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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감 극복+솔루션 제시"…박경훈 단장의 '염기훈 감독 선임' 이유 [현장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4.01.11 17:40 / 기사수정 2024.01.11 17:57



(엑스포츠뉴스 화성, 김환 기자) 수원 삼성 제8대 단장으로 선임된 박경훈 단장이 새 시즌을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 박경훈 단장은 용감하게 변화를 주고 담대하게 실행에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박 단장은 염기훈 감독 선임 이유에 대해 패배감 극복과 해결책 제시를 예로 들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수원은 11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염기훈 신임 감독과 박경훈 신임 단장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수원의 제9대 감독으로 부임한 염기훈 감독과 제8대 단장 박경훈 단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두 사람은 하루 간격으로 공식 선임됐다. 수원은 지난 8일 박경훈 단장을 구단의 제8대 단장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을, 하루 뒤에는 지난시즌 막바지 감독대행으로 수원을 이끌었던 염기훈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세웠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수원은 박경훈 단장 선임 발표 당시 "박 단장이 선수와 감독으로 K리그1, K리그2를 두루 경험했을 뿐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행정 업무 경험까지 보유하고 있어 구단을 쇄신해 1부리그 승격으로 이끌 적임자로 결정했다"라며 박경훈 단장 선임 이유를 밝혔다.

박경훈 단장은 수원 구단을 통해 "중요한 시기에 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용감한 변화와 대담한 실행을 바탕으로 팀의 1부 승격과 명가 재건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경훈 단장은 선수 시절 유명한 측면 수비수였다. 1984년 포항제철(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박경훈 단장은 프로 통산 134경기를 소화하며 K리그 초창기를 대표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참가하는 등 A매치 93경기를 소화한 경력도 있다.

축구화를 벗은 뒤에는 전남 드래곤즈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7년에는 17세 이하(U-17) 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다. 그 뒤에는 제주 유나이티드, 성남FC를 지휘했던 박경훈 단장은 지난 2021년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로 선임돼 행정가로 변신했다.

약 2년 동안 축구행정가로 있었던 박경훈 단장은 지난해 3월 KFA의 축구인 사면 사건 논란이 생긴 뒤 전무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부산 아이파크 어드바이저로 일하다 올해 들어 수원 제8대 단장으로 선임됐다. 

박 단장은 K리그 감독의 파격 변신 선구자격이기도 하다.

2014년 서울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가죽 점퍼에 '의리'가 쓰인 흰색 티셔츠를 입고 선글래스를 쓰고는 "서울전은 반드시 이기으리"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배우 김보성의 의리 복장과 비슷해 큰 화제를 모았다. K리그 지도자들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선 근엄한 모습을 벗어던질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K리그의 전체적인 반응도 좋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경훈 단장은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지난해 수원이 초유의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단장으로 오게 되어 걱정도 되고,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고 위기를 극복해야 할지 고민이다. 수원이 다시 한번 명문 구단으로 올라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팬들의 사랑을 다시 받고 우리가 생각하던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재도약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 여러분도 많은 도움을 주시고 응원 보내주시길 바란다"라고 단장으로서의 포부를 전했다.

박 단장은 염 감독의 리더십을 지켜주는 역할도 일정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염 감독이 수원 팬들의 상당한 반대 속에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선수 영입이나 초반 전술 운영 등에서 이런 저런 조언 내지 소통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단장 역시 2017년 성남에서 1부 진출을 이루지 못했고, 지난해 부산 디렉터로 일할 때도 부산의 승강플레이오프 역전패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의문 역시 지워내는 게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초반 연착륙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박 단장과 염 감독 앞에 떨어졌다.



다음은 박경훈 단장 기자회견 일문일답.


-밖에서 본 수원은, 그리고 자신의 역할은.

나는 감독도 해보고, 행정가도 해보고, 학생들도 가르쳤다. 최근에는 프로 구단에서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도 있었다. 사실 수원이라는 명가가 강등이 될 거라고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강등은 작년에 이뤄진 게 아니다. 몇 년 동안 이뤄진 강등이다. 수원에는 용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담대히 이 변화를 실행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선수단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고, 우리 프런트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런트의 문제점에 과감하게 변화를 주도록 하겠다.

