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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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꼴찌, 관리와 운영은 최악...바람 잘 날 없는 페퍼저축은행

기사입력 2024.02.28 06:30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페퍼저축은행. 2월 27일에는 베테랑 오지영이 후배 선수 괴롭힘으로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페퍼저축은행. 2월 27일에는 베테랑 오지영이 후배 선수 괴롭힘으로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V리그 여자부 막내 페퍼저축은행이 구단 창단 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참담한 성적은 물론 선수단 관리와 운영까지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어려운, '프로' 레벨에 걸맞지 못한 행보로 팬들에 큰 실망을 안겼다.

페퍼저축은행의 2월 27일은 여러 가지로 다사다난했다. 먼저 이날 오전 조 트린지 감독에게 더 이상 지휘봉을 맡기지 않겠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 구단은 트린지 감독과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행정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조 트린지 감독은 2023-2024 시즌 잔여 경기 운영에서 손을 떼고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은 2023-2024 시즌 6라운드가 진행 중인 현대 3승 28패, 승점 10점으로 이미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됐다. V리그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2021-2022 시즌 3승 28패, 승점 11점에 그친 뒤 2022-2023 시즌 5승 31패, 승점 14점에 머물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2023-2024 시즌 종료까지 정규리그 5경기가 남아있지만 이경수 수석코치가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감독 대행을 맡아 게임 운영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페퍼저축은행은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조 트린지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페퍼저축은행. 2월 27일에는 베테랑 오지영이 후배 선수 괴롭힘으로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페퍼저축은행. 2월 27일에는 베테랑 오지영이 후배 선수 괴롭힘으로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페퍼저축은행은 당초 2022-2023 시즌 중 성적 부진 속에 물러난 김형실 초대 감독의 후임 사령탑으로 미국 출신 아헨 킴 감독을 선임했다. 아헨 킴 감독과 함께 오프 시즌 선수단 구성과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아헨 킴 감독이 가족 문제로 갑작스럽게 지난해 6월 25일 사퇴하는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부랴부랴 새 사령탑을 찾아야 했고 조 트린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트린지 감독을 선임하며 "트린지 감독은 데이터 기반의 경기력 분석을 기초로 페퍼저축은행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트린지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여자대표팀의 분석관과 코치로 일했다. 미국의 2014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 우승, 2015년 월드그랑프리 1위, 2016년 올림픽 동메달 획득 등에 기여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2021년에는 북중미카리브배구연맹(NORCECA) 여자선수권대회 감독으로 미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페퍼저축은행은 트린지 감독과 장기적으로 팀을 성장시킬 것으로 보였지만 동행은 불과 8개월 만에 멈춰 섰다. 트린지 감독은 성적 부진뿐 아니라 선수단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지면서 리더십에도 타격을 입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인내심을 발휘하기보다 감독 교체를 택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단을 성장시키고 운영해야 할 신생팀이 2021년 9월 창단 이후 2년 반 동안 현장 책임자만 두 번을 갈아치웠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성적 부진 속에 지난해 6월 부임 후 8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성적 부진 속에 지난해 6월 부임 후 8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종목을 막론하고 신생팀이 순조롭게 프로 무대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프런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작정 스타 선수와 주전급 선수만 영입한다고 해서 팀이 강해지지 않는다.  

페퍼저축은행은 2021-2022 시즌 V리그 입성 후 성적은 물론 팀 구성과 팀 운영에서도 별다른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냉정하게 2024-2025 시즌에도 최하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태다.

페퍼저축은행의 3년 연속 최하위보다 뼈아픈 건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의 불명예 방출이다. 오지영은 27일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서 자격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KOVO 상벌위원회는 지난 23일 첫 번째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오지영 사안에 대해 이날 회의에서는 징계를 확정했다. 1년 자격 정지는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강도 높은 제재다. 구단 내 선후배 간의 괴롭힘 혐의로 상벌위원회가 철퇴를 내린 것도 오지영이 최초다.

이장호 KOVO 상벌위원장은 "오지영이 후배들에게 가한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 침해 등을 인정해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며 "양측의 주장이 다르긴 하지만, 동료 선수들의 확인서 등을 종합하면 분명히 인권 침해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KOVO 상벌위는 이와 함께 "이 같은 행위는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프로스포츠에서 척결해야 할 악습"이라며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고자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에 따라 징계 수위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한국배구연맹이 2월 27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후배 선수들에게 가혹 행위로 피해를 준 오지영에게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국배구연맹이 2월 27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후배 선수들에게 가혹 행위로 피해를 준 오지영에게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오지영에게 내린 1년 자격정지는 처벌 근거 중 하나인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 1의 4항 '폭언, 그 밖에 폭력행위가 가벼운 경우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한 징계 중 최고 수위다. 

오지영이 후배에게 직접적인 폭행을 가하거나, 얼차려를 위한 집합 등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KOVO 상벌위는 훈련 중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한 오지영의 말을 폭언으로 규정했다. 가볍게 넘어가거나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중징계를 부과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오지영이 후배 선수 A, B를 지속해 괴롭혔다는 의혹을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관련 내용을 KOVO 선수고충처리센터에 신고를 마쳤다.

오지영 측은 KOVO의 1년 자격정지 징계에 반발하고 있다. KOVO 규정에 따라 재심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의 후속 대처와 무관하게 선수와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한국배구연맹이 2월 27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후배 선수들에게 가혹 행위로 피해를 준 오지영에게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국배구연맹이 2월 27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후배 선수들에게 가혹 행위로 피해를 준 오지영에게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오지영은 지난해 4월 페퍼저축은행과 3년 총액 10억 원의 계약을 맺었지만 사실상 은퇴 위기에 몰렸다. 여론 악화와 1988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1년의 자격정지 징계가 끝나더라도 새 소속팀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페퍼저축은행은 27일 오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먼저 구단 내 불미스러운 일로 페퍼저축은행을 아껴 주시는 팬 여러분과 배구연맹 그리고 배구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구단은 내부조사를 통해 오지영 선수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 사실을 파악 후, 곧바로 선수단에서 배제하고 배구연맹에 이를 신고하였다"고 밝혔다.

또 "페퍼저축은행 구단은 상벌위원회 징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금일 부로 오지영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하였다"며 "향후 구단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정규리그 잔여 5경기도 정상적인 분위기에서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전 선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났고 현장 경기 운영 최고 책임자도 짐을 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한국배구연맹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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