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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감독 출사표 "가을야구 먼저, 다음은 우승!…이달 초 제안 받아" [인터뷰]

기사입력 2023.10.20 22:30 / 기사수정 2023.10.21 15:42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56) 감독 목소리에는 특유의 시원함, 자신감이 넘쳤다. 팀 운영 방향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목표는 우승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부임을 원했던 롯데팬들에게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20일 '엑스포츠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롯데 부임 소감과 목표, 자신이 바라본 롯데의 모습 등을 소개했다. 김 감독은 "롯데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이번에 느꼈다. 이 정도로 나를 지원해 주실 줄은 몰랐다"며 "롯데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큰 만큼 책임감도 크다. 두산에서만 감독 생활을 하다가 1년 해설자로 활동하고 롯데로 오게 됐는데 팬들이 원하는 부분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오후 김태형 감독을 구단 제21대 사령탑에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감독은 계약 기간 3년, 연봉과 계약금 6억원씩 총액 2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최근 KT 위즈와 3년 재계약을 체결한 이강철 감독과 함께 현역 KBO리그 감독으로서는 최고 대우다.



김태형 감독은 현역 시절 1990년 OB(두산)에 입단한 뒤 2001년 은퇴 때까지 줄곧 베어스 유니폼만 입고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포수로서 리그 최정상급 투수 리드, 블로킹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1995년 OB의 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은퇴 후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배터리 코치로 재직하며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줬다. 특히 군복무를 마치고 2010년 복귀한 유망주 양의지를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한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SK(현 SSG) 배터리 코치로 잠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2015시즌 친정팀 두산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당시 취임 때부터 우승을 출사표로 던졌고 자신의 말을 현실로 이뤄냈다.




두산은 2015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플레이오프에서 NC,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차례로 격파하고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두산은 2001년 통산 세 번째 우승 이후 2005, 2007, 2008, 2013년까지 4번이나 준우승에 그쳤던 설움을 김 감독의 지휘 아래 씻어냈다.

김 감독은 2015시즌부터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뽐냈다. 태업 문제를 보인 외국인 투수 스와잭을 포스트시즌 내내 기용하지 않았다. 기량이 기대에 못 미쳤던 외국인 타자 로메로도 과감히 벤치에 앉혔다. 대신 컨디션이 좋았던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업셋(Upset)'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김태형 감독의 두산은 2016시즌 더 강해졌다. 93승 50패 1무, 승률 0.650으로 2위 NC에 9경기 차 앞선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내리 따냈다. 21년 만에 통합우승 새 역사를 쓰고 베어스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후 2017, 2018시즌에도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2019시즌엔 양의지의 FA 이적으로 인한 전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1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2019시즌의 경우 1위 SK에 9경기 차까지 뒤지기도 했지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내는 역대급 드라마를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은 2020, 2021 시즌에도 포스트시즌에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뽐내고 연이은 업셋과 함께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얻었다. 매년 주전 선수들이 FA로 이적하는 출혈 속에서도 가을만 되면 '위닝 멘털리티'가 나왔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김태형 감독의 게임 운영은 극찬을 받았다.

2022시즌을 마친 뒤 두산과 재계약이 불발되고는 올해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명장'이 현장을 떠나있는 시간은 1년으로 충분했다.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가 팀의 재건을 위해 김 감독을 모셨다.



롯데는 올 시즌 개막 후 5월까지 단독 3위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6월부터 급격한 추락을 겪었다. 결국 7위로 또 한 번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의 1군 사령탑은 지난 8월 28일부터 공백이 발생했다. 래리 서튼 감독이 건강 문제로 자진사퇴한 이후 이종운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잔여 시즌을 치렀다. 

롯데팬들은 차기 감독으로 끊임없이 김태형 감독을 원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번의 우승을 일궈낸 명장만이 자이언츠의 부활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롯데 구단도 김태형 감독을 내년 시즌 도약을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접촉한 끝에 계약을 이끌어냈다.



김태형 감독은 10월 들어 롯데 감독과 인연이 닿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이달 초 롯데 구단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제안을 받았고 이틀 전(10월 18일) 이강훈 야구단 대표이사께서 직접 만나자고 하셨다"며 "오늘(10월 20일) 구단에서 구단주(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께 보고하고 빠르게 계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오는 24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공식 취임식을 갖고 롯데 선수단의 수장으로서 첫발을 뗀다. 25일에는 김해 상동에 위치한 롯데 2군 구장에서 1, 2군 선수단 전원과 상견례를 갖고 첫 공식행보에 나선다. 상견례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선수들 훈련을 지켜보며 개개인 기량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그라운드가 아닌 중계석에서 지켜본 롯데의 느낌을 묻자 "같은 질문을 계속 받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어느 팀이나 좋을 때는 좋고 안 좋을 때는 안 좋다"며 "이제 막 부임한 감독이 롯데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롯데가 올 시즌 초반 계속 이기는 야구를 하다가 중반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며 "다음 주 마무리 캠프부터 직접 팀 분위기를 느껴보고 선수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캠프 기간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그 전까지는 특별히 팀 운영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취임식 전 선수들에게 특별히 전할 메시지도 없다고 했다. "선수들이 새 감독이 올 때마다 비슷한 얘기를 계속 들었을 것이다"라며 특유의 '쿨한' 면모를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캠프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선수들과 호흡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우리가 어떤 부분을 채워야 하고 내년 시즌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조금씩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 막 오자마자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는 그렇다. 못 보던 선수들도 있고 군 제대 신인들도 있고 하니까 열심히 선수들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승이라는 목표는 확고하다. 롯데는 1992년 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30년 넘게 KBO리그 정상을 밟지 못했다. 최근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사직야구장 메인 로비에 1984년,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진열하고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자리까지 마련해 놨다. 그만큼 'V3'에 대한 갈증과 열망이 강하다.

2013년 1군에 진입한 제9구단 NC가 2020년, 2015년 합류한 제10구단 KT가 2021년 통합우승의 역사를 쓸 때 롯데는 가을야구 초대장조차 받지 못했다.

롯데는 2017시즌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8시즌 7위를 시작으로 2019시즌에는 10위(최하위) 수모를 당했고 2020시즌 7위, 2021~2022시즌 연속 8위, 올 시즌도 7위에 그쳤다. 젊은 유망주들이 성공보다는 실패를 겨는 경우가 많았던 상황에서 팀 전체가 '이기는 경험'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태형 감독은 "당연히 우승을 해야 한다"며 "롯데 구단과 롯데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모든 감독들의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우승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롯데의 1차적인 목표는 포스트시즌, 가을야구"라며 차근차근 팀을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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