-염기훈 감독 선임을 결정한 이유는.

염기훈 감독은 전 대표님과의 조율이 있었다. 내가 온 뒤에 결정됐다. 염기훈 감독을 선임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우리 팀의 패배감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고 혼선없이 선수단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염기훈 감독에게 명확한 목표와 방법을 질문했는데 확실하게 갖고 있더라. 비록 작년에 강등됐지만, 염기훈 감독이 현재 선수단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솔루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확신을 갖게 됐다. 

팬들과 미디어가 염기훈 감독이 감독이 경험이 없다는 말과 승격 경험이 있는 감독을 선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 같은 세계적인 감독도 모두가 처음 감독이 될 때 경험에 대한 걱정을 들었다. 실패한 감독들도 있지만, 성공한 감독들도 엄청 많다. 

염기훈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앞으로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가 있는지, 승격을 시킬 방법을 물어봤다. 염기훈 감독의 답변을 들으며 염기훈 감독을 선임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목표를 위한 확실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감독이다. 감독을 전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난 K리그1과 K리그2 감독을 모두 해봤다. K리그2는 정말 쉽지 않다.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모두 염기훈 감독에게 전수하고, 염기훈 감독이 수원의 레전드이자 한국 축구의 자산으로서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도록 내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

-선수단 상황에 대한 파악은.

K리그1과 K리그2의 차이는 분명히 있고, 나는 그 차이를 경험했다. 우리는 강등됐다. 그렇다고 작년에 적은 돈을 사용한 건 아니다. 일단 체질 개선을 하고 앞으로 어떤 부분에 집중해 예산을 사용할 것인지 염기훈 감독과 잘 상의할 예정이다. 

작년 수원의 기록을 보니 57골을 실점했고 35골을 득점했다. 강등될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공격도 보강해야 하고, 수비를 어떻게 탄탄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K리그2는 역동적이고 뛰는 양이 많은 리그다. 체질 개선을 통해 감독이 원하는 축구 철학과 플레이 스타일을 팀에 입힐 수 있도록 단장으로서 최대한 지원하겠다.



-부상 선수 관리 방법은.

부상의 이유 중 하나는 강도 높은 플레이 이후 리커버리 부족이다. 어제도 우리가 비록 강등됐지만 선수들에게 어떤 일들을 해줄지를 두고 팀장과 이야기했다. 난 영양섭취를 강조했고, 선수들 숙소 시설 이야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비록 우리가 강등된 아픔을 갖고 있지만, 선수들이 구단의 지원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선수들이 감동한다. 

염기훈 감독에게도 우리 구단은 뭔가 스마트하고 멋진 축구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멋있는 축구로 좋은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고, 팬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승격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상태로 가면 승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선수들과의 첫 만남 때도 했다. 좋은 퍼포먼스를 내려면 강도 높은 퍼포먼스 이후 영양섭취와 휴식을 통해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승격할 수 있도록 단장으로서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

-수원의 프런트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하나.

사실 최근 부산의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있어서 부산에 많이 집중했다. 막바지에 수원의 강등을 보고 축구인으로서 아픔을 공감했다. 단장으로 부임한 뒤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했고, 팬들이나 SNS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는 이야기도, 틀린 이야기도 있겠지만 나도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프런트를 비롯해 모두가 변화를 하지 않으면 어렵다. 용감하게 변화를 주고 담대히 실행에 옮기도록 노력하겠다.

-수원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떤 경로로 단장이 됐나.

이전부터 소문은 들었다. 지난주 목요일에 제일기획 임원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선임하고 싶은데 내 생각이 어떤지 나에게 물어봤다. 일단 내가 부산에 있기 때문에 정몽규 회장님과 부산 대표님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내가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이틀 동안 결정하고 주말에 연락을 받았다. 일요일에 점심을 먹으며 계약조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날 정몽규 회장님께 재가를 받아야 해서 비서실에 전화를 해 연락드렸다. 수원의 제안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렸고, 회장님께서 흔쾌히 허가해주셨다. 이후 부산 대표님께도 연락을 드렸고, 기사가 나오기 전에 업무정지를 해다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기사가 나왔다. 수원 단장 부임 과정은 빠르게 진행됐다. 



