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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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 중계석]볼판정이 아쉬웠던 김재박 감독

기사입력 2007.09.01 23:09 / 기사수정 2007.09.01 23:09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덕아웃 옆에서 지켜본 '준준플레이오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승부의 세계에 함께할 수 있었다.

LG와 한화의 4강싸움이 벌어졌던 지난달 31일 잠실야구장. 필자는 배트보이로 일하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일희일비를 지켜보았다. 2-5로 패한 LG 덕아웃 옆에 앉아있으니 덩달아 침울해지는 심정이었다.

타격을 끝마친 타자의 배트를 덕아웃으로 들고오는 것은 야구를 사랑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일' 이라기 보다는 팀의 일원이 된다는 즐거움이다. 투수의 강속구를 때려낸 직후 그라운드에 남겨진 배트를 집어드는 것, 그것은 마치 20발의 사격을 끝낸 M16 소총의 총열을 만지는 것과 같은 뜨거움이다.

불을 뿜었던 류현진의 광속구

류현진(20,한화)은 역시 '괴물' 다웠다. 5연승을 달리며 한층 물오른 LG의 타선을 조용히 잠재우는 피칭이었다. 투수에게 있어서 최고의 무기는 빠른 직구임을 증명하듯, 그는 광속구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주자를 내보내면 직구 스피드를 시속 5㎞ 가량 높이며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9회말 던진 123구째 공의 스피드가 시속 150㎞로 기록될 정도로 철완을 과시했다.

직구도 직구였지만 체인지업과 커브의 위력도 대단했다. 직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며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LG 타자들은 언제 들어올 지 모르는 변화구에 긴장했다. 특히 류현진의 커브는 떨어지는 순간이 덕아웃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말로만 듣던 '폭포수 커브' 를 감상할 수 있었다.

김재박 감독,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넓어"

류현진은 1회에만 잠깐 흔들렸을 뿐, 2회부터는 평정심을 되찾았다. 팀 타선이 1회초와 3회초에 각각 2점씩을 득점하자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넘치는 자신감으로 타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1-4로 끌려가는 분위기가 계속되자 김재박 감독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4회말 LG공격 도중, 김감독은 덕아웃 주변을 촬영하고 있던 카메라맨에게 "이경기 생중계입니까?" 라고 물었다. 카메라맨이 생중계라고 말하자 김감독의 눈은 덕아웃 옆 경기운영위원실의 창문 안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비치된 TV에서 잠실경기 생중계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감독은 TV를 통해 류현진이 던진 공의 코스를 지켜보았다. 사실 덕아웃에서는 투수의 공을 정확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면에서 잡은 화면을 보려 한것이다. 

4회말 공격에서 최동수와 페드로 발데스가 연속삼진으로 물러나자 김감독은 이종열이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에 타임을 외쳤다. 그리고는 박근영 주심에게 미소를 띄우며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넓다고 가볍게 항의를 했다. 한화 포수 신경현은 미트를 가슴 앞으로 가져가며 "가운데에요" 라며 김감독에게 말하기도 했다.

한화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를 막으려 했던 김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경기내내 구위를 잃지 않았다. 결국 한화의 5-2 승리. 김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심판대기실로 들어가는 박근영 주심에게 억울하다는 듯한 미소를 띄웠다.

경기 후, 김감독은 "류현진 볼을 전혀 못 친 것이 패인이다" 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류현진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인코스를 계속해서 던졌는데 박근영 심판이 잘 봐준 것 같다" 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심판 판정도 경기의 일부이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김감독의 냉정한 눈빛에서 승부사의 기질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쉬움 보다는 남은 2경기에 대한 계획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순위를 뒤집기 위한 LG 트윈스 덕아웃의 표정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

[사진 = LG 트윈스 제공]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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