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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정의구현" 쇼트트랙 대표 1차 선발전 '우승'…황대헌은 또 실격

기사입력 2024.04.07 21:39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질주하고 있다. 박지원은 이 종목에서 우승하며 1차 선발전 전체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질주하고 있다. 박지원은 이 종목에서 우승하며 1차 선발전 전체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부딪힘 없이 질주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박지원(서울시청)이 새 시즌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특히 마지막 종목인 1000m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 없이 뽐냈다.

반면 박지원을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대회에서 3차례나 넘어트리며 논란의 주인공이 된 2022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은 이번엔 다른 선수를 넘어트려 페널티를 받고 실격 처리됐다. 다만 황대헌도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출전 자격은 획득했다.

◆반칙 안 당하면 박지원 '국내 최강', 선발전서 증명했다

박지원은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4초865으로 결승선을 통과, 같은 서울시청 김태성(1분24초981)과 장성우(고려대·1분26초157)를 누르고 우승했다. 박지원은 이번 우승으로 랭킹포인트 34점을 획득, 지난 5일 열린 남자 1500m와 6일 벌어진 남자 500m에서 얻은 랭킹포인트 19점을 합쳐 총점 55점을 찍어 우승했다.

2위는 박지원과 함께 55점을 기록한 김건우(스포츠토토)에게 돌아갔다. 김건우는 각 종목 순위 계산에서 밀려 2위를 차지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2관왕으로 35살이 된 베테랑 이정수(서울시청)가 39점을 받아 3위를 차지했다. 김태성도 34점으로 4위에 오르는 등 이번 1차 선발전 남자부에선 서울시청 선수들이 득세했다.

이어 장성우(21점), 이도진(화성시청·15점), 박장혁(스포츠토토·10점)이 각각 5위와 6위, 7위를 차지했다. 이선호(단국대·9점)가 8위에 올랐고 황대헌이 5점을 따 우준혁(화성시청·5점)을 10위로 밀어내고 9위에 올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번 1차 선발전에서 남녀부 모두 상위 24위 안에 든 선수들을 추려 오는 11일과 12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2차 선발전을 치른다.

이어 1~2차 선발전 점수를 모두 합쳐 남자부 8명, 여자부 7명 등 총 15명을 이미 국가대표로 확정된 여자부 김길리(성남시청)과 함께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확정한다. 이 중 남자부 1~3위, 여자부 1~2위와 김길리는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게 된다. 박지원은 일단 1차 선발전에서 점수를 상당히 따놓으면서 새 시즌에도 국가대표로 뽑힐 가능성을 높였다.

박지원은 1차 선발전 첫 날인 지난 5일 벌어진 남자 1500m에서 2위를 해서 랭킹포인트 21점을 얻었으나 6일 남자 500m에선 레이스 도중 넘어져 랭킹포인트를 얻지 못했다. 특히 넘어지는 과정에서 같이 질주하던 황대헌에 넘어진 것 같은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질주하고 있다. 박지원은 이 종목에서 우승하며 1차 선발전 전체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질주하고 있다. 박지원은 이 종목에서 우승하며 1차 선발전 전체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마지막 종목이었던 7일 1000m는 박지원의 완승이었다.

박지원은 이 종목 세계 최강자답게 결승까지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며 우승했다. 결승에서 초반부터 앞서나간 끝에 별다른 저항 없이 그대로 결승선까지 내달렸다. 반면 황대헌은 2차예선에서 박노원을 밀쳐 페널티를 받고 일찌감치 실격당했다. 박지원은 황대헌이 없는 상황에서 거침 없이 질주했다. 오른팔을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쇼트트랙 팬들은 "정의구현이 이뤄졌다"며 박지원의 우승을 반겼다.

◆황대헌 사과하겠다? 아직 둘 사이 냉랭하다

박지원은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2023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000m와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켰다.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 한 명에 돌아가는 2023-2024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자동선발권까지 획득했다.

그러나 2023-2024시즌엔 다른 나라 선수도 아닌, 같은 한국 대표 황대헌의 국제대회 세 차례 반칙으로 시즌을 망쳐버렸다.

황대헌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2022-2023시즌을 쉬었다.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2023-2024시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대회에서 박지원 등 한국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중국과 캐나다 등 경쟁국 선수들을 물리치는 게 합당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황대헌은 우선 지난해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박지원을 밀쳐 페널티는 물론 옐로카드까지 받고 랭킹 포인트 몰수 조치를 당했다.

이후 잠잠하던 두 선수들의 충돌은 한 해 가장 중요한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불거졌다. 사실 충돌이라기보다는 황대헌의 반칙에 박지원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결승선조차 통과하지 못한 경우였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대헌(파란색 모자)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박노원(노란색 모자)을 밀고 있다. 황대헌은 이 동작으로 페널티를 받고 실격 처리됐다. 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대헌(파란색 모자)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박노원(노란색 모자)을 밀고 있다. 황대헌은 이 동작으로 페널티를 받고 실격 처리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500m 결승에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포효하던 황대헌은 레이스 도중 박지원에 반칙을 한 것이 드러나 실격당했다. 이어 다음 날 열린 1000m 결승에서도 같은 짓을 저질렀다. 황대헌이 박지원의 몸을 밀면서 박지원이 그대로 넘어졌다. 이번에도 심판들은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줬다. 세계선수권에서의 두 차례 사고는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황대헌이 추월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 장면을 본 국민들과 쇼트트랙 팬들은 혀를 끌끌 찼다. '서로 몸싸움이 불가피한 쇼트트랙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선수들끼리 국제대회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같이 죽는 이른바 팀 킬(team kill)'이 아니었느냐는 견해였다.

한국 선수들끼리 충돌하면서 메달은 외국 선수들이 어부지리로 획득했다. 이 경기를 본 쇼트트랙 팬들과 국민들은 들끓었고 박지원은 정신적 충격까지 겹쳐 목에 깁스를 한 채 귀국했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조사에 나서 "황대헌이 고의적인 반칙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황대헌 역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느닷 없이 놓치고 대표 선발전 준비를 위해 일본에서 훈련 중인 박지원을 향해 일방적으로 "사과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팬들과 국민들의 마음은 안 그래도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쇼트트랙 종목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번졌다. 황대헌의 사과 의지와 달리 이번 선발전에서도 둘 사이엔 눈도 마주치지 않을 만큼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질주하고 있다. 박지원은 이 종목에서 우승하며 1차 선발전 전체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질주하고 있다. 박지원은 이 종목에서 우승하며 1차 선발전 전체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2차 선발전,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박지원이 1차 선발전에서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황대헌 역시 2차 선발전에 진출했고, 참가 선수의 수도 24명에 불과한 만큼 박지원과 황대헌이 레이스에서 더 자주 만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지원 입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특히 박지원은 이번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내년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면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출전이 일찌감치 좌절되는 셈이다. 2차 선발전에서도 넉넉하게 점수를 따서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여자부에선 오랜 기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원투펀치로 이름을 날린 심석희(서울시청)와 최민정(성남시청)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심석희는 랭킹포인트 71점을 얻었다. 지난 시즌 태극마크를 반납했던 최민정은 1000m 결승에서 우승하는 등 건재를 알리며 랭킹포인트 52점을 찍었다.

이 종목에선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김길리(성남시청)가 차기 시즌 국가대표로 우선 선발되면서 이번 대회 1~7위가 태극마크를 단다. 이 중 상위 2명에게 국제대회 개인전 우선 출전 자격이 배정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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