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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축구의 나라로"…메시, 타임 선정 '올해의 선수'→"GOAT 그 이상" 극찬

기사입력 2023.12.06 17:43 / 기사수정 2023.12.06 18:37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답다. 그의 영향력이 스포츠 강국이자 축구에 관해선 다소 냉소적인 미국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에 전격 입단한 메시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운동 선수'에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타임은 6일(한국시간) 2023년 올해의 선수로 메시를 선정했다고 알렸다.

메시의 수상은 남자 축구 선수로는 역사상 처음이다. 미국은 여자 축구의 세계적인 강국인 터라 지난 2019년엔 당시 프랑스 여자월드컵 우승을 일궈낸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전체가 선정된 적은 있다. 그러나 남자 축구 종목으로, 축구 선수 개인으로 상을 받는 것은 메시가 처음이라 더욱 기념할 만하다.

앞서 타임은 지난해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 2021년엔 미국 체조의 살아있는 전설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시몬 바일스, 2020년엔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 등을 올해의 선수로 뽑았다.

올해는 달라서 외국인인 메시가 미국에서 활동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공로 등을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

타임은 메시를 선정한 뒤 "그가 인터 마이애미와 계약하면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일을 해냈다"며 "그것은 바로 미국을 축구의 나라로 만드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메시는 지난 1년간 축구 인생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우선 지난해 이맘 때 치른 카타르 월드컵에서 첫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 1-2 충격 역전패를 딛고 6연승을 내달려 자신의 축구 인생 숙원이었던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메시 역시 7골을 뽑아내며 대회 MVP에 주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준우승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축구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골든볼을 2회 들어올렸다.




이어 지난 7월엔 많은 러브콜 끝에 축구의 신대륙 미국행을 결심,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에서의 2년 계약을 마무리한 메시에게 PSG 재계약 제의는 물론 친정팀 FC바르셀로나 유턴, 오일 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 명문 알 힐랄 입단, 그리고 마이애미와의 계약 등 여러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

이적시장 초기에만 해도 알 힐랄에 9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받고 갈 거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특히 프랑스 유력 통신사인 AFP가 지난 5월9일 메시가 사우디 클럽과 '블록버스터급' 계약을 맺었다고 계약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긴급 보도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AFP가 축구 관계자라고 소개한 이는 "메시의 계약이 완료됐다. 다음 시즌부터 메시는 사우디 리그에서 뛴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규모가 엄청나다.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일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당시 소속팀인 PSG도 AFP에 메시와의 결별을 사실상 인정했다. PSG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메시와 재계약할 것이었다면, 진작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중동의 행보를 보인 메시의 선택은 중동이 아닌 마이애미 입단이었다. 선배 스타플레이어 데이비드 베컴이 공동 구단주로 있는 마이애미는 연봉 외에도 각종 패키지 딜을 제시하며 연봉 1000억원을 보장했다.

알 힐랄 제시액과 비교하면 6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메시는 "돈을 보고 갔다면 사우디에 갔을 것"이라며 돈을 넘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많은 것들이 미국에 있음을 알렸다.

실제 메시는 입단하자마자 미국 대륙에 엄청난 축구 인기를 선물했다. 이전에도 베컴이나 티에리 앙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이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카 대륙의 축구 붐을 위해 뛰었지만 메시의 활약과는 차원이 달랐다.

메시는 그저 축구인생 황혼기에 적당히 뛰려고 간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팬들이 더 열광했다.

데뷔전이었던 7월22일 멕시코 구단 크루스 아술과의 북중미 리그스컵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추가시간 극장 프리킥 결승포를 꽂아넣으며 2-1 승리를 이끌고 '메시 효과'를 단박에 선물한 그는 2번째 경기였던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를 상대로는 2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은 물론 다른 한 골에도 관여하며 4-0 대승에 앞장섰다.

3번째 경기였던 올랜도 시티와의 경기에서도 멀티골을 터뜨리며 3-1 승리를 도왔고, 4번째 경기였던 댈러스전에서는 환상 프리킥 골을 포함한 멀티골을 터뜨렸다.




