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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비난+선 넘는 짓' 맞지만…대표팀도 증명해야 한다 [권동환의 도하시아]

기사입력 2024.01.26 10:45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충격적인 결과였다. 대한민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축구팬들과 국민들이 밤새 들끓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한국은 전반 21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선제골로 앞서가기 시작했지만 후반전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달아 내주면서 패배 위기에 몰렸다. 후반 38분 이강인(PSG)의 프리킥이 골키퍼 손 맞고 들어가면서 다시 원점이 됐다.

후반 추가시간 한국은 오현규(셀틱)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마무리 지으면서 승리를 목전에 뒀으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실점을 허용하면서 결국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 때 E조 3위까지 순위가 내려가는 등 보는 사람들이 더 힘든 90분이었다. 월드컵도 아니고 아시안컵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16강에서 한국은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난다. 만약 말레이시아전 때 승리했다면 일본을 만났지만 동점골을 내주면서 오는 30일 오후 7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와 8강행을 두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16강을 가긴 갔으나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후 축구팬들은 대표팀을 향해 엄청난 비판을 쏟아냈다. 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우승이고, 팬들도 결승전 진출을 기대하고 있기에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졸전은 팬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전 한 경기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더 문제다.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 때도 전반 이른 시간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을 터진 후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달아 허용했다. 이후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후반 추가시간 자책골을 유도해 간신히 패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전 역시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결과였다. 3골을 터트리긴 했지만 후반전 동안 말레이시아 역습에 맥을 못추면서 3골을 내줬다. 한국이 말레이시아한테 3골 이상 내준 경기를 찾으려면 4-4 무승부로 끝났던 1976년 9월 프레지던트컵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충격적인 결과이기에 클린스만 감독은 맹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토너먼트를 앞두고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 등 핵심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운 게 무색하게 이기지 못하면서 결과와 체력 안배 모두 놓쳤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3월부터 태극전사들을 이끌어 온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초반 6경기 만에 데뷔승을 거두면서 불신의 눈초리를 받았다. 또 매번 A매치 때마다 명단에 변화가 없어 선발 기준을 지적 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을 근거로 내세웠다. 명단이 매번 비슷한 건 아시안컵을 앞두고 조직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함이고, 부진한 성적에도 자신 있게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외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9월에도 "난 선수 시절이나 감독으로서 월드컵 등을 비롯해 토너먼트 경험이 많고, 토너먼트를 즐겨왔다"라며 "그래서 토너먼트에서 어떻게 팀을 준비시키고, 꾸려가야 하는지 경험을 갖고 있어 충분히 좋은 모습으로, 좋은 팀을 꾸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아시안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별리그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우승 가능성을 의심 받기 시작했다. 축구통계매체 '옵타'는 대회 전 한국의 우승 확률을 대회 참가팀들 중 두 번째로 높은 14.3%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5번째로 높은 11%로 조정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가져올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조별리그부터 애를 먹은 클린스만 감독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아직 토너먼트가 남아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 가득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 근무 등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이미 찍힐 대로 찍힌 상황이다.

비판을 받는 건 감독뿐만이 아니다. 대회 기간 중 부진한 활약을 펼친 한국 선수들이 팬들로부터 원성을 받았다. 주로 이기제(수원삼성), 조규성(미트윌란), 설영우(울산HD) 등이 비난의 타깃이 됐다.



팬들은 이기제가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승선한 것부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기제는 클린스만 감독 이전에도 대표팀 레프트백으로 곧잘 뽑혔지만, 클린스만이 지휘봉을 잡은 뒤엔 거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소속팀 수원 삼성에선 지난해 9월30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자신이 부임한 뒤 이기제를 단 1초도 쓰지 않았다.

이기제를 데려간 이유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표팀에서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이를 느꼈다"면서도 "그는 항상 자신의 일을 해냈다. 놀라운 폼을 유지했고 경기에서도 보여줬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팀을 돕는 선수를 뽑고 싶다. 소속팀에서의 이유가 어떻든 대표팀 감독으로서 선수의 모습을 판단해야 한다"고 그를 옹호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의 신임을 받아 아시안컵에 참가한 이기제는 결국 바레인과의 1차전 때 공을 빼앗겨 동점골의 빌미가 됐다. 2차전 요르단전 때는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아웃됐다.



조규성 역시 현재 엄청난 비판에 시달리는 중이다. 조규성은 말레이시아전을 포함해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으나 침묵하면서 아직 대회 1호골을 터트리지 못했다. 좋은 득점 장면이 몇 차례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면서 한국의 졸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조규성 활약상에 크게 실망한 일부 팬들은 그가 지난해 12월에 출연한 방송과 헤어스타일 변화까지 지적하며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도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3차전 뒤엔 설영우에게 비난의 화살이 옮겨 갔다. 부진한 선수들의 가족 욕까지 하는 몰상식한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회 시작 전 미디어에게 선수들을 흔들지 않고 보호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보호해주셨으면 한다는 말을 전한다"라며 "많은 팬분들이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상에서 선을 넘는 반응들을 하시는데 안타깝다. 가족과 동료들이 있다. 선수들을 아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과도한 비판과 공격은 자제하는 게 맞다. 선수들의 SNS 등은 팬들의 무자비하게 욕설하는 곳이 아니다. 대회를 치르다보면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가 항상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의 근본 원인은 클린스만호가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해선 안 된다.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납득할 만한 성적인데, 3경기 내내 합격점과 거리가 먼 축구를 클린스만호가 펼쳐보였다. 토너먼트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 팬심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마디의 호소가 아니라 경기장에서의 좋은 플레이만이 대표팀에 대한 설화를 없앨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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