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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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도 울고 갈 흥국생명 사태, 스스로 자초한 기피 구단 낙인

기사입력 2023.01.11 10:38 / 기사수정 2023.01.11 10:39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유럽 프로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강호 첼시는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지난해 5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구단을 매각하기 전까지 전세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로만은 첼시를 인수한 200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감독들의 목을 날리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구단의 첫 황금기를 이끈 조제 모리뉴를 비롯해 2009-2010 시즌 리그-FA컵 더블 우승을 이끈 명장 카를로스 안첼로티도 이듬해 무관에 그치자 지휘봉을 뺏었다.

감독 대행 신분으로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했던 로베르토 디 마테오도 정식 감독 승격 첫 시즌 부진하자 곧바로 경질 카드를 빼들었다. 팀의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가 첼시를 이끌게 됐을 때 로만은 비교적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그 역시 성적 부진에 대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 옷 벗기기에 도가 튼 로만조차 팀 성적이 순항 중이거나 우승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장수를 갈아치우지는 않았다. 종종 대행 체제나 거스 히딩크를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했던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시즌 종료 때까지 기다렸다. 첼시뿐 아니라 대다수의 유럽 프로축구 구단들도 감독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팀이 잘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단은 참고 지켜본다. 



반면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은 로만조차 울고 갈 냉철함을 발휘했다. 올 시즌 개막 후 18경기서 14승을 거두고 1위팀에 승점 3점 뒤진 2위로 이끌었던 권순찬 전 감독을 지난 2일 '방향성 불일치'를 이유로 경질했다.

경질 시점도 비상식적이었다. 2022년 최종전에서 현대건설을 꺾고 1위 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해가 바뀌자마자 쫓아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배구여제 김연경이 복귀하기는 했지만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김연경도 목표를 언급할 때 말을 아꼈고 권 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권 전 감독 경질 이전까지 흥국생명의 성적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지만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성과를 낸 전문 경영인을 상반기 실적 발표 직후 내쫓은 셈이다. 

흥국생명의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성에 선수들은 물론 배구계와 팬들이 분노했다. 김연경, 김해란 등 주축 선수들은 공식 인터뷰에서 경기 운영에 대한 구단 고위층의 개입과 월권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흥국생명은 뒤늦게 지난 10일 임형준 구단주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태는 수습되지 않고 있다. 신임 감독으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선임하려고 했지만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김 감독이 부임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흥국생명은 더 큰 혼돈에 빠졌다.



차기 사령탑 선임도 안갯속이다. 현재 상황에서 흥국생명 감독직을 제안받는다고 하더라도 선뜻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대담함을 가진 배구인을 찾기는 어렵다. 좋은 성적을 거둬도 본전인 상황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거는 모험수를 택할 이는 많지 않다.

흥국생명은 당장 선두 현대건설과 맞붙는 11일 홈경기도 김대경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 이영수 수석코치가 지난 5일 단 한 경기만 지휘하고 팀을 떠난 뒤 김 코치가 경기 운영을 담당하고 있지만 우승 경쟁 중인 팀이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촌극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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