5번째 경기였던 필라델피아 유니언과의 경기에서는 한 골을 넣어 마이애미의 리그스컵 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리그스컵 결승전 내슈빌과의 경기에서도 득점하며 7경기 연속골을 기록, MLS 최하위권 구단인 마이애미에 창단 후 첫 우승컵을 안겼다.

초반 7경기를 통해 메시는 자신에 대한 미국인들의 외면을 지우고 열광하게 만들었다.

메시 벽화를 직접 마이애미 시내에 그릴 정도로 영입에 공을 들인 구단주 베컴이 "사람들은 메시가 한 골을 넣을 때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패스 한 번 할 때마다, 조르디 알바가 돌파할 때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며 "당신들은 그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 감정적이게 된다. 그들의 경기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메시가 오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우리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라며 메시가 마이애미라는 클럽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메시는 축구장을 넘어 미국의 축구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타임은 "메시의 합류로 관중 수, 입장권 가격, 상품 판매, TV 시청률이 모두 급증했다. 미국 축구와 스포츠계에 끼친 파급력을 높이 샀다"고 했다.

실제 메시가 미국에 오고 50일 정도 흐른 지난 9월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는 "메시의 광기가 계속되고 있다.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에서 데뷔한 날 애플TV+의 MLS 시즌패스 신규 구독자가 11만명을 넘어섰다"고 조명했다.

애플TV는 MLS 패키지를 별도 판매하고 있는데 메시의 마이애미 데뷔전이었던 멕시코 크루스 아술과의 리그스컵 경기부터 50일간의 추이를 관찰한 결과, 시즌패스(시즌권) 신규 구독자가 6143명에서 데뷔 후 11만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MLS 시즌 패스 가격은 월 12.99달러로 우리 돈 1만7000원이다. 기존 애플TV+ 가입자라면 시즌당 25달러(약 3만3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가입자가 아니라면 월 14.99달러(약 2만원), 시즌당 29달러(약 3만8000원)를 내야 한다.




싸다고 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사람들은 메시의 데뷔전을 보기 위해 시즌 패스를 구매했다. 그야말로 메시 효과로 초대박이 난 셈이다.

미국 스포츠사 어느 스타도 이런 폭발적인 마케팅 효과를 일으킨 적이 없다보니 타임도 그런 영향력을 고려해 아르헨티나 사람 메시를 선정했다.

메시는 지난 10월31일 샬롯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MLS 데뷔해에 리그스컵 7경기, MLS 6경기, 라마 헌트 오픈컵(FA컵) 1경기 등 총 14경기를 뛰었다. 물론 메시의 등장으로 인해 미국 축구가 반성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MLS 경기장 상당수가 인조 잔디로 구성되면서 메시가 펼치는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성론이 불거졌다. 이 역시 '메시 효과'라고 할 만하다.

메시는 타임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마이애미 이적 결단했을 때를 회상하며 "나의 첫 번째 선택은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불가능했다.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진출을 고려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사우디와 MLS 모두 내게 흥미로운 옵션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미국이었다. 메시는 "미국에 적응하기는 매우 쉬웠다. 지금은 어떤 것에 대해서도 불평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메시는 남미에서 가까운 마이애미에 이미 빌딩 두 채를 갖고 있는 등 입단 전부터 자산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리그스컵 우승과 달리 MLS에선 A매치를 위해 아르헨티나를 오가느라 제대로 치른 경기들이 많지 않았다. 마이애미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메시는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잘 회복하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언제나처럼 같은 열망, 특별한 도전과 함께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마이애미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메시의 FC바르셀로나 딘기 임대설 등이 흘러나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애미에 온 뒤 경사는 또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끈 공로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아 지난 10월 축구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한 세계 축구 개인상 최고 영예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상을 타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8회로 늘린 것이다.

