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3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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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택배 크로스' 시즌 2호 도움…PSG, 메스 3-1 제압 [리그1 리뷰]

기사입력 2023.12.21 07:01 / 기사수정 2023.12.21 08:0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강인이 날카로운 크로스로 파리 생제르맹(PSG) 입성 뒤 시즌 2호 도움을 작성하며 소속팀 3-1 완승을 이끌고 아시안컵에 기분 좋게 참가할 수 있게 됐다.

PSG도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프랑스 리그1(1부리그) 선두를 질주했다.

이강인은 21일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왕자공원 구장)에서 열린 2023/24 프랑스 리그1 FC메스와의 홈 경기에서 3-4-3 포메이션의 측면 윙백을 맡아 후반 3분 0-0 균형을 깨는 비티냐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PSG는 이후 간판 스타 킬리안 음바페의 멀티골이 터지면서 3-1로 이겼다.

이강인의 PSG 입단 뒤 두 번째 어시스트다. 이강인은 앞서 지난 10월 29일 열린 리그1 10라운드 브레스트와의 원정 경기(PSG 3-2 승)에서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전반 28분 음바페의 2-0 리드골을 도우며 PSG에서의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후 53일 만에 리그1 2호 도움이 나왔다.

특히 이강인은 메스전을 끝으로 PSG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합류,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때문에 쾌조의 컨디션으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게 됐다.

PSG는 이날 승리를 통해 12승 4무 1패(승점 40)를 기록, 승점 35인 2위 니스를 5점 차로 제치며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4위로 중하위권까지 밀렸던 메스는 승점 16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순위도 그대로 14위가 됐다.



◆ 이강인, 7경기 연속 선발 출격…엔리케 전술의 상수


이날 PSG를 이끄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레드카드 징계에서 돌아온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를 골문 앞에 세웠다. 백3엔 마르키뇨스, 밀란 슈크리니아르, 다닐루를 집어넣었으며 미드필더 4명으론 마누엘 우가르테, 비티냐, 워렌 자이르-에메리, 이강인이 선택받았다. 브래들리 바르콜라, 랭달 콜로-무아니, 킬리안 음바페가 스리톱에 나섰다.

원정팀 메스는 알렉산드르 우키디아가 문지기로 나섰으며, 백4엔 마티유 우돌, 크리스토프 에렐레, 이스마엘 트라오레, 조세프 은두키디가 포진했다. 중원은 단레이 장-자크, 케빈 은도람, 하비브 마이가로 짜여졌다. 스리톱은 셰이크 사발리, 케빈 판 덴 케르코프가 낙점됐다. 

이날 경기를 통해 이강인은 지난달 11일 랭스전부터 공식전 7경기 연속, 리그1으로 한정하면 5경기 연속 선발 출격하게 됐다. 그 시간 내내 일부 프랑스 언론이 이강인에 대한 자질론을 들고 나오며 시비를 걸었으나 엔리케 감독은 흔들림 없이 이강인을 미드필더 3명 중 하나, 혹은 윙어로 뛰게 했다.



◆ "라리가 안봤으면 이강인 함부로 말하지마!"

엔리케 감독은 이날 경기 앞두고 이강인을 다시 한 번 극찬하며 자신의 신뢰에 변함이 없음을 알려 눈길을 끌었다.

엔리케 감독은 메스전 사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강인은 수준급 선수이지만 라리가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라며 "한국에서는 슈퍼스타"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선수다. 그는 오른쪽 윙어와 왼쪽 윙어로 뛰었고, 미드필더, 때로는 가짜 9번(미드필더 역할과 공격수 역할을 함께 담당하는 선수)으로도 활약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고 수비적으로도 매우 뛰어나며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수"라며 "그런 선수가 팀에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는 재미있고 친절하며 모든 것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내내 자신이 설파하고 있는 이강인의 강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왜 PSG와 자신의 전술에 잘 맞은 선수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으론 이강인의 플레이를 깎아내리는 일부 프랑스 언론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했다.



◆ PSG 공격의 초반 공세, 출발점은 이강인

PSG는 홈에서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였다. 그 중심에 이강인이 있었다.

이강인은 엔리케 감독의 잦은 호평대로 가운데와 측면을 두루 누비면서 PSG 공격의 출발점이 됐다. 전반 8분 동료 선수들과 짧은 패스를 유기적으로 펼친 끝에 비티냐의 첫 슈팅까지 이끌어낸 이강인은 전반 12분엔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구사, 음바페가 이를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연결하는 듯 했으나 상대 골키퍼가 먼저 잡아냈다. 주심은 이 때 음바페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전반 18분엔 바르콜라가 페널티지역 왼쪽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 반대편으로 패스했으나 콜로-무아니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이후에도 상대의 밀집 수비를 개인기로 풀어가다가 막히는 등 답답한 양상을 보이던 PSG 공격은 전반 31분 이강인이 왼쪽 측면 돌파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면서 모처럼 활로를 뚫기 시작했다.

