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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대한항공, 가빈을 '신의 영역'으로 들여보내면 안 된다

기사입력 2011.04.06 07:52 / 기사수정 2011.04.06 08:3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프로 출범 이후, 첫 우승을 꿈꾸고 있는 대한항공 앞에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삼성화재의 2m 7cm의 '괴물' 가빈은 '초호화 군단' 현대캐피탈의 꿈을 무산시켰고 정규리그 우승팀인 대한항공의 기세를 꺾어놓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상당수 모여 있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가빈 한명에 당하고 있다. 블로킹 위에서 내리 꽂는 가빈의 공격은 '알고도 못 막는' 공포의 대상이 돼버렸다.

가빈은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무려 96득점을 올렸다. 전 세계 배구리그에서도 좀처럼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이기기 위한 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는 경기를 위해서 가빈이 홀로 처리하는 공격 비중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지난 1993년 NBA 파이널. 시카고 불스와 피닉스 선즈가 맞붙은 이 매치업은 불스의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의 활약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조던은 시리즈 내내 맹활약을 펼치며 당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찰스 바클리를 압도했다. 5차전에서 불스에 패배하고 2승3패로 열세에 놓였던 선즈의 폴 웨스트팔 감독은 조던에 대해 "우리가 조던을 막지 못했듯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단체 구기 종목에서 특정 선수 한 명의 활약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종종 있다. NBA와 같은 세계 최고 리그는 아니지만 국내 프로배구 V리그에서 '마이클 조던'급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등장했다.

삼성화재의 가빈 슈미트는 2010-2011 포스트시즌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 프로배구에서 단 한명의 공격수가 한 경기에서 50점에 육박하는 점수를 올리고 이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한 적은 없었다. 전 세계 배구리그에서도 가빈이 연일 책임지고 있는 60%가 넘는 공격점유율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인 선수 한명이 팀 공격의 비중을 지나치게 홀로 책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비판의 시각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가빈이라는 걸출한 공격수의 위력에 탄성을 지르는 이들도 있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가빈은 올 시즌에 또 하나의 도전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가빈은 올 시즌도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좌절시켰다. 국내에서 가장 좋은 선수 구성을 갖춘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가빈은 완승을 거두었다.

이제 남은 상대는 대항항공 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끈질긴 수비와 한층 성장한 한선수란 세터를 데리고 돌아왔다. 올 시즌 25승 5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고 삼성화재에게도 단 1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규리그의 성적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고희진과 여오현은 집중력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다. 또한, 올 시즌 초반보다 한층 조직력이 좋아진 삼성화재는 가빈의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로 불릴 만큼, 큰 경기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빈은 믿기지 않는 공격량을 소화하며 매 경기 60%에 근접한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높은 타점과 파워는 물론, 블로킹 활용법과 연타능력까지 갖춘 가빈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공격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프로 출범 이후 첫 우승을 노리고 있는 대한항공은 가빈 봉쇄에 대한 의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리시브와 토스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가빈을 막기는 매우 힘들다. 또한, 안 좋은 볼도 높게 올라오면 자유자재로 처리하는 기교도 가빈의 공격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강한 서브로 최대한 가빈이 좋은 볼을 때리지 못하게 하는 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2~3명 이상의 블로커들이 가빈의 공격 루트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점도 지속돼야 한다.

가빈은 2차전 5세트에서 홀로 7득점을 책임졌다. 한 점 한 점이 중요한 풀세트에 갔을 때, 가빈이란 공격수가 있는 삼성화재가 한층 유리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20점을 넘어섰을 때, 중요한 고비처에서 범실을 줄이는 집중력도 대한항공에 가장 필요한 사항이다.

한 명의 비범한 선수를 이기기 위해서는 '혼연일체'가 된 조직력이 필요하다. 가빈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엄청난 볼을 때리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왔다. 만약 시리즈가 5차전을 넘어간다면 승부의 방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가빈도 인간인 이상 지속적으로 높은 타점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다.

3, 4차전을 잡는 것이 '타도 가빈'을 외치는 대한항공에겐 매우 중요한 과제다. 가빈이 '신의 영역'에 들어서지 않게 하기 위해선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몰고 가는 '끈질김'이 필요하다.



[사진 = 가빈, 대한항공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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