메시는 큼지막한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고 마이애미로 돌아온 뒤 구단의 성대한 축하행사 참석했다. 미국 사람들에게 발롱도르 트로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특히 인터 마이애미 구단은 지난달 3일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메시가 자신의 통산 8번째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고 아카데미 선수단을 방문해 격려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메시는 발롱도르 트로피를 케이스에 담은 채 구단 아카데미를 찾았다. 아카데미 선수단은 모두 구단 로비에 나와 통산 8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한 전설을 박수로 환영했고 곳곳에서 "메시, 메시"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메시는 테이믈 위에 올려 놓은 트로피 케이스에서 발롱도르 트로피를 꺼내 보였다. 북미 대륙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번쩍번쩍한 발롱도르 트로피다. 

메시 입장에선 8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한 날이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는 또 다른 세계적인 축구스타이자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의 생일이어서 더욱 큰 의미를 띠게 됐다.



미국 축구에 재미있는 일화도 메시로 인해 소개됐다.

지난달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인터 마이애미에 '메시룰'이 생겼다"고 소개하며 메시 동료 미드필더 에디손 아즈코나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아즈코나가 아르헨티나 언론 '인포바에'와 진행한 인터뷰에 의하면 메시룰은 훈련 때 메시를 다치게 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며 수비하는 규칙이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 공격의 핵심 중 하나여서 반드시 보전해야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아즈코나는 "메시가 다쳐선 안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동의한 부분"이라고 전하며 "메시를 막아내려고 시도하지만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며 수비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를 쉽게 뚫도록 허락한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거칠게 수비해 메시가 다치는 불상사를 방지하는 규칙"이라고 덧붙였다.

메시 몸상태는 인터 마이애미에 매우 중요하다. '축구의 신'이 무엇인지 미국에 똑똑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메시는 팀에 오자마자 '만년 꼴찌' 인터 마이애미를 이끌고 파죽지세 연승을 달렸고, 게다가 바르셀로나 시절의 팀 동료 알바와 부스케츠도 데려오는 등 팀 리빌딩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인터 마이애미 선수들은 정신적 지주와 팀을 이끄는 주장인 메시의 '옥체'를 최대한 지켜내면서 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메시룰은 인터 마이애미에서만 존재했던 규칙은 아니고 바르셀로나 시절에도 존재하긴 했다.

메시가 20여년간 시간을 보낸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에서도 메시룰을 가동했던 바 있다. 지난 2020년 스페인의 유력 언론 '마르카'는 당시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샬케로 임대를 간 프랑스 국적 수비수 장클레르 토디보의 인터뷰를 인용,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은 메시를 최대한 조심히 다뤄야했다"고 전했다.

토디보는 인터뷰에서 "메시가 다치는 일은 없어야 했다"며 "우리는 메시를 매우 조심스레 막아냈다. 나는 메시에게서 많이 배웠고 심지어 공을 몇 번 뺏기도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메시는 프랑스 레전드 티에리 앙리와 함께 뛰던 2009년 바르셀로나 훈련장에서 '분노의 드리블'을 선보인 적도 있다. 앙리는 한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에서 훈련하던 2009년에 선수들끼리 팀을 나눠 진행하는 축구 미니 게임에서 메시가 파울을 당해 넘어졌다"고 운을 뗀 뒤 "메시는 화가 나 골키퍼에게 다가가 공을 달라고 한 뒤 선수들 모두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고 전했다.

그런 명문 구단 바르셀로나에서의 룰이 메시로 인해 축구 신대륙에도 생겼고 소개됐다.




미국을 축구에 푹 빠지게 만든 메시의 '아메리칸 라이프'는 어쩌면 이제 시작이다.

3년 뒤인 2026년 여름에 월드컵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3개국에서 공동으로 열리는데 자신이 39살이 되는 해에 열리는 월드컵에 대해 처음엔 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으나 지금은 다소 달라졌다. 남미 예선을 꼬박꼬박 뛰고 있고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어 참가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때까진 마이애미에서 신대륙의 축구 전도사로, 또 지구촌 최고의 축구 선수로 뛸 가능성이 크다. 메시가 지난여름 했던 마지막 결정이 그야말로 신의 한수가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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