전반 34분엔 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음바페가 오른발 감아차기로 찼으나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A매치에서 물이 오른 이강인에게 왼발 킥을 차게 놔뒀으면 하는 마음이 들 만큼 허무한 킥이었다.

오히려 전반 42분엔 상대에 오른쪽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허용했으나 문전에서 슈크리니아르가 안전하게 걷어내 원정팀 슈팅까지 연결하지 못하게 했다. 이어지는 코너킥도 큰 위력은 없었다.

PSG 공격은 전반 만큼은 형편 없었다. 볼점유율 80%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나 슈팅 수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상대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유효슈팅도 하나 뿐이었다. 패스성공률이 93%에 달했으나 대부분 수비 진영에서 상대의 빈 틈을 노리기 위한 쉬운 패스 등이 많았다. 코너킥도 2개에 불과했다. 코너킥은 이강인이 모두 찼다.



◆ 역시 이강인! 택배 크로스로 시즌 2호 어시스트…PSG 승리의 문을 열다

결국 이강인이 해냈다. 후반 초반 터진 PSG 선제골을 이른바 '택배 크로스'로 도우면서 답답했던 공격을 확 뚫었다.

후반 3분 천천히 전진하던 미드필더 자이르-에메리가 중원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쇄도하던 이강인에게 패스했고 이강인은 상대 마크맨을 페인트로 따돌린 뒤 휘어져 올라가는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쐈다. 이를 골지역 부근에서 비티냐가 상대 수비를 달고 들어가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골망을 출렁이는 시원한 골이 터졌다.

이강인의 크로스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PSG의 전체적인 공격이 답답했으나 이강인 컨디션은 상당히 괜찮았기 때문이다. 득점 순간 탁월한 크로스를 통해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이강인은 후반 8분에도 비슷한 크로스를 콜로-무아니에 전달하는 등 잘 버티던 메스 수비라인을 무너트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세가 살아난 PSG는 해결사 음바페가 환상적인 골로 이날 경기 추가골이자 결승포를 터트리며 메스를 와르르 붕괴시켰다. 후반 15분 비티냐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는 아크 왼쪽 페널티지역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는데 이게 골문 앞에서 각도가 확 꺾이며 골망을 출렁였다. 음바페는 이날 득점으로 이번 시즌 리그1 시즌 17호골을 폭발하며 득점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메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후반 27분 우돌이 기습 공격 때 한 골을 만회하면서 PSG를 긴장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PSG가 아니었다.

PSG는 후반 38분 음바페가 상대 수비의 패스미스를 가로챈 뒤 우키디아 골키퍼까지 제쳤다. 텅 빈 골문에 볼을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음바페의 시즌 18호골이 터졌다. 경기는 음바페의 이 골로 사실상 결정됐다.

이강인은 이날 공격 전지역을 두루 누비면서 어시스트 외에도 PSG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전반엔 왼쪽 측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더니 후반엔 왼쪽 측면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를 변경해 '반댓발 윙어'의 위력을 과시했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세차게 내렸지만 이강인의 질주를 막진 못했다.



◆ 엔리케 감독 이강인을 처음 말하다 "보는 즐거움 주는 선수"


엔리케 감독은 이번 시즌 이강인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FC바르셀로나에서 유러피언 트레블(UEFA 챔피언스리그·라리가·코파델레이를 한 시즌에 모두 우승하는 것)을 일궈내면서 명장 대열에 올라선 엔리케 감독은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린 PSG 한국 투어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 앞두고 이강인을 처음 언급했다.

당시 이강인은 한 달여 전 프리시즌 첫 경기 르 아브르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입어 쉬다가 전북전 앞두고 출전이 유력한 상태였다.

엔리케 감독은 그 때부터 이강인의 멀티 플레이어 자질을 알고 있었고 스페인 활약상과 스페인어에 능통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강인이 스페인에서 오랜 기간 생활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마요르카에서 마지막 시즌에 굉장히 많은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훈련을 봤을 때 완성형의 선수고, 기숙이 좋고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보는 즐거움을 주는 선수다. 중앙, 측면 가리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경기장에서 잘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강인을 데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 엔리케 감독 이강인 설명하다…"이강인은 윙어, 9번, 가짜 9번 모두 가능"

엔리케 감독은 특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특례를 받는 등 이강인이 스스로 PSG에서 롱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젖힌 뒤 이강인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는 듯 호평을 적지 않게 언론에 퍼붓고 있다.

