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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대표팀 또 '성추문'…"감독이 밤에 문 열어 놓으라고 했다"

기사입력 2024.01.13 15:00



(엑스포츠뉴스 김정현기자) 국제대회에서 강제 키스를 당했다고 주장한 스페인 여자축구 대표팀 헤니페 에르모소가 스페인 방송에 출연해 대회 기간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당했던 황당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가 13일(한국시간) 에르모소가 스페인 방송에 출연해 전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밤에 방문을 열어놓을 것을 요구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에르모소는 15일 방영 예정인 스페인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예고편을 통해 그는 전 대표팀 감독인 호르헤 빌다와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고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장 사건 당시 경험한 모든 것에 대해 털어 놓았다.

에르모소는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당시 있었던 빌다와의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가 잠을 잘 때, 우리는 방문을 열어둬야 했고 그가 밤에 찾아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와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첫 선수의 문이 울리고 마지막 선수까지 이어질 때 몇몇 선수들이 잠들었을 것"이라며 대회 기간 중 고충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에르모소는 빌다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을 통제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쇼핑했을 때, 그는 우리를 기다렸고 뭘 샀는지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라고 털어놔 진행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또 진행자는 루비알레스가 월드컵 결승전 시상식 때 물의를 일으킨 강제 키스 사건에 대해서도 질문헀다. 루비알레스는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선수단에게 갑자기 포옹하는 가 하면, 에르모소에게 강제로 키스를 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격렬하게 항의헀지만, 비판 여론에 떠밀려 결국 스페인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에르모소는 "만약 내가 하지 않았다면, 내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영상을 만든 것을 인정했더라면 내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다른 스포츠적 일들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난 용기와 굳셈을 느꼈고 무엇보다 내게 올바른 일을 했다. 그것이 당시에 극복해냈던 유일한 일이었다"라고 털어놨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023 여자 월드컵 결승전 시상식에서 벌어진 강제 키스 논란으로 스페인 여자 대표팀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퇴색시켰다. 당시 루비알레스 회장은 우승의 기쁨을 즐기는 시상식에서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곧바로 입을 맞추는 행동이 포착되며 논란을 만들었다. 당시 그의 행동은 상대 선수였던 에르모소의 동의가 없었다면 성추행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시상식 이후 논란에도 불구하고 루비알레스 회장은 뻔뻔한 태도를 먼저 내비쳤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며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비난과 사퇴 요구가 더욱 폭주했다.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루비알레스의 회장을 비난했다.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파이스는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엘파이스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오해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타인의) 입에다가 키스하는 건 '공격'"이라며 "'도둑 키스'가 항상 놀랍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그건 침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도 개인 SNS를 통해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루비알레스는 이후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사과 의사를 전했지만, 여론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사건이 점점 커지면서 국제축구연맹(FIFA)도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로 나서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곧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도 잇달았다. 

FIFA는 "FIFA 징계위원회는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발생한 사건을 근거로 스페인왕립축구연맹 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에게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해당 사건은 FIFA 징계 규정 13조 1, 2항을 위반하는 행위일 수 있다"라며 "FIFA 징계위원회는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 후에 징계 절차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루비알레스 조사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FIFA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이 커지가 스페인 '카데나 세르'는 "8월 24일부터 FIFA의 조사가 시작된 후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에 사임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퇴 압박이 심해지자 태도를 바꾸며 선수를 공격하고,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서기로 입장을 전환했다.

루비알레스는 자신의 행동이 에르모소를 위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자발적인 키스였다. 상호적이고 행복하며 합의된 키스였다. 그것이 핵심이다. 합의된 사실만으로 내가 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며 사과를 번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어머니는 아들의 결백함을 주장하고자 최근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회장의 어머니인 앙헬라스 베자르는 지역 교회에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했으며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에게 "진실을 말하라. 논란의 배후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라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의 발언 이후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일부 선수들은 스페인축구협회 차출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FIFA에서도 루비알레스 회장의 업무 정지라는 중징계를 시행했다. 스페인 검찰에서도 루비알레스 사건에 대해 형사 고발과 고소장이 제출 됐으며, 이후 스페인정부에서도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그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루비알레스 회장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스페인축구협회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BBC는 "루바알레스 회장은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직은 사임했다. 그는 페드로 로차 회장 대행에게 사임을 제출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피어스 모건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내 일을 더 이상 계속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라며 루비알레스의 회장직 사임 소식을 전했다.

이어 "루비알레스는 입맞춤이 상호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했었지만, 그는 FIFA에 의해 업무가 잠정 중단된 상태였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집행위원회 부회장직도 사임했다"라고 그의 상황을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루비알레스는 "FIFA의 업무 정지 징계와 나에 대한 공개적인 절차들로 인해 내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기다리고 버티는 것은 연맹이나 스페인 축구계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라며 자신이 사임을 표한 것에 대해 직접 밝혔다. 




그는 자신이 사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족들과의 상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언급하며 "가족들은 그것이 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나에게 '이제 존엄성에 집중하고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스포츠에 피해를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라며 자신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임 발표에도 그에 대한 조사와 여러 가지 절차들은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스페인 검찰이 건넨 고소장은 스페인 국가 법원에 공식적으로 접수됐다. 루비알레스는 이제 형사 고발을 당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성폭행 혐의에 대해 1년에서 4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그는 스페인 정부의 조사도 받고 있다"라며 사임과는 별개로 그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스페인축구협회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유럽축구연맹(UEFA) 탈퇴까지 고려한다는 압박을 가했었는데, 그의 이번 사임 발표로 해당 압박도 의미가 사라졌다.




스페인 매체들은 당시 "스페인축구협회 수뇌부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페인 정부에 의해 회장직에서 축출될 경우 UEFA를 떠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UEFA에 편지를 보내 정부의 규정 위반을 지적했다"라고 전했다. 

UEFA 규정에 따르면 "UEFA 소속 협회는 제3자의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진행, 관리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스페인축구협회는 스페인 정부의 개입이 이러한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매체들은 "이러한 규칙 위반으로 인해 스페인 정부는 원하지 않았던 스페인축구협회의 UEFA 탈퇴가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구단들을 챔피언스리그에서 배제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스페인축구협회는 최근 루비알레스를 옹호한 점에 대해 "전 세계 축구계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자신들의 태도에 대한 반성하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 발표로 스페인 축구계를 향한 논란이 조금은 줄어들 예정인 가운데, 그에 대한 처벌 수위와 여러 조치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큰 관심이 쏟아질 전망이다.

루비알레스는 지난 10일 공개된 엘 에스파뇰과 사건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최근에야 수사를 마친 뒤였다. 

루비알레스는 여성인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제2 부총리를 거론하며 "자신에게 배정된 검사나 판사를 압박하고 이를 겪는 변호사로 시작한 그녀부터 어느 누구도 그 행동이 성폭행이었다고 믿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에르모소가 자신이 말을 하고 마음을 바꿨기 때문에 그녀를 믿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사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사진=Reuters,AP,EPA,AFP/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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