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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피겨 천재' 툭타미셰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1.10.31 07:37 / 기사수정 2011.10.31 11: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여제' 김연아(21, 고려대)가 빠진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춘추전국시대'였다. 특별한 강자 없이 기존의 선수들과 떠오르는 신인들의 경쟁이 예상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풍의 눈'이 등장했다.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위해 육성하고 있는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4, 러시아)는 시니어 데뷔 무대에서 곧바로 정상에 등극했다.

툭타미셰바는 30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소거에서 막을 내린 '2011~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2차대회 Skate Canada'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117.81점을 획득했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59.57점과 합산한 최종합계 177.78점을 획득한 툭타미셰바는 172.26점을 받은 스즈키 아키코(26, 일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싱글 시니어 그랑프리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툭타미셰바가 처음이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21, 일본)를 비롯한 톱 스케이터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었다. 김연아는 2006년 그랑프리 시리즈 'Skate Canada'에서 168.48점의 점수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사다 마오는 2005년에 열린 'Cup of China'에 출전해 2위에 올랐다. 이 때 아사다가 받은 점수는 176.60점이었다. 시니어 데뷔 대회 우승이 한 스케이터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못된다. 하지만, 주니어의 경기력과 습관을 버리고 곧바로 우승을 차지한다는 점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툭타미셰바의 이번 'Skate Canada' 우승은 이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김연아와 아사다를 비롯한 많은 스케이터들은 최종 고지인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을 향해 경쟁을 펼쳤다. 김연아가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이 경쟁 체제는 막을 내렸다. 이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툭타미셰바가 첫 시니어 대회에서 이룩한 성과들

1996년 12월 17일생인 툭타미셰바는 만으로 아직 15세가 되지 않았다. 14세의 나이에 시니어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툭타미셰바가 최초다.

지난 2008년, 러시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2010~2011 시즌부터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했다.

자신이 출전한 2번의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루마니아, 독일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러시아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등극했다. 하지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라이벌'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5, 러시아)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툭타미셰바는 10대 초반에 트리플 5종 점프(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를 모두 완성시켰다. 하지만, 실전대회에서 이 점프들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비로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김연아는 다양한 점프를 모두 성공시키면서 롱에지와 다운그레이드 없이 알토란같은 가산점(GOE)를 받아왔다. 그가 경이적인 스케이터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세계 정상급 여자 싱글 스케이터들 중, 트리플 5종 점퍼로 알려진 이들이 많다. 하지만, 실전대회에서 다운그레이드와 롱에지 없이 꾸준하게 가산점을 받아온 여자 싱글 스케이터는 김연아 외에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대회에서 툭타미셰바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다. 그리고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1.40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김연아 이후, 시니어 대회에서 이 점프의 조합을 제대로 시도한 스케이터는 없었다. 툭타미셰바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소화하면서 1점이 넘는 가산점까지 챙겼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걸쳐 10번의 점프를 시도했다. 모든 점프를 성공시키면서 롱에지와 다운그레이드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최근, 여자 싱글에서 이렇게 깨끗한 프로토콜을 보는 것도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국내 유망주들과 같은 세대

피겨 스케이팅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몸이 변하는 체형에 따라 올바르게 적응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는 스케이터도 있다. 이제 겨우 14세에 불과한 툭타미셰바가 성장하는 체형에 어떻게 적응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또한, 아사다 마오와 카롤리나 코스트너, 그리고 키미 마이스너(22, 미국)도 어린 시절 '피겨 천재'로 불리며 자국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정상급 스케이터로 남으려면 기량 발전과 동시에 이를 유지해나가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툭타미셰바가 정체되지 않고 계속 성장해나갈지의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툭타미셰바의 강력한 라이벌은 자국 동료들이다. 주니어 챔피언인 소트니코바도 이번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도전한다. 여기에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를 휩쓴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3, 러시아)도 소치올림픽 유망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 피겨는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싱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리나 슬루츠카야(32, 러시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은메달,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동메달)이후, 여자 싱글에서는 정상급 스케이터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러시아의 여자 싱글 강세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8월, 국내에서 열린 아이스쇼 출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슬루츠카야는 "지금 러시아 여자 싱글에는 유망주 2명이 있다. 나는 이들이 소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피겨 스케이팅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종목이다. 매 시즌 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과 결과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올 시즌, 한국 피겨는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단 한명의 선수도 출전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피겨의 희망은 조금씩 싹트고 있다.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한 김해진(14, 과천중)과 박소연(14, 강일중)은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해진은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박소연은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한 여자 싱글 선수들 중 최고점(144.71)을 받았다.

잘하는 외국 스케이터가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국내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며 성장하는 국내 유망주들을 생각할 때, 앞으로 툭타미셰바의 이름은 심심찮게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 =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이리나 슬루츠카야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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