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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3루타→2루타→안타' 사이클링 히트 1호 강승호…"역순으로 친 것은 몰랐어요"

기사입력 2023.09.16 06:30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2021년 이후 690일 만에 KBO리그에서 사이클링 히트가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 내야수 강승호다.

강승호는 1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3차전에서 6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강승호는 두 번째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했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2사에서 윤영철의 2구째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강승호의 시즌 6호 홈런.

단타부터 홈런 중에서 타자에게 가장 어려운 '3루타'가 나온 건 두 번째 타석이었다. 강승호는 팀이 2-5로 끌려가던 5회초 1사 1·3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주자 두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고, 자신도 후속타자 허경민의 안타 때 홈을 밟으면서 팀은 5-5 균형을 맞췄다.

강승호의 상승세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7회초 1사에서 임기영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 장타성 타구를 날렸고, 그 사이 2루에 안착했다. 이제 단타 한 개만 치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운명의 다섯 번째 타석, 9회초 1사 1루에서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상대한 강승호는 4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투수 방면 내야안타를 쳤다. 그의 데뷔 첫 사이클링 히트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원정 관중석을 채운 두산 팬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며 강승호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이로써 강승호는 올 시즌 첫 사이클링 히트이자 KBO리그 역대 30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2021년 10월 2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두산 구단으로 범위를 좁히면 정진호(2017년 6월 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291일 만의 사이클링 히트다.

두산의 전신인 OB 시절까지 포함하면 임형석(1992년 8월 2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이종욱(2009년 4월 11일 잠실 LG 트윈스전), 오재원(2014년 5월 2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박건우(2016년 6월 16일 광주 KIA전), 정진호 이후 이번이 6번째 사이클링 히트다. 사이클링 히트를 6번이나 경험한 구단은 KBO리그 40년 역사를 통틀어 두산이 처음이다.



또한 KBO 공식 기록에 집계되진 않지만 홈런-3루타-2루타-단타 순으로 이어지는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는 KBO리그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 어려운 걸 강승호가 해낸 것이다.

더구나 강승호의 볼넷 이후 팀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는 게 더 의미가 있다. 두산은 9회초 김인태와 박준영의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뽑았고, 8-6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투수 정철원이 9회말 2점 차의 리드를 지키며 팀의 5연승을 완성했다. 이날 강승호의 기록은 4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1볼넷. 볼넷까지 포함하면 베이스를 무려 다섯 번이나 밟았다.

소속 팀 선수의 기록 달성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이승엽 두산 감독도 "오늘은 강승호의 날이다. 사이클링 히트라는 기록도 대단하지만, 그 안타들 모두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왔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다. 개인 처음이자 역대 30번째 진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강승호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강승호는 "(사이클링 히트 기록이 걸린 걸) 사실 알고는 있었는데, 팀이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의식하진 않았다. 또 로하스가 1루에 있었기 때문에 단타보다는 장타를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라며 "순위 경쟁을 하는 팀과 중요한 경기를 하고 있었고, 점수 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장타가 나왔다면 무조건 베이스를 돌았을 것이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강승호는 홈런부터 단타까지 역순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만든 것에 대해선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최초라는 기록을 하나 정도 세웠다는 게 매우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좋은 기록을 쌓고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진행한 강승호는 양석환으로부터 물세례를 받으며 기록 달성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너무 좋고 짜릿했다"라며 "만루홈런 쳤을 때가 더 좋은 것 같긴 한데, 앞서 수비에서 (공을 흘리는 실수로) 나 때문에 점수를 줬기 때문에 마음이 좀 불편했던 것 같다.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 수비에서 자신이 범한 실수를 반성하기도 했다.



경기 내내 접전이 이어지면서 강승호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많은 힘을 쏟아부었다. 정규 이닝 내로 경기가 마무리됐음에도 4시간 넘는 혈투가 펼쳐졌다. 그래도 마지막에 승리를 거둔 만큼 피로감은 덜하다.

강승호는 "경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역전을 당해도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렇게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재밌기도 하고, 다른 경기에 비해 순위권 팀들과 경기를 하면 긴장감도 배가 되지만 재밌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강승호는 따로 기념구를 모아두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을 제외하면 모아둔 기념구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이클링 히트 기념구만큼은 잘 보관해둘 생각이다. 강승호는 "프로 첫 안타 공은 받긴 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공은 아내에게 가져다 줄 생각이다"고 환한 미소를 보인 뒤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광주, 유준상 기자, 두산 베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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