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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옷피셜' 찍고 첼시로…천하의 퍼거슨도 '항복 선언'→"맨유는 너무 많이 이겨" 외친 MF 뒷얘기 [트랜스퍼마켓]

기사입력 2023.11.09 15:30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은 선수들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하다.

그런데 맨유 선수들만 경험할 줄 알았던 퍼거슨의 헤어드라이어를 첼시의 레전드 존 오비 미켈 또한 경험한 적이 있다.

9일(한국시간)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토크 스포츠'는 과거 첼시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던 나이지리아 국가대표 출신 존 오비 미켈과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지난 2006년 많은 논란을 빚은 첼시 이적 뒷얘기를 소개했다.




미켈은 유년시절 로이 킨, 폴 스콜스, 니키 버트 등 유명 맨유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기회를 통해 '맨유가 미리 찍어놓은 선수'로 소문이 났다. 2004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있는 구단 린에서 프로 무대 데뷔를 치른 미켈은 2005년 맨유와 이적 계약에 합의한 뒤 사인했다. 맨유 유니폼을 입고 웃으며 사진까지 찍었다.

그러나 미켈의 린 이적을 주선하며 그에게 투자한 구단은 첼시였다. 뒤통수를 맞게 된 첼시는 미켈과 맨유의 계약을 무효라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어 미켈과 린이 맺은 계약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마침 린을 맡고 있던 감독이 모건 안데르센 감독이 공문서 위조로 징역형을 받는 등 문제를 일으킨 상태다. 첼시와 미켈은 이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결국 미켈은 결국 '맨유 옷피셜'을 찍고도 1년간 공백기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듬해인 2006년 첼시로 향했다.

미켈은 당시 상황에 대해 "퍼거슨 감독은 날 완전히 영입한 줄 알았다"며 "기자회견도 하고 여기저기 내가 유니폼을 들고 있는 사진도 돌아다녔다"고 했다. 이어 "그랬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로만 아브라모비치(당시 첼시 구단주)와 첼시가 나타나 '이 선수를 지난 몇 년간 지켜보고 투자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라며 분개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미켈은 에이전트가 노르웨이에 있던 자신을 런던으로 몰래 데려가 첼시로 이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에이전트가 노르웨이로 찾아왔다. 아브라모비치가 화가 났다며 내게 얼른 런던으로 가야한다고 설득했다. 난 런던으로 넘어가 첼시와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맨유와 퍼거슨 감독이 분노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유니폼까지 만들어줬는데 모두가 허사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돌아온 것은 미켈 소유권을 주장한 맨유의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였다. 미켈은 "FIFA가 중재를 해야해서 1년간 첼시와 맨유 두 구단 어디서도 뛸 수 없었다"며 "난 FIFA에게 '맨유로 갈 생각이 아니었다'고 항소했다"고 밝혔다.

'토크 스포츠'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은 '박장대소'를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미켈 본인이 직접 펜을 잡고 맨유와의 계약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진행자 짐 화이트는 미켈에게 "그럼 펜이 저절로 미끄러져서 서명이 된 셈이냐"고 묻자 미켈 또한 웃으며 "그런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나 당시의 미켈은 웃을 수 없었다.

중재의 마지막 단계로 퍼거슨과 직접 담판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미켈은 당시를 회상하며 "FA(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 제공한 방에 퍼거슨과 나만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한 뒤 "에이전트는 내게 '절대 퍼거슨의 세뇌에 당하면 안된다. 무조건 거절하라'고 했다. 난 방으로 들어가 퍼거슨에게 '맨유에서 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퍼거슨은 분노로 가득찼다. 미켈은 "건너편에 앉은 퍼거슨의 얼굴이 뻘겋게 변하는 것을 봤다"며 "퍼거슨은 내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클럽인 맨유에서 뛸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고 나는 첼시에서만 뛰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미켈의 완고한 입장에 천하의 퍼거슨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첼시가 완승한 것은 아니어서 맨유는 미켈을 첼시로 넘겨준 뒤 1400만 파운드(200억원)를 첼시로부터 위약금 명목으로 수령했다. 그리고나서 미켈의 첼시 입단을 허락했다.





미켈을 데려온 첼시는 마침 조세 무리뉴 감독 1기와 맞물려 전성기를 열어젖힐 수 있었다. 미켈은 첼시에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헌신하며 11년동안 372경기에 출전했다. 중원에서 스크린 플레이에 능통해 '등지고 딱딱'이라는 별명까지 한국 팬들에게 붙은 상황이었다.

그는 2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4번의 FA컵을 들어올렸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도 한 차례 들어올렸다.

미켈은 당시를 돌아보며 "나는 내가 역사를 쓸 수 있는 구단으로 가고 싶었다. 맨유로 가면 승리는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 많이 이겼다"며 "과거엔 디디에 드로그바, 마이클 에시엔 등의 아프리카 선수들이 첼시로 가는 것이 흔했다. (나이지리아 국적인) 나 또한 그들과 뛰고 싶었다"며 첼시로 이적한 이유를 털어놨다.


사진=연합뉴스, 토크 스포츠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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