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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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리버스', '복면가왕'과 '더유닛'의 성격을 가진 버추얼 '청춘불패' [엔터XENTER]

기사입력 2023.02.12 22:30



[엔터XENTER]는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이슈에 대해 다루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속도보다는 숙고를 우선시하고 이슈의 겉면이 아닌 속면을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이렇게까지 재밌게 볼 줄 몰랐다."

버추얼 걸그룹 서바이벌 '소녀리버스'를 접한 '적지 않은' 대중들의 반응이다.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익(참고자료①)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메이저에 올라왔다고 보기 어려운 버추얼을 소재로한 아이돌 방송. 기대감만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버추얼이라는 장벽을 넘어선 사람들에겐 상당한 재미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방송이기에, 이번 [엔터XENTER]에서 다뤄보려 한다.



1. 서말의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어 보려는 방송


'소녀리버스'는 여러모로 많은 방송이 겹쳐 보인다. 정체를 숨기고 노래한다는 점, 그럼에도 알 사람들은 다 알고 본다는 점, 탈락 후 정체가 공개된다는 점은 '복면가왕'과 비슷하다. 프로 아이돌들끼리 모여 데뷔조를 만드는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선 '더유닛'과도 비슷하다.

인터넷 방송 문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예능이라는 점에선 '소녀리버스' 박진경 CP의 대표작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시리즈가 떠오른다. '마리텔' 시즌1이 2015년에 시작한 작품이니 인터넷 방송 기반 예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약 7~8년의 내공이 녹아 들어가 있는 셈.



참가자들의 입담은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처럼 토크가 매운 서바이벌을 떠오르게 만든다. 실질적으로 지상파 방송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정도로 토크가 센 편.

경연 파트를 떼어놓고 보면 이 방송은 '청춘불패', '영웅호걸' 등 2010년대 초 걸그룹 예능의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각종 미션을 통해 소녀들의 매력과 케미를 뽑아낸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며, 특히 '소녀리버스' 7화는 잘 만든 걸그룹 예능 그 자체였다.

'완벽하게 새로운 요소'는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존재했던 여러 방송들과 그 재미들을 잘 엮어내서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게 차별점. 그리고 이러한 차별점은 박진경 CP를 포함한 '소녀리버스' 제작진이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소재를 충분히 잘 해석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버추얼 캐릭터나 현실의 복면이나 '정체를 숨긴다'는 기능에선 다를 게 없고, 각종 미션을 수행하고 무대와 매력을 보여 수 있는 공간이라는 측면에선 현실 세계나 버추얼 세계가 다를 게 없다. 반면 현실의 복면보다 버추얼 복면이 입고 벗는 것이 더 자유롭고, 현실 세계에선 하기 힘든 미션도 버추얼 세계에선 가능하다.


<현실 예능에 진짜 야생 곰을 섭외할 수는 없으니까>

현실과 버추얼이 크게 차이가 없는 부분, 현실에는 어렵지만 버추얼에선 가능한 부분에 대한 위와 같은 통찰이 현재의 '소녀리버스'를 만든 것.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오랜 속담을 현재까지는 제작진이 잘 수행하고 있다. 



2. 현실의 제약에서 풀린 아이돌


버추얼 아이돌이 이 방송에 끼치는 가장 큰 영향을 꼽자면, 그건 단연 '현실의 제약 해제'다.

대형 커뮤니티에 유머 자료로 흔히 올라오는 '아이돌들의 선배님' 이미지는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듣는 직업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아이돌씬에는 단 며칠이라도 먼저 데뷔한 사람을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이 문화는 당사자인 아이돌보단 그들을 둘러싼 관계자, 팬덤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된 문화다.



이외에도 당사자 의지와 무관하게 만들어진 여러 불문율이 제법 존재하는데, 때론 아이돌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소들로 작용한다. "아이돌이 나와서 재미없다"와 "재미가 없는 건 아이돌 탓이다"는 엄연히 다르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가상의 복면은 이러한 제약들로부터 아이돌을 자유롭게 하며, 그 자유를 '소녀리버스'에 참여한 걸그룸 멤버들은 양껏 만끽 중. 그리고 그들이 주어진 자유 안에서 뽑아내는 토크, 케미, 무대가 이 방송의 재미로 연결된다.



