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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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냐” 전설의 눈치에 고개저은 풀타임 1년차, “쉬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11.01 10:40 / 기사수정 2022.11.01 15:09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힘들게 던지고 내려온 마운드. 그를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불러 세웠다. “힘드냐.” 짤막한 한 마디였지만 투수 전설이자 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이강철 감독은 이미 눈치를 챘다. 이미 이채호가 지쳐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채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랐고, 인정하기 힘들었다. 결국 풀타임 1년차 투수에게 그렇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채호가 와서 투수 운용에 걱정을 덜었다.” 이채호는 이강철 감독이 인터뷰마다 빼놓지 않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5월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은 이채호는 38경기 5승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2.95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보냈다. 불펜진의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운 초반을 보낸 KT로선 한 줄기 빛이나 다름없던 활약이었다.

하지만 9월 들어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8월까지 세 달 동안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하던 이채호는 9월 평균자책점 7.11, 10월 두 경기에선 2이닝 3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부진한 성적 속에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팀이 가을야구 여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채호는 한 경기 출전에 그쳤고, 미출장 명단에도 두 번이나 올랐다. 



이유가 있었다. 이채호는 시즌 막판 햄스트링 통증으로 몸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했다. 상체 위주로만 공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햄스트링 상태는 호전됐지만 이젠 익숙해진 투구폼이 문제였다. 이전 모습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했다. 그렇게 구속이 떨어지고 구위도 떨어졌다. 풀타임 1년차로서의 체력 저하도 함께 맞물리면서 힘이 확 떨어졌다. 

이강철 감독이 나섰다. 전설의 눈에는 힘든 눈치가 확실히 보였다. 당시 이채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쉬지 않고 공만 던졌고, 무더운 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또 투구 일정이 정해져있는 2군 생활이 더 익숙했던 그는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르는 1군에서 매일 루틴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시달렸다. 결국 그는 쉴 틈이 없었고, 쉬는 방법도 몰랐다. 이제야 그는 깨달았다. ‘지칠 법 했구나.’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 투수왕국이라 불리는 KT엔 지친 이채호에게 조언을 해줄 코치와 선수들이 많았다. 김민수는 “내려놓고 쉴 줄도 알아야 된다. 몇 년을 야구 했는데 하루이틀 공 안 던져도 바로 공 던질 수 있다”라고 이채호의 어깨를 토닥였고, 마무리 김재윤 역시 “여름에 힘이 떨어지는 시기가 나도 있다”라고 이채호의 말에 공감하면서 여러 조언을 해줬다. 이채호 본인이 몸소 느끼기까지 했으니 조언을 체내화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채호의 2022시즌은 비교적 짧게 끝났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시즌이었다. 가능성도 봤고 한계도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휴식의 중요성을 느낀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쉬는 법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풀타임 1년차를 보낸 그는 이제 체력까지 완벽한 ‘풀타임 2년차’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KT 위즈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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