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가고시마, 김환 기자) 프로 데뷔 후 8번째 시즌을 앞둔 조영욱의 2025시즌 키워드는 '칠전팔기'다.
2023년 김천 상무에서 13골 5도움을 올리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의 결승전 역전 결승골을 터트리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조영욱이었지만, 부상 탓에 그 흐름을 2024시즌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조영욱은 아쉬움을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최근 FC서울의 전지훈련지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조영욱은 "나는 전에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 어린 선수들은 당돌하다"며 농담을 던지면서도 시즌 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진지한 표정으로 김기동 감독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조영욱이 강조한 것은 '자신감'이다. 조영욱은 지난해 반복되는 부상과 부진으로 자신감을 잃었고, 이는 조영욱의 경기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조영욱은 공격 포인트, 특히 득점을 통해 자신감을 얻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이 아직 외인 스트라이커를 영입하지 못한 상황은 조영욱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당장 15일 제주와의 개막전에서 스트라이커 출격이 예상된다.
측면보다 중앙에서 뛰는 게 편하다고 밝힌 조영욱은 "내 기량이 팀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시즌 초반에 팀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조영욱과의 일문일답.

-몸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다음 주가 개막인데 그때까지 잘 준비하면 될 것 같다.
-개막이 이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확실히 이르다. 어느 순간 개막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몸을 끌어올리는 것도 이전보다 더 집중하시는 것 같다. 원래 그러시는지, 개막이 당겨져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걱정되는 건 잔디다. 잔디가 얼어 있을 것 같다.
-잔디 상태가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텐데.
부상 걱정도 있지만, 경기력적인 부분도 걱정된다. 잔디가 안 좋으면 선수들도 7~80%만 보여줄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개막전 선발이 유력해 보이는데.
코칭 스태프들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냐고 여쭤본다. 언제 스트라이커가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팀에 큰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내 기량이 외인 스트라이커보다는 힘들 수 있지만 팀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 포지션을 뛰는데 어떤 곳이 제일 편할까.
확실히 가운데가 편하다. 최전방이나 처진 스트라이커 모두 편하다. 프로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측면에서 뛰어봤다. 측면으로 빠진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도 가운데가 편한 것 같다.

-경쟁해야 하는 게 아닌가.
용병이 오기는 오겠지만, 오기 전까지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즌을 길게 두고 봤을 때 좋은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서울에서 보내는 7번째 시즌인데.
시간이 너무 빠르다. 항상 시간에 대해 인터뷰할 때마다 이야기하는데, 나는 언제나 20대 초반일 줄 알았다. 지금은 곧 서른이라고 농담할 정도다. 그만큼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 어린 선수들이 많이 생겼다.
옛날 생각이 나는데, 비교가 많이 된다. 당돌하고 프리한 모습이 좀 다르다. 형들에게 그렇게 말을 쉽게 건다는 게 신기하다. 강주혁과 사무엘 두 선수가 프리한 편이다.
-본인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면.
형들을 정말 어려워했다. 운동장에서 형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려고 했다. 이제는 어린 선수들이 패스도 달라고 하고, 달라고 하면 패스 대신 본인이 직접 슈팅도 때리고 그런다.
-당시와 지금 형들의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 지금 형들도 편하게 해 주려고 하신다. 대신 그 형들이 중간에 있는 선수를 괴롭히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큰 간섭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부상이 가장 아쉬웠다. 감독님 처음 오시고 동계훈련 때부터 준비했는데, 첫 경기부터 부상을 당했다. 또 복귀해서 얼마 안 되고 부상으로 쓰러졌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컨디션이 안 좋았다. 이게 경기력으로 이어지다 보니 아쉬웠던 것 같다.
잘하려고 그런 건지, 준비가 덜 됐는지, 급하게 복귀했는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상은 선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은 그러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다. 데이터 적인 부분을 보면 아직은 지난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김기동 감독 2년 차의 전지훈련은.
개인적으로 작년이 더 힘들었다. 낯선 운동, 그리고 태국의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도 작년이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아는 선수들은 알기 때문이다.
-1차에 합류한 기성용을 본 기분은.
굉장히 낯설다. 살도 많이 빠졌다. 엄살은 많이 부리시지만 굉장히 열심히 하신다. 점점 더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되게 좋다.

