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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데제르비를 후임자로 찍어? 기억 없고 그럴 자리도 아니고"…황당한 펩

기사입력 2023.10.21 17:30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강 맨체스터 시티를 지휘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자신의 후임으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사령탑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을 찍었다는 루머가 퍼지는 가운데 과르디올라 감독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21일(한국시간) 축구 매체 '골닷컴'은 "지난 2022/23시즌 5월 브라이턴과 맨시티 간의 리그 32라운드 맞대결 이후 펩이 브라이턴 선수들에게 '맨시티 다음 감독은 데 제르비'라고 전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며 "해당 소문에 대해 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했다. 해당 경기서 브라이턴은 맨시티와 1-1 무승부를 거두며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과르디올라는 21일 오후 11시 맨시티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브라이턴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당황했다.

그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며 "날 해고하고 싶은 거냐. 내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데 제르비 감독이 맨시티 감독 자격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과르디올라는 "데 제르비가 맨시티 사령탑에 부임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유럽 어느 팀이나 감독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적장에 덕담을 건넸다.

이어 "세계 최고 구단에 감독직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세계 최고의 다른 구단 감독직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며 "나 또한 바르셀로나에 감독으로 부임했을 당시 경험도 없는 4부리그 코치에서 바로 감독으로 승격했다"고 술회했다.




과르디올라는 2007년 바르셀로나B(리저브팀)에서 한 시즌간 감독 역할을 수행하다가 2008년 바르셀로나 1군 무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경험 없는 '초짜' 감독이라는 첫 인상에도 불구하고 부임 첫 해 트레블(라리가, 스페인국왕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한 시즌에 우승하는 것)을 달성하는 위업을 세웠다. 게다가 2012년까지 매시즌 꾸준히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티키타카'로 표현되는 바르셀로나 황금기를 성공적으로 열어젖힌 구단 역사상 최고의 감독 중 하나이기도 했다.

데 제르비가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과르디올라의 업적에 비해 초라한 듯 하나, 그의 전술적인 역량은 브라이턴에서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데 제르비가 브라이턴에 부임할 당시까지만 해도 팀은 리그 중하위권에 머무르는, 잔류에 의미를 더 두는 팀에 가까웠다. 그러나 2022/23시즌 도중인 지난해 9월 브라이턴에 부임한 데 제르비는 팀의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리며 프리미어리그 6위까지 팀을 끌어올리는 능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구단 창단 122년만에 브라이턴에 UEFA 유로파리그 티켓도 선물했다.




과르디올라는 "데 제르비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며 "똑똑히 잘 들어라. 데 제르비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영향력있는 감독 중 하나로 격상했다"며 그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데 제르비는 미쉐린 스타 셰프같이 매우 희귀한 감독"이라고 전했다. 유럽 최고의 '맛집'을 가리는 용도로 쓰이는 '미쉐린 스타'는 엄격하기로 유명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최고의 레스토랑과 셰프에게만 수여되는 레스토랑계 '발롱도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최고의 셰프가 흔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펩이 데 제르비 감독에게 대호평을 내렸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데 제르비에게 맨시티 감독직을 권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구단 회장이 내게 의견을 물어보면 줄 순 있지만 내가 후임자를 직접 고르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난 스포츠 디렉터(선수 및 감독의 영입을 총괄하는 구단 직책)가 아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리도 아니다. 그저 있는 선수들로 경기를 치를 뿐이다.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데 제르비가 맨시티 감독에 부임하는 것이 아주 어불성설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데 제르비는 지난 5월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에 매료돼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데 제르비는 선수시절 15년간 13개의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이었다. 유명한 선수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감독에 부임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바로 펩 과르디올라 때문이다. 데 제르비는 "펩(의 전술)을 열심히 공부헀다"며 과르디올라도 모르는 '제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데 제르비는 스승의 전술과 매우 유사한 전술을 보이고 있다. 후방에서부터 간결하고 짧은 패스로 빌드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두 감독의 전술 스타일은 매우 흡사하다. 게다가 공을 오랜 시간 점유하다가 상대의 압박이 들어오면 빈 공간을 향해 길게 찔러주는 패스로 상대의 숨통을 끊는 전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2025년 여름 맨시티와의 계약이 만료된 뒤 그의 후임자로 데 제르비가 선임되는 것은 구단의 색깔에도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브라이턴은 이번 시즌에도 돌풍을 일으키며 8경기 5승 1무 2패로 6위를 기록 중이다. 리그 강자 중 한 명인 리버풀을 상대로 지난 8일 2-2 무승부를 일궈내기도 했다.

펩과 맨시티는 방심할 수 없다. 리그에서 이미 2패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머물고 있는 만큼 브라이턴을 반드시 잡아야 무패 행진 질주 중인 토트넘 홋스퍼와 아스널을 넘어 1위 탈환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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