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환 기자) 변성환 감독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그의 말 속에는 분노가 꾹꾹 담겨 있었다.
지도자로서 전반전에만 선수 두 명이 퇴장당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변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치열한 맞대결을 기대했지만, 이기제와 권완규의 연속 퇴장으로 준비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분노했다.
수원 삼성은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인천의 공격수 무고사와 김성민에게 연달아 실점을 허용해 0-2로 패배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수원은 리그 6위에 머물렀다. 수원의 순위는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더 아래로 밀려날 수 있다.
이번 시즌 K리그2 우승 후보인 수원과 인천의 맞대결은 팽팽한 흐름으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전반전에만 선수 세 명이 퇴장당하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수원은 인천의 미드필더 문지환이 퇴장당할 때만 하더라도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후 이기제가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다.
심지어 전반전 막바지에는 기존 경고를 갖고 있던 권완규가 상대 스로인을 방해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두 명이 빠진 채 후반전에 돌입한 수원은 브루노 실바와 세라핌을 활용한 빠른 역습으로 기회를 엿보려고 했으나, 인천의 주포 무고사에게 무너졌다. 무고사는 후반 5분 헤더로 선제골을 넣더니, 후반 22분에는 날카로운 패스로 김성민의 골을 도우면서 수원에 패배를 안겼다.
경기 후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변성환 감독은 "경기 결과가 상당히 아쉽다. 우리가 준비한 걸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 화가 난다"며 "난 선수나 지도자로서 우승을 경험하면서 기쁨의 눈물도 흘렸고, 속상해서 운 적도 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우리 팬들이 응원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는 소감을 전했다.
잠시 말을 멈춘 변 감독은 이내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우리 선수들이 너무 많이 고생한 것 같다. 축구를 하면서 두 명이 퇴장당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오늘은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필드 플레이어들 8명이 찬스를 많이 허용했지만, 반대로 만들기도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경기 종료 직전까지 싸워줘서 감사하다. 11대11로 다시 경기를 치르면 되갚아 주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기제와 권완규의 퇴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들에게 이번 일에 두고 엄중한 경고를 보낼 거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변 감독은 "심판의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자세하게 다시 봐야겠지만 (이)기제의 경우 분명하게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본인도 보호해 주는 장면을 보여줬다"면서도 "두 선수로 인해 팀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 부분은 명확하게 전달할 생각이다. 경험 많은 두 친구로 인해 우리가 일주일 동안 준비한 모든 게 물거품이 돼서 아쉽다. 절대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돌아가서 상황을 판단할 것이다. 가만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명이 퇴장을 당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 맞은 하프타임을 돌아봐달라는 질문에는 "고통스럽고 복잡한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도자로서 한 명이 퇴장당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주어진 스쿼드 안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지 코칭 스태프들과 논의했다. 후반전에는 4-3-1로 서기로 결정했다. 선제 실점을 비교적 일찍 허용해서 계획이 틀어졌다. 아쉬운 건 사실이나 경기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양쪽 벤치에서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알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변 감독은 그러면서도 "패배는 인정하고, 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뛰어났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 경기에서는 되돌려줄 것"이라며 다음 맞대결에서는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은 다음 라운드에서도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서울 이랜드 FC 원정을 떠난다. 지난 시즌 유독 서울 이랜드에 약한 모습을 보인 데다, 이번 경기에서 퇴장이 두 명이나 나온 탓에 기존 선수들의 체력 소모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이 크다.
그러나 변 감독은 "기존 선수들이 훈련이 잘되어 있고, 현재 선발 명단에 있지 않은 선수들도 컨디션이 좋아서 걱정은 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좋은 경쟁 체제가 생길 거로 생각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생겼을 거로 생각해서 걱정하지 않는다. 충분한 회복은 필요하다"며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끝으로 수원이 인천에 비해 어떤 면에서 뛰어났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자 변 감독은 "공을 소유하는 상태와 공격 작업, 공을 가졌을 때 상대가 들어오는 강도 등을 보면서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상대 팀 감독은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현장에서 보는 감이라는 게 있다"고 답했다.
또 "발 빠르게 대응할 생각이었다. 11대11 상황에서 상대를 충분히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재밌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 거다. 양 팀 모두 사고 없이 11대11 경기를 했으면 누가 더 좋은 경기를 하고, 강팀인지 알려줄 수 있었을 거고 팬들도 좋은 경기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퇴장으로 인해 두 팀 모두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점에 아쉬워했다.
변 감독은 "인천은 승리를 가져갔기 때문에 보상을 받은 느낌이지만, 나는 화가 난 상태다.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를 대비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