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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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거전 소배압' 김준배 "오랑캐 역 아니란 PD 말 믿었는데…"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4.03.13 07:10 / 기사수정 2024.03.13 10:13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고려거란전쟁' 김준배가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김준배는 지난 10일 종영한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김한솔)에서 거란의 장군 소배압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소배압은 고려시대 현종 때 거란군 사령관으로 고려를 침입한 인물. 긴 전쟁을 지나오는 내내 그는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1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배는 "벅차다. 1년 동안 연기했던 것의 결정체 같은 느낌, 보상받는 느낌이었다"며 최종회 본 소감을 남기며 깊은 여운을 전했다.

소배압에 숨을 불어넣은 그는 처음부터 이 배역을 제안받았던 건 아니다. 전우성 감독이 작품을 기획할 때 제안을 주면서 "오랑캐 절대 안 시킨다. 무조건 고려 장수다. 악역 말고 기억에 남는 우리 편 할 거다 했다"며 "믿고 있었는데, '오랑캐 해주셔야 한다'더라"고 유쾌하게 비화를 전했다.

이어 그는 "같은 오랑캐라도 다르다고, 거칠고 이런 오랑캐가 아니라 명재상인 데다, 최고 사령관이기도 하고, 노장이다. 혈기왕성한 장수가 아니라 노화하고 그런 모습 다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때 인물이 흥미진진해졌다. 다른 이면들이 많은 것 같았다. 이렇게 큰 역할인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소배압이 어떤 인물인지 몰랐기에 큰 역할이라는 것도 몰랐다고 솔직하게 밝힌 김준배는 자료를 찾아보며 소배압을 알아갔다. 그러나 그는 "저한테 여전히 의문"이라며 "소배압이라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부하들을 어떻게 대하고 평소에 어떻게 걷고 웃을까 이런 것들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떤 산이 크게 있고 그걸 따라서 연기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고려사는 사료가 풍부하지 않은 만큼, 대본과 본인의 해석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는 "소배압이 덕이 있었던 것과, 명재상이고, 정치력이 있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다. 전쟁에 나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 부분이 단초가 돼 생각하게 되는 거다. 이건 역사적인 사실이고 그 외의 것들은 채워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소배압을 연기하며 신경 쓴 키워드는 '야만성'이다. 김준배는 "문명을 가장한 야만이라고 생각했다. 문명 행세하지만 본질은 야만이다. 그래야 고려와 대척점에서 싸울 수 있지 않나. 점잖은 풍모와 인격을 갖춘 듯 하지만 숨겨졌던 야만성이 느닷없이 비수처럼 드러나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게 대사나 연기할 때 실리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거란족의 언어를 썼어야 했던 만큼, 힘들었던 점도 있다. 그는 "(몽골말이) 어색했다. 파열음이 많아 흉내를 못 내겠더라"며 "대본이 나오면 몽골말로 바꿔서 다시 이야기하는 게 지난한 일이었다"고 했다. 결국 감독과의 상의 끝에 전쟁 때나 큰 무리에서 지시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국말을 쓰기로 했다고 했다.



야만성과 몽골어뿐만 아니라 "진짜 거란인을 데려온 것 같다"는 반응이 쏟아질 정도로 외적으로도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내가 이런 면모가 있구나' 낯설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이 모습으로 어떤 연기를 할지 저도 궁금하더라"고 분장을 처음하고 거울을 봤을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분장팀의 노고를 언급한 그는 "털 길이부터 다 계산하고 같이 상의하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우리 분장팀 실장이 한 시간 반동안 얼마나 꼼꼼하게 해주는지 너무 꼼꼼해서 몇 번은 '대충 하면 안 되겠냐' 짜증도 냈다"며 웃었다.

촬영을 하며 매번 한 시간 반에 걸쳐 분장을 하는 것은 물론, 준비된 의상인 갑옷을 입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김준배는 "갑옷도 20kg 정도 나간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잠깐 쉬다가 졸면 졸다가 죽을 것 같더라. 여름에는 너무 꽁꽁 싸고 있으니까 갑옷에 가발, 수염까지 숨이 잘 안 쉬어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였던 귀주대첩에 대해서도 물었다. 긴 전쟁의 끝, 귀주대첩에서 소배압은 10만 거란군을 이끌고 고려에 침입하지만 강감찬 장군에게 대패하고 만다. '고려거란전쟁' 최종회에서 늘 여유가 넘치던 소배압은 패전 후 거란 황제 야율융서(김혁 분)가 목을 치지 않고 나가자 오열하는 장면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소배압의 입장에선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묻자 김준배는 "회한과 미안함"이라며 "운명 같은 거다. 내가 거스를 수 없는 운명 같은 걸 느낀 거다. 거대한 벽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 같은 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패전을 모르고 살다가 거대한 벽을 만난 사람의 좌절감, 체념 그런 게 많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KBS '고려거란전쟁'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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