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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고교야구 결산] 실패한 주말리그, 보완이 필요할 때

기사입력 2011.09.17 14:22 / 기사수정 2011.09.17 14:22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달 25일, 2012 신인 지명회의가 끝나면서 2011 고교야구 시즌이 사실상 종료됐다. 여기에서 총 50명의 고교 3학년 선수가 지명을 받았다. 프로에 지명된 신인들이 총 94명이었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고졸 선수의 비율이 높다(53%)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올 시즌 고교 3학년 재원이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의 프로 입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렇다면, 올 시즌 전국 고교야구 대회의 특징은 무엇이었으며 내년 시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2학년 유망주에는 누가 있을까.

1. 실패한 주말리그

올 시즌에는 전국 규모의 대회가 3개밖에 열리지 않을 만큼, 학교당 소화할 수 있는 '절대 경기 숫자'가 현저하게 줄었다. 이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주말리그 시행에 따른 결과였다. 즉, '공부하는 학생 선수 육성'과 '야구 실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다.

문화체육부와 대한야구협회는 주말리그 시행에 따른 지역리그제 활성화로 인하여 각 팀당 소화할 수 있는 경기 숫자가 많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올 시즌 처음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리그'는 지난해 실시했던 '전국대회 지역 예선전'과 비교하여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지난해까지 시행했던 ‘춘/추계리그’가 지금의 동일/광역리그전과 비교하여 하나도 다른 점이 없다.

지방 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최대 3~4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전국무대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자신의 재주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 셈이다. 황금사자기/청룡기에 참가하지 못했던 학교들을 대통령배 대회에 초대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우승 후보들간의 대결로 압축될 수밖에 없었다. 프로팀 입장에서도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선수들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까지 모든 학교가 참가할 수 있었던 황금사자기/봉황대기 대회가 각각 전반기 왕중왕전/사회인 야구 대회로 변모한 까닭이다.

어렵게 왕중왕전에 진출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우승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라인업에 포함되어야 할 선수들만 주전멤버로 활약하게 된다. 사실상 벤치멤버들에게는 출전 기회가 박탈된 셈이다. 특히, 주말에만 야구 경기를 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에이스를 연투시켜야 하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충암고 변진수는 ‘황금사자기 5연속 완투’라는 믿기지 않은 기록을 세우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주말리그 시행이 학생 선수 인권 문제로 확산되었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주말리그 시행에 대해 각 학교 지도자들의 의견을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똑같은 대답을 한다. “선수들이 쉴 시간이 없다.”라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주중에 학습을 한다고 하나, 방과 후에는 연습을 해야 하고, 주말에 다시 경기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말 그대로 ‘쉴 틈’이 없는 셈이다. 이에 일부 아마야구 관계자들은 국가 인권위원회에 이 문제를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 소식을 들은 프로 관계자들마저 “진작 제소됐어야 한다!”라며 은근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즉, '야구 실력 향상'과 '학습권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된 것이 현 주말리그의 현실인 셈이다. 따라서 전국체전 이후에는 다시 한 번 더 53개 고교 야구 지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주말리그 시행에 따른 공개 토론회를 실시해야 한다. 지난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고를 비롯한 몇몇 학교는 야구부를 위한 특별학습반을 만들거나 오전 수업 시행이라는 과제를 제도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따라서 올 시즌 처음 시행했다는 이유로 "시행착오의 결과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다. 출전하게 될 선수만 출전하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초/중학교 야구 선수 풀(Pool)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 내년 시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예비 3학년 선수'는 누구?

현행 체제가 지속되건, 다시 예전 체제로 환원되건 간에 고교야구는 계속된다. 그리고 고교야구의 주축은 차후 프로 혹은 대학무대에서 뛰게 될 3학년 선수들이다. 1, 2학년 때부터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 혹은 중심 타자로 활약했던 이들은 내년 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바라보고 있다. ‘예비 고교 3학년’생인 이들의 활약에 따라 내년 시즌 성적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투수 : 김성민, 배재준(이상 상원고), 김인태, 윤형배, 송주영(이상 북일고), 이재익(유신고), 강동호(배재고), 최동현, 이윤학(이상 신일고), 고준혁(배명고), 박상원(청원고), 박시찬(경남고), 김희원(부경고), 송주은(부산고), 김종수(울산공고), 백승준(경북고), 윤광식(용마고), 김하늘(부천고), 유영하(충훈고), 김강래(강릉고), 조상우(동산고), 함덕주(원주고), 윤대경(인천고), 이효준(제물포고), 이경훈(화순고), 조영빈(대전고)

포수 : 한승택(덕수고), 고선영(군산상고)

내야수 : 정현, 정준혁(이상 부산고), 조유성, 김태수(이상 상원고), 김민준, 강승호(이상 북일고), 유영준(덕수고), 양민호(개성고), 이재근(제주고), 한동훈(포철공고), 손호영(충훈고)

외야수 : 염정식(상원고), 이석현(덕수고), 진사무엘(부천고)

올 시즌 모교를 청룡기 우승으로 이끌었던 상원고 김성민의 이름이 가장 눈에 띄는 가운데, 2학년 주전 멤버로 대통령배 우승을 이끈 북일고 5인방(김인태, 윤형배, 송주영, 강승호, 김민준) 역시 만만치 않다. 이들은 모두 1학년 때부터 경기에 투입됐던 선수들이었기에, 내년 시즌 더욱 농익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깜짝 스타'가 내년 시즌 모습을 드러낼지 지켜보는 것도 고교야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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