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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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서 한·일전?…일본, 이라크전 전반전 0-2로 뒤졌다 '충격'→D조 2위하나 (전반 종료)

기사입력 2024.01.19 21:22 / 기사수정 2024.01.19 21:22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16강에서 한일전이 성사될까.

일본 축구대표팀이 중동 복병 이라크에 2골 내주며 전반전을 한 골 뒤진 채 마쳤다. 이대로 끝나면 일본은 D조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E조 1위가 유력한 한국과의 16강전 가능성이 커졌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시작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전반 5분과 전반 추가시간 상대 공격수 후세인 아이멘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전반전을 0-2로 뒤지고 후반전을 맞게 됐다.

예상 밖의 결과다. 이라크가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1로 따돌렸지만 일본보다는 한 수 아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도 1차전에서 베트남을 맞아 4-2로 이기긴 했지만 베트남전 전에 치른 A매치 10경기(요르단과의 비공개 평가전 포함)에서 전승을 거두고 45득점 6실점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예상밖 졸전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베트남전에서의 불안한 분위기가 이라크전 전반전에도 이어졌다.

일본은 이날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스즈키 자이온 골키퍼를 비롯해 이토 히로키, 이타쿠라 고, 다니구치 쇼고, 스가와라 유키노리가 백4를 구성했다. 3선엔 엔도 와타루와 모리타 히데마사가 섰다. 2선은 이토 준야, 미나미노 다쿠미, 구보 다케후사로 짜여졌다. 최전방에 아사노 다쿠마가 출격했다.



공격진에 일본 축구가 자랑하는 공격수 구보와 카타르 월드컵 독일전에서 골을 넣었던 아사노가 베트남전과 달리 전반부터 들어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맞서 싸운 이라크도 4-2-3-1 전형으로 맞선다. 잘랄 하산 골키퍼를 비롯해 알리 후세인, 사드 나티크, 레빈 술라카, 프란스 푸트로스가 수비를 구축했다. 3선은 이브라힘 바예시, 아미르 알 아미리가 지켰다. 2선은 알리 자심, 유세프 아민, 아흐메드 알 하자지, 최전방에 아이멘 후세인이 출격했다. 

오히려 이라크가 로테이션을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멤버를 5명이나 교체했다.

카타르와 인접한 이라크 관중이 4만 수용 경기장을 상당히 채운 가운데 그라운드 분위기도 이라크 쪽으로 흘렀다. 그리고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4분 왼쪽 측면을 파고 들던 자심이 크로스를 올려 일본 골키퍼 스즈키가 쳐냈는데 이게 약하게 향하더니 후세인 앞으로 간 것이다. 후세인이 정확하게 헤딩 슛을 해 골망을 출렁였다.

비디오판독(VAR)이 잠지 시행됐고 결국 이라크 골이 확정됐다.

예상치 못한 선제골이었고 이후부터 일본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라크는 덩치 큰 선수들이 대거 하프라인 뒤에 진을 치며 일본의 공세를 차단해나갔다. 일본은 전반 중반 엔도가 어려운 상황에서 왼발 시저스킥을 시도하는 등 사력을 다했으나 결정적인 슛을 날리진 못했다.

그러던 일본이 한 골 더 내줬다. 전반 추가시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막지 못해 후세인에 한 골을 더 내준 것이다. 그야말로 일본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순간이다.



이날 전반전 결과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이 이렇게 이라크에 패하면 D조 2위가 될 가능성이 큰데 D조 2위는 E조 1위와 격돌하기 때문이다.

E조는 바로 한국,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가 속한 조다. 20일 열리는 한국-요르단 결과가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의 예상은 한국이 E조 1위를 무난히 차지한다는 쪽이다.

한국과 일본이 당초 시나리오대로 결승에서 붙는 게 아닌 16강에서 격돌할 수도 있는 셈이다.

클린스만호 입장에선 요르단전을 잘 치러야겠지만 일본-이라크 전반 결과만 놓고 보면 예상 외로 16강에서 일본을 만나는 그림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일본의 이라크전 전반전 결과는 모리야스 감독에게 31년 전 '도하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일본 축구사 가장 비극적인 경기 중 하나가 바로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이라크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일본, 북한,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이 중립지 도하에 모여 풀리그로 2장의 월드컵 본선 티켓을 다퉜다. 당시 일본은 사우디와 비기고 이란에 패했으나 3차전과 4차전에서 북한과 한국을 각각 3-0, 1-0으로 제압, 순위가 본선 진출 가능권인 2위로 올라섰다.



이라크와 최종전을 이기면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이라크전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1-1에서 오프사이드 논란이 있었던 후반 24분 나카야마 마사시의 골이 터질 때 일본 열도가 들썩였다. 당시 일본 중계방송 캐스터는 "아메리카의 골든게이트(샌프란시스코 금문교)가 보인다"며 흥분했다. 20여분 버티면 월드컵 티켓은 일본의 것이었다.

하지만 후반 45분이 막 넘어가려는 순간 사건이 텨졌다.

이라크의 자파르 옴란이 2-2 동점으로 승부를 마무리짓는 골을 넣은 것이다. 자파르의 골이 터질 때 일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진 장면은 유명하다. 같은 시간 다른 구장에서 북한을 3-0으로 완파하고도 그라운드를 터벅터벅 걸어나오던 한국 선수들은 갑자기 들려온 자파르의 동점포 및 일본-이라크전 2-2 무승부 소식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승3무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인 나란히 2승2무1패를 찍었으나 골득실에서 한국이 +5를 기록, +3인 일본을 제치고 미국 월드컵 본선 티켓을 뒤집기로 획득했다. 한국 축구계는 이를 '도하의 기적', 일본 축구계는 거꾸로 이를 '도하의 비극'으로 부른다.

시간이 31년 흘러 2024년 1월18일 카타르 도하에서 당시 비극이 회자됐다. 일본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도하의 비극' 때 그라운드에 있었던 일본 선수 11명 중 한 명이었다.



이라크전 앞두고 모리야스와 도하, 이라크가 겹치면서 '도하의 비극'도 18일 열린 사전기자회견 질문으로 나왔다.

모리야스 감독은 '도하의 비극'을 인지하면서도 담담하게 대응하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당시 선수로서 1993년에 비극적인 일을 겪었지만 지금 난 감독이다.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라면서 동석한 수비수 이타쿠라 고를 가리키고는 "내 옆의 이타쿠라는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다. 나와 선수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 지금 일본 선수들은 각종 유럽 리그에서 뛰며 이미 자신의 실력을 세계 무대에 증명하고 있다"는 말로 '도하의 비극' 같은 아쉬운 경기를 카타르에서 다시 하지 않을 것임을 자신한 것이다.

그러나 전반 결과만 놓고 보면 31년 만에 다시 도하의 비극이 연출될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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