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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유인촌·손숙→강필석·박지연, 진정한 세대 융합 "전무후무하죠" [종합]

기사입력 2022.05.25 15:55 / 기사수정 2022.05.25 17:0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원로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이 의미 있게 뭉쳤다. 연극 '햄릿'이 세대를 뛰어넘어 관객을 찾는다.

6년 만에 돌아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왕자 햄릿이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시도하는 내용이다. 7월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열린다.

‘햄릿’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이해랑에 의해 국내 첫 전막 공연으로 펼쳐졌다. 2016년에는 연출가 이해랑(1916~1989)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와 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해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출연배우의 평균연령 66세, 연기인생 합만 무려 422년이고 역대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들로 이뤄져 화제가 됐다.

이번 '햄릿에는 베테랑 원로 배우들이 모두 다시 출연한다.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은 주연 자리에서 물러나 조연과 앙상블로 참여한다.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즈 등 주요 배역들은 뮤지컬과 연극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 젊은 배우가 맡아 신구 조화를 이룬다.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진행한 연극 '햄릿' 제작발표회에서 박명성 프로듀서는 "6년 전에 대선생님들 모시고 '햄릿'을 할 때 정말 행복하게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관객에게도 정말 많은 박수를 받았다. 대선생님들을 또 모시고 '햄릿'이 아닌 다른 작품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탈고가 여의치 않아 여기까지 왔다. 언제 또 대선생님들을 모시고 할 수 있을까 했고 연출님과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다시 하게 됐다. 6년 전과 다른 부분은 대선생님들이 빛나는 조연과 단역으로 서주신다는 거다. 젊은 배우들이 주연 역할을 맡았다. 세대를 융복합한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박 프로듀서는 "선생님들이 이 작품을 함께 해 준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영광이다. 어려운 연극 작업이겠지만 행복하게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위해 큰 자리를 기꺼이 해준 대선생님들에게 감동하고 이 작품을 시작한다"라며 감회를 내비쳤다.

손진책 연출은 "2016년에 한 작품과 이번 작품이 얼마나 다르냐가 궁금할 것 같다. 2016년에는 이해랑 선생님 탄생 100주년 기념의 의미가 있었다. 당시 배우들을 모시고 재밌고 열심히 했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해보자 했다. 지난 번에는 나이도 관계 없이 9명이 돌아가면서 미니멀라이즈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전 배역에 맞게 캐스팅을 했다. '햄릿'이라는 작품의 기본 이미지는 죽음이다. 예전에는 자의식, 심리학이라는 학문도 없어서 복수극으로 주로 보고 공연을 했다. 이후 400년 동안 수없이 많은 해석이 나왔다. 이번에는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두자고 했다. 인간들은 모두가 죽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약방의 감초 무덤파기2와 사제 역을 맡은 권성덕은 "굉장히 기쁘다. 이번에 또 날 불러줘 내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 힘이 달릴 것 같은데 이번이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열심히 해볼 거다. 젊은 친구들과 같이 하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 이번이 제일 좋은 역을 맡았고 제일 좋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권성덕은 2016년 공연 때 건강상 하차한 바 있다. 권성덕은 "(다른 배우들이) 무덤파기 역할을 바라고 있는지는 몰랐다. 내가 햄릿을 할 걸. 하하. 이렇게 만나서 반갑고 감사하다. 그 놈의 정이 뭔지 박명성 대표와 손진책 연출이 불러줬다. 동료들을 다시 만나 반갑고 든든하다. 백살 쯤 되면 백살 먹은 햄릿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그때 또 생각해보겠다"라며 웃어 보였다.

