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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7명+모로코 14명…이민자들의 월드컵이 열린다 [4강 프리뷰]

기사입력 2022.12.14 11:15

이현석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현석 인턴기자) 이민자들의 월드컵이 열린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 프랑스-모로코전은 이민자들의 월드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 선수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모로코 선수들은 자신의 뿌리가 있는 곳을 각각 선택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나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꿈 하나만 갖고 커나간 것은 똑같다.

두 팀은 오는 15일 오전 4시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경기장에서 월드컵 결승전 티켓을 놓고 다툰다.

전세계 축구팬들이 이 경기를 앞두고 프랑스, 모로코 선수들의 인생 스토리, 그리고 양국 역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24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통해 선수들의 다채로운 출생지와 이민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도 다르지 않아 19~20세기부터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선수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디디에 데샹 감독 등 코칭스태프들은 순수 프랑스 혈통으로 볼 수 있지만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아프리카 등 제3대륙에서 태어났거나, 부모 혹은 조부모가 해당 대륙 출신인 선수들이 17명으로 파악된다.

당장 이번 대회 5골을 터트리며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킬리안 음바페가 카메룬 아버지, 알제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폴 포그바의 공백을 잘 메우며 잉글랜드와 8강전 선제골을 터트린 오렐리랑 추아메니도 카메룬 출신 집안에서 태어났다. 핵심 수비수 라파엘 바란은 카리브해 서인도제도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출신 부모를 두고 있다.

백업 골키퍼인 스티브 만단다, 후보 미드필더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는 아예 콩고민주공화국, 앙골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프랑스로 이주한 경우다. 또다른 골키퍼 알퐁스 아레올라는 필리핀계 부모를 두고 있다.

출신 다양한 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축구를 배우고 생활하면서 프랑스란 국기 아래 뭉친 셈이다.

이민자들이 많기는 모로코도 다르지 않다.

26명의 엔트리 중 14명이 모로코 아닌 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당장 공수의 두 축인 하킴 지예시(첼시)와 아치라프 하키미(PSG)가 스페인 마드리드, 네덜란드 드론텐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축구를 배우고 대성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출생 선수들이 각각 4명씩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대회 골키퍼상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야신 부누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뒤 모로코로 돌아와 축구 선수로 커나간 케이스다.

다만 모로코 선수들은 가족 및 종교의 영향 등을 받아 출생한 곳이 아닌 부모의 나라 모로코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20세기 초반까지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모로코의 역사가 지금 모로코 선수들의 다채로운 출생지에 한 몫을 했다. 프랑스에는 모로코 출신 이민자가 75만 명가량 거주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와 얽힌 선수, 감독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모로코 대표팀에서 뛰는 로망 사이스와 소피앙 부팔은 프랑스 출신 모로코 국가대표다.

반면 마테오 겐두지는 모로코인 부모를 둔 프랑스 대표팀 선수다.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대표팀 감독은 모로코와 프랑스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이민자다. 

이런 배경 아래서 열리는 두 팀의 준결승은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로 볼 수 있다.

토너먼트에서 막강한 수비력을 선보인 모로코, 그 중심에 선 골키퍼 부누가 카타르 월드컵 최강 킬러 음바페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모로코는 8강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아프리카 사상 최초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2-1로 격파하며 4강에 올랐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최초 4강 기록 달성에 이어, 월드컵 결승행까지 노린다.

모로코가 결승에 진출한다면 지난 92년간의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남미와 유럽이 아닌 국가가 결승에 오르게 된다.

프랑스는 역대 월드컵 4번째로 3회 우승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이어간다.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는 2회 우승으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와 함께 역대 월드컵 우승 순위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면 브라질(5회)과 독일, 이탈리아(이상 4회)에 이어 단독 4위에 오를 수 있다. 

모로코는 4강까지 오르면서 단 한 차례도 상대 선수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유일한 실점은 조별리그 3차전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나에프 아게르드가 기록한 자책골이었다. 하키미를 중심으로 한 끈끈한 수비 집중력과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친 부누의 활약 덕에 월드컵 강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프랑스는 4강 진출팀 중 8강까지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음바페는 5골로 준결승에서 5호골을 기록한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다. 노장 올리비어 지루가 4골로 그 다음이다.

프랑스는 경기당 2.2골을 넣어 1.0골인 모로코의 2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 중이다. 

부임 4개월 만에 모로코 4강 주역이 된 라크라키 감독은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승리한 후 기자회견에서 모로코를 영화 ‘록키 시리즈’의 무명 복서 록키 발보아에 빗대며 “꿈꾸는 데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유럽 국가들은 우승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도 우승을 꿈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모로코의 각오를 강조했다.

반면 프랑스를 지휘하는 디디에 데샹 감독은 "모로코를 4강에서 만나는 것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준결승전을 잘 준비하겠다"며 상대를 얕잡아보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FP/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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