-팬들이 네 차례 간담회 요청을 했는데 모두 미뤄졌다. 언제쯤 할 계획인가.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수원이 명가가 될 수 있었다. 현재 강등에 가장 슬퍼하는 사람들도 열렬하게 지원했던 서포터즈들이다. 난 언제든지 (간담회를 하는 게) 좋다. 빨리 팬들과 만나 응원하시면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또 문제점을 같이 찾아 개선하고 싶다. 시간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지금은 제일 중요한 게 선수 구성이고, 내일 전지훈련을 떠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간담회를 하기 어렵다. 빠른 시일 내에 이 부분들이 마무리되면 언제든지 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위협적인 경쟁 상대는.

수원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 피드백을 주고 구단과 소통했다. 부산이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염기훈 감독에게도 부산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산은 팀 구성이 잘 되어있는 반면 우리는 K리그2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을 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구단들이 강해질 거다. 우리도 구성을 탄탄하게 하지 않으면 굉장히 걱정된다는 말을 염기훈 감독에게 했다. 부산 외에도 전부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리얼블루 정책에 변화를 줄 생각인지, 유지할 것인가.

수원의 레전드 출신 감독들이 최근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금방 나가는 감독들도 많았다. 난 무엇보다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 선택을 하기까지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선택을 했다면 지원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염기훈 감독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이 걸렸지만, 나를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리얼블루의 의미에 대해 잘 몰랐다. 한 명의 축구인으로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팬들이 염기훈 감독 선임을 반대한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축구의 자산 중 하나를 버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쇄신이 힘들다는 시선도 많다. 운영 주체의 변화를 느꼈나.

충분히 이해한다. 그동안 수원은 최고의 명가로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팬들의 눈높이가 엄청 높아져 있다. 이전에는 많은 지원을 해줬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지원이 많이 떨어진 걸 보고 관심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대한축구협회에 있을 때도 저비용 고효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의 역량이다. 돈을 많이 쓰지 않더라도 우승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명장이고 훌륭한 감독이다.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좋은 예시다. 적은 돈을 쓰고도 훌륭한 선수를 키워내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니 짧은 시간에 명장 반열에 올랐다. 성적이 증명해줄 것이다. 비록 2부리그지만, 내년에는 염기훈 감독이 수원을 다시 명가의 반열에 올려주길 기대한다.

-수원의 예산이 유지되는지 혹은 삭감되는지 알고 있나.

그래도 K리그2에서는 우리가 가장 많은 돈을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K리그2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쓸 것 같다.



-감독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단장의 역량은 얼마나 중요하고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구단에서도 나에게 바라는 게 많을 것이다. 일단 내 역량 중 하나는 K리그1, K리그2 감독을 모두 했다는 점이다. 행정도 했었고, 학생들도 가르치는 교수도 했다. 최근에는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도 일했다.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염기훈 감독에게 없는 경험이 있다. 염기훈 감독의 열정과 도전의식은 어마어마하다. 모두가 우려하는 건 부족한 경험이다. 난 경험이 상당히 많다. 염기훈 감독에게 없는 경험을 내가 감독으로서 피드백을 통해 모두가 갈망하는 승격과 명문의 재건에 힘을 보탤 것이다.

-지난시즌 부산에서 승격에 실패한 경험이 수원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정적일 때 감독의 역량이 필요하다. 승격하려면 연패에 빠지면 안 된다. 지난해 부산을 보며 사실 박진섭 감독의 역량이 훌륭하다는 걸 확인했다. 부산의 득점이나 순위를 보면 감독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감독은 막바지에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작년에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서 있으면서 느낀 부분 중 하나다. 또한 연패에 빠졌을 때 나오는 방법을 알고 계속 발전해야 하는 게 감독의 역량이다. 이런 부분들을 염기훈 감독과 논의해서 우리가 원하는 빠른 승격에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진=수원 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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