엔리케 감독이 정규시즌 들어 이강인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한 것은 그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10월 A매치 2경기에서 3골을 폭발시킨 직후였다. 지난 10월22일 스트라스부르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한 달간 PSG를 비웠다가 돌아온 이강인 활용법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엔리케 감독은 "우리와 함께한 이래로 이강인은 이미 그의 수준을 증명해 왔다. 국가대표팀 활약을 포함해서 그렇다"며 "우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 시스템 아래서도 그렇고 그는 미드필더로 크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윙어로도 뛸 수 있고, 가짜 9번이나 섀도우 스트라이커로도 활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강인은 마무리(골)와 마지막 패스에 재능을 가지고 있어 아주 흥미로운 선수"라고 한 번 더 칭찬했다.

실제 엔리케 감독 체제 아래서 이강인은 아직 경쟁을 더 해야 하는 선수로 시즌 초 분류됐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강인은 PSG 이적 뒤 리그1 개막 1~2라운드 경기에서 출전 시간을 제한받았다. 지난 8월13일 로리앙과의 리그1 개막전에서 선발 출전, 후반 35분에 교체아웃된 이강인은 이어진 2라운드 툴루즈전에선 후반 5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강인은 툴루즈전에서 경고 한 장을 받았는데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이 50분을 뛰자 기다렸다는 듯 팀과의 불화를 마치고 2라운드 앞둔 상태에서 훈련장으로 돌아온 간판 스타 킬리안 음바페를 바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뒤로 제쳐놓은 것은 아니었다. 프리시즌 훈련과 친선 경기, 리그1 1~2라운드를 통해 이강인 활용법을 어느 정도 그려놓았던 것이다.



◆ "이강인은 배고픔이 있는 선수" 감독이 좋아하는 이유

그런 엔리케 감독은 11월 들어 이강인을 본격적으로 칭찬하기 시작한다. 이강인은 지난달 4일 열린 몽펠리에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 10분 만에 프랑스 리그1 데뷔골을 폭발시키며 PSG 3-0 완승을 이끌었다. 이강인이 결승포 주인공이 된 날이었다.

엔리케 감독은 그의 첫 골을 축하하면서 많은 찬사를 남겼는데 특히 그의 간절함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직후 "이강인은 완벽한 선수다. 작지만 전방, 후방, 안쪽, 측면, 수비, 골까지 넣을 수 있는 완벽한 선수"라며 그의 다양한 쓰임새에 감탄한 뒤 "PSG에 있어 '빅 영입'이다. 계약했을 때부터 우리는 이강인의 잠재력을 알았다. 여전히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잘 뛰고 있다"고 극찬했다.

엔리케 감독은 특히 몽펠리에전에서 나타난 이강인의 간절함을 높이 샀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압박을 받을 때 공을 잃지 않는다. 좋은 결정을 내리고 오늘처럼 골을 넣는다"며 "그리고 그는 배가 고프다. 배고픔은 선수로서 발전에 정말 중요한 요소다. 그는 우리 스쿼드에서 그러한 특성을 지닌 또 다른 좋은 선수"라고 했다.

그는 이어 "매우 행복하다. 모든 게 좋았고, 좋은 결과도 얻었다. 모든 골이 좋았다. 훌륭한 팀을 이긴 훌륭한 밤이었다"라며 "우리는 항상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 경기력에도 기쁘다"고 이강인의 쏘아올린 결승포와 이어진 연속골 등으로 행복함을 숨기지 않았다.



◆ "이강인 공을 거의 빼앗기지 않아"…엔리케 감독, LEE의 기술을 봤다

지난달 12일 랭스와의 원정 경기를 마친 뒤에도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멀티 플레이 능력에 감탄하며 칭찬을 쏟아냈다. PSG는 해당 경기에서 음바페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3-0 완승을 챙겼다. 이강인은 좋은 평점을 받지 못했으나 엔리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엔리케 감독은 "좋은 선수들은 한 포지션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 이강인은 그런 능력이 뛰어나다"며 "이강인은 이미 훈련할 때도 날 놀라게 한 선수다. 공을 거의 빼앗기지 않는다. 감독 입장에서도 이강인 같은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며 이강인이 굉장히 기술적인 선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강인은 그런 기술적인 측면을 이번 메스전에서도 증명하고 승리의 키플레이어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PSG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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