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환 기자) 여전히 지소연의 시대다.
동아시안컵 우승을 선언한 신상우호가 중국과의 접전 끝에 2-2로 비겼다. 경기 막바지 터진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베테랑 '지메시' 지소연의 극적 동점포로 거둔 귀중한 무승부다.
신상우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한국은 선제골을 내준 이후 장슬기의 동점골로 따라붙었고, 후반전 추가 실점 이후 지소연의 극장골로 무승부를 만들었다. 42전 4승9무29패로 상대전적에서 크게 밀리던 한국은 이날 패배로 중국 상대 10번째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김민정이 골문을 지켰고, 장슬기, 노진영, 김혜리, 고유진이 수비라인을 맡았다. 중원은 지소연과 이금민, 정민영, 강채림, 문은주가 구성했다. 전유경이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중국은 판홍옌이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고, 샤오즈친, 왕린린, 우하이옌, 리멍웬이 백4를 구축했다. 중앙에는 야오웨이와 리우징, 측면에는 장신과 왕솽이 배치됐다. 최전방 투톱은 천자오주와 진쿤.
한국이 포문을 열었다. 전반 7분 페널티지역 앞에서 상대가 멀리 걷어내지 못한 공을 잡은 강채림이 골문을 바라보고 과감한 오른발 슛을 때렸지만, 강채림의 슈팅은 위로 높게 떴다.
격전지는 중원이었다. 한국과 중국 모두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측면 공격수들이 안쪽으로 움직이며 중원 싸움에 가담했다. 양팀 선수들은 거친 태클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기회가 되면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는 중거리슛 한 방으로 중국 쪽으로 기울었다.
전반 15분 측면에서 올라온 상대의 크로스를 김혜리가 머리로 걷어내려고 했으나 공이 멀리 가지 않았고, 페널티지역 밖에서 대기하던 야오웨이가 공을 잡아놓은 뒤 강력한 중거리슛을 때려 한국 골네트를 출렁였다.
한국은 곧장 반격에 나섰다.
전반 18분 본인이 좋은 위치에서 얻어낸 프리킥 키커로 나선 지소연의 직접 슈팅은 크로스바 위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전반 19분에는 지소연의 패스를 받은 전유경이 문전에서 좋은 기회를 맞이했으나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기 직전 중국의 주장 우하이옌이 걷어내면서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흐름을 가져오려던 한국에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22분 전유경이 상대와의 경합 이후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것이다. 의료진은 전유경이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판단, 결국 22분 만에 경기 첫 번째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실려나온 전유경 대신 김민지가 투입됐다.
다행히 한국이 분위기를 이어갔다. 전반 26분 측면을 통한 공격에서는 강채림이 다시 한번 슈팅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골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반 35분에는 지소연이 페널티지역에서 가볍게 내준 공을 뒤따라 쇄도하던 정민영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빗나갔다.
결정력이 아쉬웠다. 전반 37분 김민지의 전환 패스를 받은 강채림이 일대일 상황에서 절호의 득점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전반 43분 역습 상황에서 장슬기가 공을 몰고 올라가다 패스한 공을 골문 왼편에서 잡은 문은주의 슈팅도 골문을 외면하고 말았다.
운까지 따라주지 않았다. 전반 45분 상대 골문 앞에서 강채림이 헤더로 돌려놓은 공이 골라인을 넘어서기 직전 판홍옌 골키퍼가 쳐냈다.
계속 두들기던 한국이 전반전이 끝나기 전 결실을 봤다. 연이은 슈팅 끝에 마침내 동점골을 터트린 것이다.
전반 추가시간 1분 공격에 가담한 장슬기가 문전에서 강한 슛을 쐈고, 이것이 상대 수비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장슬기는 지난해 4월 필리핀과의 친선경기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터진 득점으로 자신의 106번째 A매치에서 15호골을 기록했다.
추가시간 3분이 주어진 전반전은 1-1 동점으로 끝났다.
신상우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문은주를 현슬기와 교체했다. 중국은 전반전 선발 명단 그대로 후반전을 시작했다.
후반전 초반 한국이 약간 밀어붙이는 흐름으로 진행되자 중국은 후반 10분 교체카드를 통해 변화를 꾀했다. 장신과 리우징을 불러들이고 왕옌원과 탕지알리를 투입했다.
한국이 위기를 넘겼다. 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가 한국 수비진을 거쳐 페널티지역 왼편으로 침투한 왕솽에게 향했고, 왕솽이 골문 구석을 바라보고 낮게 깔리는 슈팅을 날렸지만 옆으로 지나갔다.
한국은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전방의 지소연을 중심으로 공격을 조립하려고 했으나, 새로 투입된 중국의 교체 자원들이 한국 선수들을 거세게 압박한 탓에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다.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오지 못한 게 결국 화가 됐다. 후반 22분 한국이 추가 실점을 내주면서 다시 중국이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코너킥 상황에서 반대편으로 흐른 공을 천자오주가 잡아 재차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서 야오웨이가 머리로 돌려놓은 공을 샤오즈친이 헤더로 연결해 득점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추가골이 터진 뒤 왕솽과 야오웨이를 장린옌과 선멍위로 교체하며 교체카드를 추가로 사용했다.
한국은 몇 차례 좋은 장면을 만들었으나 오프사이드로 인해 무산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의 승부수는 추효주였다. 답답한 경기가 계속되자 한국은 후반 35분 강채림을 추효주로 바꿨다. 중국은 진쿤을 즈제를 내보내며 1점 차 리드 굳히기에 들어갔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5분. 한국은 이금민을 케이시 유진 페어로 교체해 막판까지 동점골을 노렸다.
결국 한국이 다시 경기 균형을 맞췄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지메시' 지소연이 해냈다.
페널티지역 바깥쪽 먼 거리에서 공을 잡은 지소연은 호쾌한 중거리슛을 날려 중국 골네트를 갈랐다. 지소연의 73번째 A매치 득점이 터진 극적인 순간이었다.
경기는 결국 지소연의 동점골을 끝으로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 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