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3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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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아시안컵-밥] 스코틀랜드 리거가 10명으로 1위라고? 왜 그럴까

기사입력 2024.01.29 16:45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오현규가 25일 아시안컵 말레이시아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오현규가 25일 아시안컵 말레이시아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카타르 아시안컵이 토너먼트에 접어들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의 특징은 아시아 축구가 생각보다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일본 등 두 우승후보가 고전한 반면 이라크, 요르단, 바레인 등 중동 다크호스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동남아 국가들도 상위권 팀들과의 승부에서 나름 전술을 꺼내들고 상대를 괴롭혔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모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진핑의 축구 굴기'를 내세우며 지난 10년간 프로 구단에 돈을 펑펑 썼던 중국의 무득점 탈락 망신도 눈에 띈다. 마침 중국 프로축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광저우 헝다 모기업 헝다그룹이 29일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 축구이 만든 모래성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눈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번 대회 각국 유럽파 중 스코틀랜드 1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스코티시 프리미어십(1부)에서 총 10명이 이번 아시안컵을 위해 카타르를 찾아들었다. 독일과 벨기에, 잉글랜드 리그의 경우 1부리그부터 아마추어리그까지 여러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아시안컵에 뒤섞여 있지만 스코틀랜드 리그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보니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이 아시안컵에 참가한 유럽 단일 리그 선수 1위를 기록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는 한국 3명, 일본 3명, 이란 1명, 인도네시아 1명 등 8명이 아시안컵을 위해 중동으로 날아왔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는 미드필더 하타테 레오가 지난 24일 아시안컵 인도네시아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는 미드필더 하타테 레오가 지난 24일 아시안컵 인도네시아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에서 뛰는 아시안컵 참가 선수들을 국적으로 살펴보면 호주가 6명으로 가장 많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2명씩이다. 우선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전부 지난 두 시즌 스코틀랜드 최고 명문 셀틱이 소속팀이다. 오현규, 양현준(이상 한국), 하테타 레오, 마에다 다이젠(이상 일본)이 셀틱에서 함께 뛰다가 이젠 서로의 대표팀을 찾아 카타르에 왔다.

반면 호주는 다르다. 물론 22살 공격수 마르코 틸리오도 셀틱 소속이지만 나머지 5명은 하츠와 하이버니언(이상 2명), 세인트 미렌(1명)에서 뛰고 있다.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의 수준에 대한 논쟁은 긴 시간 이어지는 화제거리다. 한국에서도 10여년 전 유력 축구인이 "셀틱, 레인저스 두 명문 빼면 내셔널리그(지금 K3~4) 아니냐"는 말을 해서 화제가 됐고, 지금은 그 논쟁이 일본으로 옮겨 갔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난 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득점왕인 후루하시 교고를 이번 대회 26명 엔트리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지난해 후루하시를 국가대표팀에 빼면서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수준을 언급했다가 유럽에서 이슈가 됐다.

그런데 호주의 경우 셀틱이나 라이벌 레인저스가 아닌 중하위권 팀에서도 뛰는 선수들이 아시안컵에 온 셈이다. 카타르에 오진 못했으나 일본에도 스코틀랜드 1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부터 2년간 셀틱 지휘봉을 잡으며 아시아 선수들을 대거 데려간 안지 포스테코글루 현 토트넘 감독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서 감독 생활을 하며 J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셀틱으로 옮긴 뒤 일본 선수들을 6명이나 데려가더니 지난 겨울부턴 한국의 젊은 선수들도 쓸어담고 나섰다.

스코틀랜드 하이버니언에서 뛰는 호주 국가대표 미드필더 마틴 보일이 28일 카타르 아시안컵 인도네시아와의 16강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스코틀랜드 하이버니언에서 뛰는 호주 국가대표 미드필더 마틴 보일이 28일 카타르 아시안컵 인도네시아와의 16강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하지만 셀틱이 아닌 중위권 팀들이 아시아 선수들을 계속 노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함에 따라 스코틀랜드 구단들의 경우, 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이 가성비가 높아 점점 눈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포브스'는 지난해 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등 영국 내 구단들이 굳이 유럽 선수들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유럽 외 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며 "이에 잉글랜드는 남미, 스코틀랜드는 아시아 선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구단이 요청하면 별도 점수 없이 워크 퍼밋(취업허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싶어하는 아시아 선수들이 가기 용이한 곳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 구단 입장에선 아시아 선수들의 이른바 '가성비'가 높다는 얘기다.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쨌든 영국에서 활동하는 것이어서 잉글랜드 1~2부리그 구단 눈에 들기도 용이하고, 셀틱이나 레인저스 등 스코틀랜드 양대 명문 혹은 다른 유럽 리그로 가기도 괜찮은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연봉 또한 영국의 축구 열기를 고려하면 한국이나 일본에서 받는 것과 비슷하거나 더 받을 수 있다.

하이버니언에서 뛰는 호주 대표팀 미드필더 마틴 보일처럼 스코틀랜드 태생 선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국리그 연봉 수준이 낮은 호주 선수들의 경우는 스코틀랜드 구단 진출이 더 매력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일본, 호주 선수들이 잉글랜드 2부 구단에 가려는 움직임도 비슷하다. 워크퍼밋 절차까지 유연해지다보니 잉글랜드 2부에 입성하는 아시아 선수들이 속속 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이번 아시안컵 엔트리에 포함된 잉글랜드 구단 소속 선수 6명이 전두 2~3부에서 뛰고 있다.

아시안컵 참가 선수들의 유럽파 증가를 필연적이다.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계속 세계 수준에 다가가고 있고, 중동이나 동남아 지역 대표팀들은 2~3세들의 귀화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브렉시트 같은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스코틀랜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4년 뒤 사우디아라비아 대회에선 유럽파의 구성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셀틱FC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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