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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한국 축구 발전의 존재 될 것"…英 언론, 이걸 이렇게 해석하네

기사입력 2024.03.01 00:10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지난 1년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최악의 운영과 충격적 참패로 1년 만에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이 한국 축구 변화에 경종을 울렸다는 색다른 분석이 제기됐다.

클린스만은 지난해 3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자로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기적적인 16강 진출을 이뤄내자 축구팬들은 모두 국가대표 경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축구의 인기 또한 같이 상승하는 상황이어서 벤투 후임으로 오는 감독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클린스만 선임 과정은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과거 그는 독일과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 홋스퍼 등 여러 유명 팀을 돌아다니며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월드클래스 공격수였으나 감독으로 데뷔한 뒤로는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맡기 직전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베를린 감독직을 맡았으나 2019년 11월 선임된 후 3개월 만인 2020년 2월 구단과 상의없이 사임을 결정했다. 그는 자신의 SNS 생방송 기능을 통해 단독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이는 수많은 축구 팬들의 질타와 비난을 받아야 했다.




여론은 선임 과정부터 우려섞인 의견을 강하게 드러냈지만 대한축구협회(KFA)는 확고했다. 클린스만을 전격 선임하고 그에게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가져오라는 과제를 내줬다.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 꼽혔다. 토트넘에서 절정의 골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울브스)의 해결사로 떠오른 황희찬, 파리 생제르맹(PSG)서 어린 나이에도 주전 자리를 확보한 이강인, 뮌헨의 철벽을 도맡은 김민재까지 필드 전 지역에 우수한 유럽파 선수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준비 과정과 대회 기간에서 여론을 크게 실망시켰다. 특히 감독직을 수행하며 첫 6개월간 단 67일만 한국에 거주하며 실거주지인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근무를 보는 일이 잦았다. 대표팀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해외파 선수들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 다수의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는 K리그를 몸소 관람하며 선수 파악을 했어야 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결국 클린스만은 최종선발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여러차례 내렸다. 특히 김지수, 김주성 등 센터백을 선발해 놓고 정작 대회에서 주전 선수들만 줄기차게 내보내며 대회 내내 뛰지도 못한 선수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전술 또한 부재해 한국은 조별리그에서부터 졸전을 거듭 펼쳤다. 특히나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는 주전 선수들을 모두 출전시키고도 3-3으로 비겼다. 16강과 8강에서 각각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전에서는 경기 내내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후반 막판에 극장골로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이 계속 나왔다. 이를 비꼬며 축구 팬들은 '클린스만이 축구 감독이 아니라 영화 감독'이라는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4강에서도 영화를 찍을 순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잘 조련된 요르단을 예선에 이어 또 다시 만나 이번에도 졸전을 펼쳤고 0-2로 패했다. 과정과 결과를 모두 따져봤을 때 전혀 납득할 수 없었던 여론은 대회가 끝난 후 클린스만과 그를 선임한 KFA에 십자포화를 쏟아부었고 결국 클린스만은 경질됐다.

다만 여전히 클린스만 이후의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KFA 수뇌부가 지속적으로 그릇된 판단을 내려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앞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언론 매체 '더 가디언'은 29일(한국시간) "클린스만은 한국 축구에 예기치 못한 발전을 가져온 감독으로 남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아시안컵 이후 불거진 손흥민과 이강인간의 갈등을 주목하며 "클린스만의 자유방임적 리더십은 경기장 밖에서도 노출이 됐고 두 선수 갈등에 크게 기여했다"며 "클린스만은 불화가 있었다는 소식이 밖으로 퍼지자마자 그러한 불화가 아시안컵 준비 기간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 입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전술만 짜는 것이 감독의 업무는 아니다. 선수간 위계질서나 분위기를 확고하게 잡아주며 관리하는 것 또한 감독이 해야할 일이다. 코치(coach)가 아니라 감독(manager)인 이유다.

매체는 클린스만과 더불어 KFA에도 비판을 가했다. 오랜기간 현대가와 연이 닿아 있던 KFA는 과거 정몽준 HD현대 총수가 16년간 회장으로 역임하며 월드컵 개최 등 축구발전에 기여했다. 그의 사촌 동생 정몽규 현 회장이 2013년부터 KFA를 지휘하고 있다.

'더 가디언'은 "현대는 수직관계가 명확한 한국 문화에서도 강도높은 근무 환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외국인 감독들은 모두 서울에 살며 KFA 수뇌부, 기자, 스폰서들과 함께 회식자리를 계속 가져야 했다"고 했다. 이러한 점은 외국인 감독들의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KFA에 불만을 제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클린스만은 이러한 제약에서 매우 자유로웠다. '더 가디언'은 "클린스만이 해외에서 더 많이 체류하는 모습은, 그가 한국 대표팀을 발전시켰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더 가디언'은 KFA가 한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있어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근무 환경과도 적절히 타협하는 등 발전을 지향하는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 감독 제의를 정몽규 회장에게 농담삼아 던졌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며 "현대가가 한국 축구를 마치 그들만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 가디언'은 "클린스만이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경종을 울렸다"며 "만약 이것이 다음 세대의 한국 축구에 반영된다면 한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있는 감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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