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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추락한 세이부, '전설은 끝났다'

기사입력 2007.10.02 00:51 / 기사수정 2007.10.02 00:51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세이부 라이온스는 1982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단 한 번도 B 클래스(리그4~6위)로 추락하지 않으며 일본 퍼시픽리그의 전통 강호로 군림했던 팀이었다.

특히, 90년대 초반 아키야마 코지-기요하라 가즈히로(현 오릭스 버팔로스)-오레스테스 데스트라데가 버틴 'AKD포'는 상대 투수를 공포에 떨게 했다. 똘똘한 유격수 이시게 히로미치도 공·수에서 만점활약을 펼쳤다.

투수진에선 이시이 다케히로(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코치)-니시구치 후미야-마쓰자카 다이스케(현 보스턴 레드삭스)가 에이스 역할을 이어받으며 마운드를 이끌었다. 2003년 말 '5-Tool 유격수'로 각광받았던 마쓰이 가즈오(현 콜로라도 로키스)의 이적으로 공백에도 불구, 세이부는 이듬해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세이부의 2007' 시즌은 '악몽' 그 자체다. 세이부는 1일 현재 65승 2무 74패의 성적으로 리그 5위에 그치고 있다. 3경기가 아직 남아 있지만 리그 3위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격차는 무려 8.5게임 차로 일찌감치 B 클래스 추락이 확정되었다.

공·수의 핵이 빠졌어도 이듬해 새 얼굴을 발굴하며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던 세이부. 2005년에도 기적처럼 뒷심을 발휘하며 3위에 안착했다. 그러나 2007' 시즌에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세이부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에이스 마쓰자카를 메이저리그로 떠나보냈다. 그러나 보스턴으로부터 5500만 달러라는 수혜를 받았고 마쓰자카의 빈자리는 3년차 우완 와쿠이 히데아키(사진, 올 시즌 17승 9패 평균자책점 2.81)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확실하게 메웠다.

게다가 신인 키시 타카유키가 10승(2 완봉승) 7패 평균자책점 3.47로 맹활약을 펼치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마쓰자카의 공백은 신진급 투수들이 확실하게 메워 팬들의 걱정을 덜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등을 거쳤던 베테랑 우완 제이슨 존슨이 올 시즌 중반에야 합류, 1승 4패 평균자책점 4.35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은 아쉬웠다. 니시구치 또한 9승 10패 평균자책점 4.36의 성적으로 제값을 못했다.

타선도 아쉬움이 있었다. 세이부가 자랑하는 '쌍포' 와다 가즈히로(.315 18홈런 49타점)-알렉스 카브레라(.295 27홈런 81타점)를 필두로 G.G 사토(.277 25홈런 65타점), 나카지마 히로유키(.302 12홈런 72타점) 등 오른손 타자들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반면, 왼손타자들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왼손타자 제프리 리퍼가 1일 현재까지 기록한 성적은 .261 8홈런 28타점. 육성 중인 외국인 유망주라면 별 부담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리퍼는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등을 거친 메이저리그 출신 1루수다.

좌타자로 분투한 선수는 쿠리야마 타쿠미(.282 5홈런 29타점), 스위치히터 후쿠시 카즈키(.274 20타점 27도루) 정도밖에 없었다. 한때 고교야구 최다홈런 기록(81홈런)을 가지고 있던 오오시마 히로유키(.216 8타점)는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허술해진 뒷문. 한때 모리 신지(전 템파베이 데블레이스)-도요타 키요시(현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어지는 '철벽 포크볼러 불펜진'을 자랑했던 세이부였으나 현재는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외국인 투수 알렉스 글라만의 성적은 4승 6패 17세이브. 그러나 평균자책점은 4.06으로 높은 편이다. 또 다른 문지기인 오노데라 치카라는 4승 5패 13세이브의 성적에 평균자책점은 5.18에 달한다. 믿음이 가지 않는 세이부의 뒷문이다.

세이부의 불펜진에서 제 몫을 한 선수는 좌완 미츠이 코지(4승 2패 23홀드 평균자책점 2.22), 신인 잠수함 이와자키 테츠야(3승 1패 1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2.85)정도 밖에 없다.
 
25년 만에 B 클래스로 전락한 세이부의 추락. 이는 더 이상 '갑작스런 샛별 출현'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보장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세이부는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제도(FA)로 매번 스타를 빼앗겨 왔다.

90년대 아키야마, 기요하라, 좌완 쿠도 기미야스(현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등 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선수들은 모두 떠나가버렸다. 21세기 들어서 세이부를 떠난 마쓰이 가즈오, 마쓰자카, 도요타에 대해서도 세이부 구단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 구단 재정을 확보하는 데에 더 염두를 두었다.

또한, 세이부가 거물급 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한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시즌 영입한 에토 아키라는 한 때 히로시마 카프의 주포로 활약했던 스타였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동한 것이 아니라 요미우리로 옮긴 도요타에 대한 '보상 선수' 자격으로 이적해 온 것이다.

결국, 더 이상의 '요행수' 없이 하위권에 처지는 굴욕을 겪은 세이부. 세이부의 추락은 '투자' 없이 큰 '결실'은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또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사진=세이부 라이온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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