'나를 잊지 마라'라는 명대사를 남기는 죽음의 복선 유령으로 분한 전무송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배우들은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연극이다. 운 좋게도 '햄릿'을 네 번째 했다. 이번에는 햄릿 역할을 하는 배우의 마지막 역할이 유령인데 그 역할을 하게 됐다. 너무 감격스럽다. 난 운이 굉장히 좋은 배우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열심히 해서 실망 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배우1, 극중 극 배우 왕 역의 박정자는 "이번에는 유령도 아니고 무덤지기도 아니고 그냥 배우1이다. 참여하는 이 기쁨, 연습장으로 향하는 마음, 발걸음이 너무 행복하다. 동시대에 한 자리에 모이기에는 힘든 선배님들, 동료들, 젊은 후배들과 함께 '햄릿'을 공연하게 돼 정말 감사하다. 연습장에서 이야기를 했다. 이런 작품은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을 것이다. 전무후무하다"라며 치켜세웠다.

유랑극단의 배우2 손숙은 "6년 전에 왕비를 했는데 이번에는 배우2로 전락했다. 굉장히 행복하고 즐겁다. 다시 만날 것 같지 않은 선배, 동료 다 만나서 좋다. 이번에는 젊은 친구들이 큰 역을 맡아 선배로서 젊은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줄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박명성 프로듀서가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면 이런 기획을 할 수 없다. 그동안 2년 넘게 팬데믹으로 고생하고 힘들었는데 또 한다는 자체가 제 정신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이 작품이 잘 되도록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폴로니우스와 무덤파기1 역의 정동환은 "박명성 대표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다. 6년 전에도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어렵다, 힘들다 하는데 '햄릿'이 신시의 새로운 도약이 될 작품이 될 거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돌이켜 보니 '햄릿'과 인연이 많았다. 너무나 영광스럽게 6년 전에는 클로디어스와 선왕을 같이 했다. 이번에는 사실 하고 싶은 게 폴로니우스 역과 무덤파기 역이었다. 어제 드디어 그 역을 주셔서 영광스럽게 하게 됐다. 성실하게 해서 이런 연극이 유지돼야 하고 연극인들이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연결됐으면 한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거트루트 역의 김성녀는 "6년 전에는 남자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는 손숙 선배가 하는 거트루드를 이어받아서 해 부담은 되지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 6시간씩 연습하면서 행복해하는 선배님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하다. 후배들이 선생님들에게 누를 끼칠까 열심히 리딩하면서 조바심 내면서 하는 걸 보며 든든함을 느끼며 열심히 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다시 만날까 생각한다. 우린 더 자주 만날 수 있지 않나 이런 기대가 있다. 팬데믹 시대에 대작이 그리웠을 텐데 박명성 대표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 사랑 받는 연극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거들었다.

'햄릿 전문가' 유인촌은 이번에는 햄릿의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 역을 맡아 햄릿과 대척점에 선다.

유인촌은 "6년 전에는 햄릿을 했다. 이거로 마지막이 될 거로 생각하고 상당히 큰 책임감을 갖고 공연했다. 이번에도 고민을 했다. '햄릿'을 6년 전에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숙부, 삼촌 역 왕을 하게 됐다. 이런 프로덕션은 내가 기획, 제작을 한 경험으로 미뤄볼 때 국공립이나 시립이 아니면 제작, 기획하기 어렵다. 이 정도 인원이 출연하는 순수 언어 연극인데 신시라는 단체에서 이 작품을 맡아 하는 것 자체가 출연하는 입장에서 가능하면 성공시켰으면 좋겠다. 지난 번에는 매진되고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서 한 회 앙코르 공연을 했다. 이번에는 한 달 동안 매진되고 줄을 서 있어도 제작비를 잘 맞출 수 있을 지는 의문이 든다. 젊은 배우들과 평생 연극계에 있던 배우들과 같이 한다는 의미에서 6년 전보다 이번 공연이 훨씬 더 의미 있나 싶다. '햄릿' 때문에 적자가 많이 난다고 하면 부담되니 도와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유인촌은 "사실은 6년 전에도 무리였다. 그때도 내가 제일 늙은 햄릿이 아니었을까 한다. 내가 66세에 햄릿을 했다. 그때도 나이를 초월해 기념적인 의미로 이 작품을 했기 때문에 그런 걸 떠나 해보자 했는데 더 햄릿을 하면 작품에 해가 될지 도움이 안 될 거로 생각 들어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무덤파기를 제일 하고 싶었다. 강력히 그 역할을 원했는데 빼앗겼다. 악역을 많이 해본 경험이 없어 큰 도전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안 떠오르지만 공연 때 여러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왕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손봉숙은 "배우4를 맡은 손봉숙이다. 연극을 하는 동안 '햄릿'을 세 번째로 공연한다. 6년 전 행복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박 대표님이 다시 '햄릿'을 한다고 할 때 과연 그 선배님들이 어떤 모습일까 불안했다. 나도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연습 때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서 고마웠다. 후배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며 관객과 함께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루시아누스를 연기하는 길해연은 "앞에 계신 선배님들과 나이 차이가 10년에서 25년이고 후배들과는 5년에서 25년까지 있다. 앞 뒤로 중간이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면서 선생님들의 놀라운 무대와 젊은 배우들이 같이 하는 것에 있어 연결고리이자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큰 무대를 제작할 여건이 많아 생각은 해도 못 하는 것 같다. 같이 가야 하는데 젊은이는 너무 젊은이들끼리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끼리 하지 않나. 난 중간 고리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다.

