포스트 김연아' 대표 주자로 각광을 받았다.
한국은 2026 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싱글 쿼터 두 장을 확보한 상태다. 신지아와 함께 ISU (시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적이 있는 김채연, 이해인 등이 출전권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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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