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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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의 '해맑은' 미소, 적장 넘어 아시안컵 뒤흔들다 [권동환의 도하시아]

기사입력 2024.01.27 00:05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의 해맑은 미소가 적장도 웃게 만들었다. 아니, 아시아가 웃는 중이다.

발단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이탈리아 명장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의 한 마디였다. 사우디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6일 조별리그 3차전에서 태국과 0-0 무승부를 거두고 2승 1무로 F조 1위를 차지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태국전을 치러 선발 라인업을 9명이나 바꿨다. 이기든 지든 상관 없다는 태도에 가까웠다.

대회 규정에 따라 사우디는 16강에서 E조 2위인 한국을 상대한다.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를 거둔 클린스만호는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라갔다. 두 팀은 오는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8강 진출을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사실 사우디는 한국보다 최종전을 늦게 치렀기 때문에 한국을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우디 만큼이나 상대팀 태국도 힘을 빼고 경기했다.

결국 F조 1위를 확정짓고 기자회견장에 나선 만치니 감독이 '빵 터지는' 한 마디를 터트린 것이다. 사우디-태국전보다 3시간 앞서 열린 E조 최종전 한국-말레이시아전을 본 모양이다. 경기는 완전히 예상 외 결과를 낳았다. 한국의 대승 예측이 빗나갔고, 역전에 재역전이 거듭한 끝에 3-3 무승부가 된 것이다. 사우디에 불똥이 튀었다. 한국이 1위를 했으면 일본과 붙는 상황이었으나 사우디로 16강 상대가 변경됐다.

사실 한국은 말레이시아전에 앞서 16강 진출이 확정된 터였다. 다만 국제축구연맹(FIFA) 130위 말레이시아에 3실점이나 하면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한국 축구 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전 결과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미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 때 2-2 무승부를 거뒀던 클린스만 감독은 말레이시아전 때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핵심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웠음에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해맑은 미소'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축구팬들에 화제가 됐다. 말레이시아에 후반 추가시간 14분 3-3 동점포를 허용했음에도 굳은 표정의 코치들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은 미소를 머금고 상황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선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며 '제3자 관전평'까지 곁들였다.



그런데 그런 클린스만 감독의 미소를 1년에 430억원 받는 세계 최고 연봉 감독 만치니도 목격했다.

사우디 매체에 따르면 만치니 감독은 태국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미소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만치니 감독은 "클린스만의 미소 때문에 나도 웃었다"라며 "이상한 일이지만 축구에서는 그런 일이 있다"라고 받아쳤다.

만치니 감독의 발언 의도가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이 왜 비겼는지 모르겠다는 뜻은 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이 최약체 말레이시아에 3골이나 내주며 비겼는데 감독은 웃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의미다.



사실 한국-말레이시아 맞대결 전부터 중동, 더 넓히면 아시아 일부 언론이나 축구인사들은 한국이 일본을 16강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 E조 1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는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말레이시아전 앞두고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핵심 3총사를 전원 선발로 내세우고, 재활 마친 황희찬을 벤치에 대기시켜 클린스만 감독의 승리 의지가 드러나긴 했다.

그런데 또 결과가 무승부에 따른 E조 2위로 끝났으니 대회 취재를 온 외신 입장에선 한국의 경기력과 클린스만의 미소가 알쏭달쏭할 만하다. 거기에 만치니 감독의 한 마디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중국 언론에선 "아시아축구연맹이 한국의 말레이시아전 무승부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선을 넘는 견해까지 내놨다.



물론 이는 억측에 가깝다. 클린스만호 핵심 멤버들이 체력 고갈, 부상 우려, 경고 누적 위험까지 감수하고 말레이시아와 비기기 위해 땀을 흘리진 않았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우승후보 답게 토너먼트를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드러난 우여곡절일 수 있다.

다만 이번 '웃음 사건'을 해프닝으로 넘기기 위해선 앞으로 클린스만 감독과 태극전사들의 대반전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클린스만의 미소'와 만치니 감독의 조롱에 가까운 발언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을 수 있다. 아직까진 대한민국 국민들과 축구팬들도 클린스만 감독의 해맑은 미소가 불편하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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