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박지성이 왼팔뚝에 주장 완장을 차고 쉼 없이 누볐던 운동장에서 이제 한국인 '초신성' 18세 공격수 양민혁이 뛰게 됐다.
양민혁이 한국 선수로는 3번째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퀸즈파크 레인저스( QPR) 홈구장 데뷔전을 치렀다.
2006년생 공격수 양민혁이 2경기 연속 교체로 출전한 잉글랜드 챔피언십 QPR이 2연패에서 탈출하며 승격을 위한 희망을 이어나가게 됐다. 챔피언십이 매 시즌 그런 경향을 드러냈으나 이번 시즌에도 중상위권 혼전 양상이 심하다. QPR 입장에선 소중한 승리가 됐고, 양민혁도 힘을 보탰다.
QPR은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블랙번과의 2024-2025 챔피언십 31라운드 홈 경기에서 2-1 승리를 챙겼다.
지난 2015-2016시즌 2부로 강등된 뒤 10시즌째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실패하며 챔피언십에서 경기하고 있는 QPR은 이날 승리로 최근 2연패에서 탈출했다.
QPR은 10승 11무 10패(승점 41)를 기록, 13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24개 팀 중 13위에서 중위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날 승격권인 5위 블랙번과의 격차를 4점으로 줄이면서 프리미어리그 진출 가능성을 열어젖힌 셈이 됐다.
챔피언십에선 상위 두 팀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직행한다. 3~6위 4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한 팀이 프리미어리그 승격 마지막 티켓을 거머쥔다.
이날 경기에선 QPR에 새로 입단한 한국인 공격수 양민혁이 후반 21분 폴 스미스 대신 그라운드를 밟아 2경기 연속 교체 출전을 기록했다.
양민혁은 앞서 지난 2일 영국 런던 더덴에서 열린 30라운드 밀월과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31분 교체로 들어가며 축구종가 데뷔전을 치렀다.
이번 블랙번전에선 10분 더 당겨 후반 21분에 그라운드를 밟고 홈구장 데뷔까지 일궈냈다.
로프터스 로드는 앞서 레전드 박지성과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윤석영이 QPR의 프리미어리그 시절 그라운드를 밟았던 곳이어서 의미가 더욱 깊다. 양민혁 이전에 가장 최근 로프터스 로드에서 뛰었던 선수가 2015년 11월28일 챔피언십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선발로 나와 55분을 뛰었던 윤석영이었다.
이후 양민혁이 10여년 만에 같은 곳을 밟는 한국 선수가 됐다.
QPR이 승리를 하면서 양민혁의 홈 데뷔전 기쁨도 더 커지게 됐다.
이날 홈팀 QPR은 이날 4-1-4-1 전형으로 연패 탈출을 노렸다.
폴 나르디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케네스 팔, 로니 에드워즈, 스티브 쿡, 지미 던이 백4를 구성한다. 3선은 샘 필드가 맡았고, 2선에 사이토 고키, 일리아스 셰이르, 키어런 모건, 폴 스미스가 출전했다. 최전방 원톱 자리는 미하엘 프라이가 맡았다.
일본 올림픽대표 출신으로 로테이션 멤버인 사이토가 지난 경기와 달리 이날은 선발 출전했다. 양민혁은 지난 30라운드 밀월전에 이어 다시 한번 벤치 명단에서 대기하면 후반 출격을 기대하게 됐다.
원정팀 블랙번은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에인즐리 페어스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오언 벡, 대니 배스, 도미닉 하이엄, 칼럼 브리튼이 백4를 형성했다. 3선에서 존 버클리와 루이스 트래비스가 호흡을 맞췄고, 2선은 라이언 헤지스, 안드레아스 바이만, 타이리스 돌런이 맡았다. 최전방에서 마크타르 게예가 QPR 골문을 노렸다.
직전 경기였던 밀월전에서도 전반 1분 실점하고 2분에 바로 동점골을 넣었던 QPR은 이날도 전반 초반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QPR은 전반 5분 만에 왼쪽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일리아스 체어가 투입한 볼을 골 지역 왼쪽 부근에서 프라이가 헤더로 방향을 바꿔 골 맛을 봤다.
이후에도 승리를 위해 원정팀을 몰아붙인 QPR은 전반 20분 스미스가 페널티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때린 왼발 슈팅이 골대 왼쪽을 살짝 벗어나며 추가골을 아쉽게 놓쳤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QPR은 후반 초반 동점포를 내주고 말았다. 일본인 공격수 사이토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공격수를 막으려다 반칙한 탓에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이다.
블랙번의 키커 티리스 돌런이 오른발 슈팅을 꽂아넣어 승부는 1-1 원점이 됐다.
이후 QPR은 후반 21분 스미스를 빼고 벤치에서 대기하던 양민혁을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투입했다.
양민혁은 비록 주인공이 되진 않았으나 결승골 과정에 관여하면서 신나는 홈 데뷔전을 마친 셈이 됐다.
양민혁은 후반 31분 잭 콜백의 득점포에 힘을 보탰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투입된 볼이 공격수의 머리에 맞고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떨어지자 양민혁이 달려드는 과정에서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콜백이 흐른 볼을 재빠르게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직전 밀월전에서 수비 불안으로 1-2 석패했던 QPR은 이날은 결연하게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내고 승점 3을 획득하며 웃었다.
양민혁은 지난 2일 영국 무대 데뷔전을 치렀던 밀월전에서 후반 31분 교체로 들어간 뒤 2분 만에 벼락 같은 오른발 대각선 슛을 어려운 각도에서 시도하는 등 활발한 공격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밀월 원정 직후 당시 지휘봉을 임시로 잡았던 QPR 사비 캄 코치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측면에 깊이를 제공해주는 선수"라며 그의 활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그에게 측면에서 득점을 위해 더 많이 공격하라고 주문했다. 첫 출전이 쉽지 않았지만, 그가 우리를 도울 거라는 것은 확신한다"라며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언론 평가도 좋아 영국 런던월드는 "양민혁이 보여준 첫 플레이는 골키퍼를 당황하게 만든 슈팅이었다. 팬들을 흥분시킬 선수로 보인다. 다만 오늘은 게임체인저가 아니었다"고 했다.
밀월전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이번 블랙번전에 고스란히 이어갔다.
블랙번전에선 활발한 몸놀림 외에도 측면 공격수로서 해야하는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펼쳐 QPR 승리에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동점골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 넘어지며 결승골 과정에 큰 보탬이 된 것도 뻬놓을 수 없는 소득이다.
양민혁은 지난해 7월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6년 계약을 체결했다. 전소속팀인 강원에서 지난해 말까지 뛰다가 토트넘에 건너왔다. 1월에 프리미어리그 선수 등록을 했으나 3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들었을 뿐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12일 5부리그 구단 탬워스와의 FA컵 64강 원정 경기에서 대기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충격적인 일을 당하면서 토트넘에서 당분간 실전 투입이 어렵게 됐다.
다행히 발빠르게 활로를 모색한 끝에 2부 런던 연고 구단 QPR에 오게 됐고 순조롭게 연착륙을 모색하게 됐다.
사진=QPR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