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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최고 인기' 프로야구, '최대 위기' 고교야구

기사입력 2011.07.04 09:32 / 기사수정 2011.07.04 09:32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과 야구 실력 향상이라는 취지로 시작된 ‘2011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최정예 선수 출격’과 ‘에이스 부담 가중’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벤치 멤버들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까지 조성되고 있다.

또한 대학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 치명타를 입게 됐다. 대학 진학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체육 특기자생이 아닌 일반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렇게 될 경우 대학 등록금을 포함해 야구부 회비 등을 전부, 선수 혹은 선수의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가 뒤따르게 된다.

국가 인권위원회에 제소된 주말리그 시행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말리그가 학생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 지난 6월 국가 인권위원회에 본 문제를 제소한 상황이다. 그 중심에 안양시 야구협회 이형진 회장이 있다. 이회장은 이미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 체제가 지속될 경우 국가 인권위원회에 제소해 학생야구 문제를 바로 잡겠다”라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국가 인권위원회 조사가 착수된 상황이다.

사실 이회장의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예 멤버가 아닌 선수들의 경우, 대학 진학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고교 졸업 이후 야구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 밖에 모르던 학생들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로 진출해야 한다. 문제는 ‘프로/대학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 대다수가 이러한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권 유린’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학교별 출장 경기 숫자 ‘부족’

또 하나의 문제는 주말리그 시행으로 인해 학교별로 치르는 ‘절대 경기 숫자’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사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각 지역별 주말리그제는 지난 해까지 전국대회 참가 학교를 결정했던 지역예선의 성격이 강하다. 그나마 지역예선의 경우 1,2위 팀이 대통령배 대회에 나갔고 3,4위 팀이 청룡기 대회에 출전하는 등 각 지역별로 출전 학교 숫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말리그 시행과 함께 ‘출전할 수 있는 학교만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배 대회에서는 ‘전/후반기 1위 학교’와 ‘왕중왕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학교’들을 참가시킨다는 복안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매우 근시안적인 결정이다. 절대적인 전력 차이를 선보이는 학교 간의 대결이 ‘콜드게임’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만 해도 제아무리 성적이 나지 않는 학교라 해도 지역예선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황금사자기/봉황대기’ 전국대회는 기본적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지역예선을 거쳐 참가하는 대통령배/청룡기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해도 순위에 따라 광주 무등기, 대구 대붕기, 부산 화랑대기, 인천 미추홀기 대회 중 최소 두 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약체로 분류되는 학교라 해도 최소 4개 대회에는 참가하여 자신의 기량을 펼쳐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러한 기회 속에 몇몇 학생들은 명문대학에 진학하여 또 다른 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각 학교별로 치를 수 있는 ‘절대 경기 숫자’가 급감한 최근에는 많은 선수가 이러한 꿈도 꿔보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중학/초등학교에서 야구하는 선수들도 하나, 둘씩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야구는 600만 관중에 환호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고교야구는 찬밥 신세를 넘어서 선수 인권 문제라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현재 고교야구는 분명 위기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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