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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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할 몸 만들어와!"…김태형 감독이 내준 숙제, 채점의 순간 시작된다

기사입력 2024.02.01 06:15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 괌,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약속의 땅' 괌에 입성했다.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정규리그 개막에 맞춰 구슬땀을 흘리는 것은 물론 사령탑이 3개월 전 내준 숙제를 확인할 시간이 찾아왔다.

롯데 선수단은 31일(한국시간) 늦은 밤 KE423 항공편을 통해 괌 앤토니오 B. 원 팻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태형 신임 감독을 비롯한 13명의 코칭스태프와 투수 20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7명 등 총 63명이 오는 2월 20일까지 괌 데데도 야구장에서 체력 및 기술 훈련 위주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 선수단은 괌 도착 직후 곧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시차는 한국과 1시간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자정 즈음에야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독이 쌓였다. 2월 1일 스프링캠프 첫날 훈련은 풀타임이 아닌 오후 하프타임으로 조정돼 여유 있게 진행될 예정이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 출국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스프링캠프 기간) 선수들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아무래도 캠프 기간 동안 선수들의 포지션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가지고 가야 할 것 같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김태형 감독은 롯데를 하위권에서 구원해 줄 구세주로 지휘봉을 잡았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구단 제21대 사령탑으로 김태형 감독을 모셔 왔다. 새 사령탑에게 계약기간 3년, 연봉 및 계약금 6억 원 등 총액 24억 원의 현역 감독 최고 대우를 안겨줬다.  

김태형 감독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 명장 중 한 명이다. 2015 시즌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두산은 2015 시즌을 정규리그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을 3승1패로 제압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2위 NC 다이노스를 혈투 끝에 3승 2패로 꺾었다.

두산은 당시 외국인 타자 로메로의 부진,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의 기량 미달 및 태업 논란으로 포스트시즌을 사실상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한 명만 데리고 치렀음에도 NC를 '업셋(Upset)'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태형 감독은 기세를 몰아 2015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까지 격침시켰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두산에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안겼다. '명장' 김태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김태형 감독은 이후 2016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93승을 수확하며 두산을 21년 만에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박건우, 허경민, 김재환 등 유망주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다. 

김태형 감독은 이후 2021년까지 7년 연속 두산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려놨다. 2019 시즌에는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의 FA 이적 등 전력 약화 속에서도 또 한 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21 시즌은 '승부사' 김태형을 위한 무대였다. 두산은 당시 주축 선수들의 타 구단 이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전력으로도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두산은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비록 KT 위즈에게 4연패로 무너지며 우승은 불발됐지만 김태형 감독의 지략은 찬사를 받았다.   

롯데는 김태형 감독의 지휘 아래 부활을 굳게 믿고 있다. 2017 시즌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후 2018 시즌 8위, 2019 시즌 10위, 2020 시즌 7위, 2021~2022 시즌 8위, 올해 7위로 6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암흑기에 올 시즌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기대 중이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롯데는 2001년 8위를 시작으로 4년 연속 꼴찌, 2005년 5위, 2006년과 2007년 7위로 8-8-8-8-5-7-7의 비밀번호를 찍었던 2000년대 어둠의 시절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상대팀이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약팀은 아니지만 강팀의 면모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2024 시즌 목표를 '무조건 가을야구'로 잡았다. 선수들이 올해 포스트시즌 경험을 쌓고 상위권으로 도약한다면 2025, 2026 시즌에는 충분히 정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할 게 많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것 같다"며 "선수들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염려스러운데 부담감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롯데의 강점은 '젊음'이다. 야수 쪽에서는 주장 전준우를 제외하면 확실하게 리그 톱클래스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없지만 모든 팀에서 탐낼 유망주 자원은 적지 않다. 김태형 감독이 일찌감치 2024 시즌 주전으로 점 찍은 3년차 윤동희를 비롯해 2년차 김민석이 대표적이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의 2024 시즌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괌으로 출국했다. 고아라 기자


마운드에서는 올해 입단한 슈퍼루키 전미르와 2021 시즌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던 최준용, 좌완 파이어볼러 김진욱이 있다. 잠재력이 보이는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스프링캠프 기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10월 롯데 사령탑 부임 후 선수들과의 첫 만남에서 2024 스프링캠프 준비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 "올해 잘했다고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김태형 감독이 유망주들에게 내준 숙제는 간단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몸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탄탄한 체격을 갖추는 것보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전준우 정도 커리어가 있는 선수라면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더라도 본인이 몸을 만들 수 있지만 어린 선수들은 다르다"며 "던지고 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와야 한다. 이 얘기를 꼭 당부하고 싶다"고 했었다. 

베테랑 감독들은 스프링캠프 첫날 선수들의 훈련 모습만 지켜봐도 현재 컨디션을 짐작한다. 김태형 감독이 내준 숙제를 어떤 선수가 가장 완벽하게 수행했는지는 2월 1일 오후부터 알 수 있다.

사진=인천공항, 고아라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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