-지난 시간과 이번 시즌의 분위기는 어떤가.
선수들끼리 친하거나 분위기 메이커들이 있으면 성적이 안 좋아도 외적으로는 분위기가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운동장 위에서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운동장 분위기를 보면 이전보다 응집된 느낌을 받는다.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플레이를 약속하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들을 또 작년에 좋게 많이 봐주셨기 때문에 이번 시즌 우리가 우승 후보라고 말씀하시지 않나 싶다.
-경험 있는 선수들의 합류가 느껴지나.
좋은 선수들이 합류했다는 건 팀으로서도 좋은 소식이다. 형들이 녹아들려고 노력했고, 기존 선수들도 도와줬기 때문에 금세 적응하는 게 가능했다고 본다.
-서울이 우승 후보라는 이야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선수들의 열망은 강하다. 기존 목표가 파이널A, ACL 출전이었다면 이번 시즌의 목표는 조금 더 높은 곳이라는 게 느껴진다. 우리는 우승 후보라는 느낌보다 이번에는 정말 해보자는 느낌이 강하다.
-감독님께서 전지훈련 동안 강조 및 요청한 부분은.
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강조하신다. 시즌 도중 일어날 만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복이 없어야 한다는 걸 중시하신다. 가장 강조하시는 건 수비다. 수비가 단단해야 이길 수 있고,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아시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강조하시는 것 같다.

-수비가 좀 늘었나.
솔직히 측면에서는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가운데에서 뛰는 동안에는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잘 듣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바뀐 점은.
수비적인 면에서 많이 괜찮아진 것 같다. 수비 관여에 대해 많이 말씀해 주셨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신다. 슈팅을 때리라고, 패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지난 시즌보다는 컨디션이나 멘털 적으로도 나아진 것 같다.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은데.
조금 더 각오를 다지는 것도 있다. 이전에는 설렘과 기대가 컸다면, 지금은 각오를 다진다는 마음이 크다.
-개막전에서 만날 수도 있는 박동진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제주는 어떤지, 훈련이 어떤지 많이 이야기했다. 깊은 얘기도 했다. 아직 출전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만약 성사된다면 '조영욱 대 박동진'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불타오른다.
-다른 팀들이 서울을 견제하는 게 실감날까.
전지훈련 하느라 정신이 없다. 작년 동계훈련 때 일본에서 연습경기를 하면 항상 못했다. 스코어와 경기력 모두 좋지 않았다. 지금은 우리가 하려는 플레이가 나온다. 팀적으로는 좋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중앙에서 뛰면 린가드와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서로 간의 거리를 가깝게 유지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수비할 때는 이게 되는데, 공격할 때는 자유롭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힘들다. 그런 부분에서 밸런스를 잘 맞춰줘야 할 것 같다. 각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고, 몇 경기 뛰다 보니 서로를 알게 됐다.

-1년 동안 지켜본 김기동 감독은.
영리하신 분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고, 잘 다룰 줄 아신다. 축구적인 부분은 당연히 뛰어나시다.
-'스텝 업'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스텝업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더 키워야 한다. 내가 자신이 있을 때 나오는 플레이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때 나오는 플레이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키우는 거다. 골이 나와야 자신감이 생긴다. 어떻게든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시즌의 목표를 설정한다면.
지금 목표는 새로운 외인 선수가 오기 전까지 가장 잘하는 것이다. 새로운 선수가 와도 그전까지 잘해야 그다음에 기회를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기를 보면 새 선수가 오더라도 바로 풀타임을 뛰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내가 들어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비를 잘하면서 골도 넣고 싶다. 감독님은 수비를 잘해야 기용하신다. 측면에서는 어려웠는데, 중앙에서 뛴다면 시즌 중에 적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즌이 끝나고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서울 팬들이 '내년에도 조영욱과 함께하고 싶다'고 해 주시면 좋겠다.
사진=가고시마,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