호레이쇼로 출연하는 김수현은 "공연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많이 말해주셔서 깊이 공감한다. 선생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주 어릴 때부터 운 좋게 공연을 많이 봤는데 무대에서 빛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여전히 무대 위에 존재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말이 부담스러우실 수 있지만 좋은 모습으로 존재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레어티즈 역의 박건형은 "앞에 선생님들이 말씀하셨지만 선생님들과 저희가 만난 건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 역사적 사건에 휘말려 영광이다. 사실 6년 전에 선생님들의 '햄릿'을 봤다. 정말 작은 소품으로라도 출연하면 행복하겠다 했는데 이렇게 큰 역할로 참여해 좋다. 연습실에서 선생님들이 리딩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후배들이 감동을 느낀다. 모쪼록 계속 건강하시고 열심히 연습해서 7월에 태풍처럼 찾아오겠다"라고 전했다.

주인공 햄릿 역에 캐스팅된 강필석은 "감히 이 선생님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복받은 배우다. 어떻게 이런 역사적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6년 전부터 이 작품을 봤는데 가슴이 너무 설레고 콩닥거렸다. 선생님들의 무대가 지금껏 보지 못한 연극이란 걸 보여주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선생님을 보고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는데 저 역시도 소품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들과 무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연습실에서 제 정신은 우주로 가 있다. 유인촌 선생님도 계시고 첫 리딩 때 박정자 선생님이 첫 대사를 하시는데 내 대사를 못 하겠더라. 심장이 너무 뛰어서 여기를 오염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힘내라고 많이 응원해 주신다. 보면서 많이 공부가 되는 시간이다. 한없이 긴장된다"라고 덧붙였다.

오필리어 역의 박지연은 "6년 전에 선생님들 '햄릿' 공연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필수로 보셔야 하고 이번주부터 연습 시작했는데 박정자 선생님의 첫 마디로 리딩이 시작돼 감동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햄릿'이 많은 공연 중에서 선배님들 덕분에 재밌는 공연이 될 것 같다. 많은 세대가 함께 만드는 공연인 만큼 다양한 세대가 오셔서 사랑해줬으면 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젊은 피 김명기 이호철은 햄릿의 친구 길데스턴, 로젠크란츠, 그리고 다양한 젊고 기동력이 필요한 젊은 역할로 분한다.

김명기는 "연극을 공부하던 어린 학생 때부터 어두운 객석에 앉아 선망의 대상으로 본 높은 선배님들과 한 무대에 서는 자체로도 영광이다. 리딩하실 때 대사를 짧게 해도 전율이 온몸에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멋진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성실하게 작업하겠다"라고 감격했다.

이호철 역시 "내 인생에서 '햄릿'이란 작품이 처음이다. 처음 하는 '햄릿'에 쟁쟁한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선생님들의 삶의 지혜, 연극을 대하는 자세만 배워가도 행복하다"라고 곁들였다.

연극 '햄릿'은 7월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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