다만 무작정 자유만 만끽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방송을 재밌게 해보려는 의지와 책임감도 엿보인다.

VR멀미(참고자료②)로 고생하면서도 멀미약 먹으면서 방송하는 모습,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끝까지 책임지고 무대를 하는 모습, 현실 본체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재밌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이 이 방송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3. 非현실 걸그룹 서바이벌이 가장 인간적인 아이러니


'소녀리버스'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그간 봐왔던 아이돌 서바이벌 중 가장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각종 아이돌 서바이벌들의 패러디, 나아가 '풍자'까지 엿보인 '소녀리버스' 8화>

악마의 편집도 없고, 멘트는 맵지만 인신공격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JTBC '믹스나인' 방송 당시 YG 양현석이 참가자한테 나이로 인신공격(참고자료③)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부분.

'프로듀스101' 시리즈처럼 참가자 중 절반 넘는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하지도 않고, 탈락자를 분량 뽑는 도구로만 취급하는 분위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녀리버스'가 아니었다면 해체됐다는 사실이 그냥 보도자료로만 나간 밴디트 멤버 이연의 솔직한 심경을 어디서 들을 수 있었을까>

'소녀리버스'처럼 탈락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기회를 본방송에 배당하고, 제작진이 나서서 탈락자 인터뷰까지 잡아주는 방송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아이돌이 치는 멘트나 제작진이 하는 편집 모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느껴지지만, '참가자를 향한 예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예의 있는 아이돌 서바이벌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지나치지 않다.



4. 해결해야 할 숙제는 존재하지만


사실, '소녀리버스'는 VR예능이 넘어야 할 과제들도 분명히 보이는 작품이다.

가장 큰 건 역시 VR멀미 문제로, 이런 스타일의 예능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또한 아이돌은 퍼포먼스도 중요한데 아직 구현되는 춤 동작의 범위가 제한적인 것도 아쉬운 부분.

방송 연기를 하게 만든 버추얼 캐릭터 저작권 이슈(참고자료④) 역시 앞으로 카카오가 버추얼 사업을 계속 할거라면 해결을 해야 할 문제. 만약 '소녀리버스'를 통해 선발된 데뷔조가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저작권을 자신들이 갖고 있지 않은 버추얼 캐릭터로 상업 활동을 할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하나 확실히 할 수 있는 건, '소녀리버스' 런칭을 통해 얻은 버추얼 콘텐츠 경험은 앞으로 카카오에게 상당히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과 달리)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났을 때 가상 콘텐츠(메타버스, NFT 등등) 관련 여러 사업들이 발표됐고, 그중에는 내실이 없거나 아예 사기였던 사업이 많았다. 한국 기획사들이 가상월드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것도 거의 이 시기. 유동성이 꺼진 지금 다시 보면 의심의 눈초리로 볼만한 사업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박진경 CP 포함 '소녀리버스' 제작진이 만든 콘텐츠,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면서 얻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버추얼 콘텐츠 사업을 한다면, 이는 무시하기 어렵겠다고 판단된다. 

'소녀리버스' 제작진보다 아이돌에 대해 더 잘 아는 곳 있을 수 있고,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잘 아는 곳도 있을 수 있지만, 현실의 아이돌을 매력적인 버추얼 아이돌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통찰, 분석, 실력이라는 측면에선 이들보다 더 앞서는 콘텐츠 제작자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및 출처

①버추얼 유튜버 슈퍼챗 순위 보니 … 1위 루시아 연수익 20억 원 살아있는 중소기업(경향게임스 / 2022.01.04.)

②"VR 멀미"는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 VR 멀미 원인 및 해결 방법(CWN / 2021.04.23.)

③'소녀 리버스' 공개 잠정 연기 "일부 크리에이터들과 협의 못해"(엑스포츠뉴스 / 2022.11.28.)

④[엑's 초점] '믹스나인' 양현석, 참을 수 없는 독설의 불쾌함(엑스포츠뉴스 / 2017.11.06.)

사진 = 소녀리버스, 크래비티, 프로듀스101시즌1&시즌2, 퀸덤2, 더유닛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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