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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파동' 때 '쇄신' 다짐 잊었나…잘못 인정 늦었던 KFA, 신뢰회복 멀었다

기사입력 2023.07.18 18:33 / 기사수정 2023.07.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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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축구인 100인 사면 후폭풍, 이에 따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인적 쇄신과 재발 방지 약속은 3달 만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특히 한국 축구의 경쟁력 유지에 중요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놓고 졸속 행정을 빚어 이강인, 정우영, 엄원상 등 한국 축구의 차세대 슈퍼스타들이 큰 피해를 입게 생겼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에 선발된 이상민을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황선홍 대한민국 24세 이하(U-24)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명단을 공개했다. 센터백 한 자리에 이상민이 포함되면서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그가 대표팀에 뽑혀선 안 된다는 주장이 축구팬과 커뮤니티 사이에서 곧장 나왔다. 



이상민은 지난 2020년 당시 충남아산 소속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음주운전 적발 사실로 인해 K리그 공식 경기 15경기 출장 정지 및 제재금 4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연맹에 따르면 2020년 5월 21일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그는 구단에 이를 알리지 않은 채 3경기에 출장했고, 같은 해 6월 19일에야 구단에 보고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2021년 5월 25일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7조를 추가했다. '(음주운전으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 후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문화했다. 그리고 이 규정을 2019년 6월25일 이후 처벌을 받은 선수에게까지 소급 적용하도록 했다.



당시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음주·일탈 행위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일자 대한체육회가 관련 징계 규정을 정비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규정이 각 종목단체의 대표팀 운영규정에 추가됐다.

2020년 8월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이상민 역시 소급 적용 대상이어서 각급 대표팀 승선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민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성격의 U-22 대표팀에 지난 2021년 첫 발탁될 때 황 감독은 이와 같은 징계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대표팀 선수단 발탁 권한은 감독에게 있지만, 선수가 대표팀 발탁 자격이 있는지는 KFA 규정에 따른다. 경기인인 황 감독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KFA가 검토 및 확인을 거쳤어야 했지만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규정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실책을 범한 것이다.




하지만 황선홍호 멤버로 6경기를 뛴 이상민은 지난 14일 최종엔트리에도 이름을 버젓이 올렸다.

물론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엔트리 발표 직후 이상민 발탁 불가 여론이 일어났을 때 재빨리 과오를 인정하고 수습했다면 엔트리 교체도 가능했고, 황선홍호에 피해가 가는 일도 없었다.

KFA는 회견 직후 "황선홍 감독이 이상민의 과오, 그리고 그가 징계를 이행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해 선발했다"며 이상민의 아시안게임 참가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나흘 만에 KFA는 입장을 바꿔 이상민의 도충 하자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잘못을 인정한 시점도 늦었고, 엔트리 제출 기한도 지나 그의 대체 발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을 맞았다. 



KFA는 지난 3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우루과이와의 데뷔전을 앞두고 이사회를 열어 징계 중인 축구인 100인을 기습 사면했다. 

100인 사면 명단 중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축구인 등 중범죄자를 사면하려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KFA는 단 3일 만에 사면을 철회했고 정몽규 회장을 제외한 임원진이 총사퇴하는 비상사태를 맞았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새로운 이사진을 꾸리며 "축구인 징계자 사면은 취지가 어떻더라도 좋지 못한 결정이었다. 조치를 취하했지만, 축구계와 팬들,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면목 없다"라며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어 "4월 초 부회장, 분과위원장 등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는 데 나 역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하지만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인적 쇄신 및 조직 개편 등으로 KFA의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그간 쌓였던 조직 내 행정적 미숙함이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셈이 됐다. 이에 더해 잘못을 재빨리 인정하고 수습해야 할 시기에 '버티기'를 시도하다가 여론의 더 큰 역풍을 얻어맞고 말았다.

KFA의 갈 길이 아직 멀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 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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