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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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여자)아이들, 2023년 상반기 K-POP 걸그룹 인상적인 가사 6선

기사입력 2023.07.19 00:00 / 기사수정 2023.07.19 00:13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어느새 2023년 상반기도 훌쩍 지나 7월 중순.

지난 반년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2023년 상반기 인상적인 가사를 가진 걸그룹 노래를 모아봤다.

번호는 순위와 무관하며 발매일 순으로 정렬했다.



1. 뉴진스 '디토'(NewJeans 'OMG' / 2023.1.2.)

작사 : Ylva Dimberg, 조휴일, 우효(Oohyo), 민지(MINJI)
작곡 : 250, Ylva Dimberg
편곡 : 250

"훌쩍 커버렸어 함께한 기억처럼 널 보는 내 마음은 어느새 여름 지나 가을"

K-POP 아이돌 노래를 오래 듣다 보면 "이 곡은 팬들의 눈물 버튼이 되겠구나" 싶은 작품들이 이따금 보인다. 아마도 뉴진스의 경우엔 이 곡이 아닐지.

신곡 '디토'는 '가상의 존재' 반희수와 '가상의 추억'을 이어주는 매개로 기능하나, 먼 훗날의 '디토'는 뉴진스와의 '진짜 추억'을 이어주는 매개로써 기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토'는 완성된 곡인 동시에 완성되어가는 중인 노래다.

10년 후 뉴진스 콘서트에서 "훌쩍 커버렸어"라는 가사가 울려 퍼졌을 때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곡.



2.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H1-KEY 1st Mini Album 'Rose Blossom' / 2023.1.5)


작사 : Young K(DAY6)
작곡 : 홍지상
편곡 : 홍지상

"예쁘지 않은 꽃은 다들 골라내고 잘라내 예쁘면 또 예쁜 대로 꺾어 언젠가는 시들고“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이하 건사피장)의 화자는 제법 시야가 넓은 장미다.

왜냐면, 여러모로 힘겨운 상황에서 어렵게 자라났을 확률이 높은 장미임에도 '예쁜 장미'의 애달픔도 함께 헤아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운타운에 핀 못난 장미와 업타운에 핀 화려한 장미 모두 '건물 사이에 핀 장미'라는 통찰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가사를 음미하면서 왜 '건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작사가인 데이식스 영케이가 보고 듣고 생각한 세상의 모습이 간접적으로 느껴진 곡. 직업 특성상 잘리고 꺾이는 장미들을 더 많이, 더 가까이서 봐왔을 그이기에, "견뎌내줘서 고마워"라는 가사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3. 스테이씨 '테디베어'(Teddy Bear / 2023.2.14.)


작사 : 블랙아이드필승, 전군
작곡 : 블랙아이드필승, FLYT
편곡 : Rado, FLYT

"모드를 확실히 해 걱정이 아니면 참견"

스테이씨 '테디베어'에 담긴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들은 20세기에도 존재했고, 특히 어린 연령대를 겨냥한 K-POP아이돌 씬에선 유독 비슷한 메시지가 많았다.

다만 단골 소재치고는 상당히 큰 난점 하나가 존재하는데, 바로 가사에서 '작사가의 나이테'를 제대로 지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프로작사가로서 이런 메시지를 쓸 때쯤엔 젊을 때 특유의 당돌하고 날선 감정이 퇴화되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

실제로 어린 아이돌이 부르는 자기주장 노래임에도 연식이 제법 찬 작사가 본인이 느껴질 때가 있어 종종 당혹스러운 감정이 생기는데, '테디베어'는 그런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K-POP 걸그룹 노래에 한정했을 때, 위키미키의 '피키피키'(2019) 이후 최고라고 여겨지는 곡.



4. '소녀리버스' 운명팀 '운명처럼'('소녀 리버스' - FINAL / 2023.3.6.)


작사 : 이민혁 (HUTA)
작곡 : 이민혁 (HUTA), AFTRSHOK, 조셉 케이(Joseph K)
편곡 : AFTRSHOK, 조셉 케이(Joseph K), Paulo

"알고 있죠, 안녕을 말한대도 끝이 아니란걸, 우린 함께란걸“

아이돌그룹 데뷔 서바이벌의 본질은 생존과 성공이 아니라 실패, 좌절, 이별이다. 순위발표식이라는 이벤트는 실질적으로 진출식이 아니라 탈락식이며, 방송을 완성하는 건 생존자가 아니라 탈락자다.

'운명처럼'을 선정할 때 데뷔조인 피버스가 아니라 '소녀리버스' 운명팀을 언급한 이유도 위와 같은 관점에서 한 것. 여러모로 이 곡은 데뷔조보단 탈락자들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보인다.

우리가 이렇게 이별을 하지만 함께 한 순간은 아름다운 별처럼 반짝였으며, 이 헤어짐 또한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운명처럼' 만났으므로.

앞서 '소녀리버스'를 참가자에 대한 예의를 가장 잘 지킨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이라 평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운명처럼'은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참가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예의 있는 헌사라고 여겨진다.



5. 에이핑크 'D N D’('SELF' / 2023.4.5.)


작사 : danke(lalala studio), 장한빛
작곡 : 권덕근, clovd, PUFF, C'SA
편곡 : 권덕근, clovd, PUFF

"늘 함께 할 거야 어른이 돼 가는 너의 과정에“

노래가 책이라면,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저자보단 낭송가에 가까울 때가 많다. 어떤 멜로디와 어떤 가사를 가진 노래를 어떤 무대와 어떤 의상으로 선보일지 전문 인력들이 세세히 정해줄 때가 많기 때문.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시크릿가든'(타이틀곡 '노노노') 발매 시점의 에이핑크도 마찬가지. "슬퍼하지 마 언제나 내가 힘이 돼줄게"라고 했지만 정작 그들도 누굴 위로하고 힘을 나누어줄 상황이 아니었고, '노노노'라는 곡은 '팀의 생존을 건 승부수'에 더 가까웠다.

그때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에이핑크. 'D N D'에서 그들은 힐링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온전한 저자'로서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돌 가수로서 삶의 쓴맛과 단맛, 영광과 위기를 체화한 에이핑크가 전하는 "너를 있는 모습 그대로 믿어봐"라는 메시지엔 묵직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6. (여자)아이들 '어린 어른’('I feel' / 2023.5.15.) 

작사 : 전소연, 우기((여자)아이들)
작곡 : 우기((여자)아이들), 쥰, 우석(펜타곤)
편곡 : 쥰

"아직도 어린 어른 그저 몸집만 좀 더 큰 너무 하찮아 너무 같잖아 어리단 핑계를 대고 싶어 난"

누군가 오로지 가사만 보고 (여자)아이들 'I feel' 앨범을 한 단어로 요약하라 한다면, 글쓴이는 '괴리'라고 할 것 같다. 이 괴리를 발생시키는 한 축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퀸카'이고, 정확히 그 반대편에 위치한 노래가 '어린 어른'이다.

'퀸카'는 인스타그램 안의 인간, '어린 어른'은 인스타그램 밖의 인간으로 보이며, 심지어 양쪽의 화자가 동일인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겨진다. 사람은 때때로 하이라이트 안에서도 살지만, 대체로는 하이라이트 밖에서 살기 때문이다.

아이돌 역시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사회의 하이라이트 속에서 반짝이기 위해 열심히 노를 젓는 직업 중 하나이지만, 직업의 깊이를 완성하는 건 하이라이트 안이 아니라 바깥을 보듬을 때가 아닐까 싶다.

사진 = GLG, 큐브, 어도어, IST, 카카오엔터, 하이업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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